【최종인 칼럼】사별과 스트레스

  • 입력 2020.04.17 09:50
  • 수정 2020.04.20 09:11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별자 가족 돌봄 사역(7)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사별이 우울 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부관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배우자 사망은 일생일대의 사건이며, 가장 큰 스트레스원이 됩니다. 특히 노년기에 일생을 함께 해 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일명, ‘폭포효과’라고 불릴 정도로 배우자에게 여러 부정적인 여파를 가져옵니다. 배우자와의 사별은 암, 심근경색 및 지병의 악화 등의 신체적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우울, 자살 충동 및 정신 질환 이환률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고립감이나 위축을 야기하며 결국,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특히 남겨진 사람은 배우자 사망 후 변화된 사회적 관계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고 망자와 정서적으로 이별하는 과정은 사망 직후에 완료되기보다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사별은 이 후의 삶에서 우울의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사별과 우울 간에 존재하는 유의미한 관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사별은 우울 등의 정신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망위험을 높이거나 신체 건강상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만성적이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분비 혹은 지나친 감소가 신체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 사망은 처음에는 우울, 불안, 슬픔, 그리움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정서 반응을 낳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사람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게 됩니다. 사별 직후 1~2년의 기간이 정신건강의 측면에는 가장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는 기간일 수 있으며, 보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별로 인한 부정적 정서반응의 수준이 감소한다고 인식됩니다. 그러므로 이 애도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극복하고 이 후의 삶에 적응해 나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별의 부정적 효과가 지속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별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 증대시켜

이러한 측면에서 사별 후 정서반응 중 우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별 후 슬픔, 애도 등의 감정이 극복되지 않고 심리적 안정을 심각한 수준으로 제한하게 되면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울 혹은 우울증상(depressive symptoms)은 슬픔, 죄책감, 무가치한 느낌, 희망 없음, 수면장애 등 여러 가지의 증상을 포함하며 주요한 사회적 원인중의 하나가 생애과정에서 경험하는 부정적 생애사건(stressful life event)입니다. 사별로 인한 슬픔은 마음만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동하는 마음인 심장도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시행한 연구를 보면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2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첫 일주일 동안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얼마나 증가하나 보았더니 6배나 높았습니다. 뇌졸중 위험도도 증가했는데, 사별 후 한 달을 거치면서 심장마비의 위험도는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는 심장박동, 혈압, 혈전 생성 증가는 사별 후 6개월까지 지속됐습니다. 그래서 슬픈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해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도 함께 체크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식단과 식사 시간을 갖도록 하고 규칙적인 취침과 기상 시간을 취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사별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애사건의 하나로 고려됨은 물론입니다. 특히 부정적인 생애사건이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생할 때나 다양한 수준의 상실을 동반할 때 심각한 수준의 우울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별은 배우자 상실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도구적 지지의 상실, 일상생활 환경의 변화, 가족관계 및 사회적 관계의 변화 등 다양한 극복과제를 안기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울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별 가족들 가운데는 사별 이후 외로움이나 편견을 경험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