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게스트하우스 겸 문화공간 ‘다이브인’

빌라 두 채를 개조, 2019년 5월 오픈
저렴한 예술가들의 작업공간 임대

투숙객은 예술작품 가득한 방에서 숙박
지역주민 친화형 미술전시회 상설
명상 요가 등 힐링 프로그램 시행

다이브인에 있는 휴식공간 ‘이너 스페이스’  명상·요가 등 웰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다이브인에 있는 휴식공간 ‘이너 스페이스’  명상·요가 등 웰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454-7번지. 경의선 숲길 끝자락에 있는 붉은색 벽돌로 된 3층 건물이 시선에 들어온다. 신촌역에서 가좌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중앙선이 옆에 있어 기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곳에 문화복합공간 `다이브인’(Dive In)이 있다. 오래된 연립빌라 두 채를 개조해 만든 독특한 건물로 2019년 5월 공간기획자 정창윤씨가 설립했다.

외관보다도 시선을 잡아끈 건 `다이브인’이 가진 이른바 `문화예술 도시재생’적 정체성 때문이다. “예술가와 지역주민, 외지인이 한데 어우러져 예술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정 대표의 말처럼 이곳에선 예술가에게 저렴한 값으로 작업실,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또 대중에게 작품을 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주민과 예술 향유자에게는 문화예술 접촉 기회를 늘려왔다.

다이브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아트 스테이’.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예술품이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다이브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아트 스테이’.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예술품이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실제로 다이브인을 구성하는 공간을 들여다보면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이 피어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머무를 수 있는 작업실 겸 숙소인 ‘아티스트 아뜰리에’, ‘모던 코리안’이라는 주제로 예술 작품을 채운 게스트하우스 ‘아트 스테이’를 비롯한 아트 갤러리, 미술품 가게 등 가는 곳마다 예술의 향연이다. 한 예로 외지인이 이곳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른다면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니다. 예술가들이 만든 가구, 미술품 등으로 꾸며진 방에서 예술과 함께 지내는 ‘아트 스테이’를 경험한다. 이에 대해 최동이 기획실장은  “마치 쇼룸 같은 공간에 머물며 갤러리나 상점에서만 접하던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고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업공간과 갤러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온 점도 눈에 띈다. ‘아티스트 아뜰리에’에 머무르는 예술가는 이곳 갤러리에서 무료 전시를 하며 지역주민 등과 영감을 주고받는다. 그동안 정영서·정해리 작가 등이 머무르며 참신한 전시를 선보였다.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협업도 진행해왔다. 임대사업이 아닌 ‘문화기획사’를 표방하는 이들은 ‘예술과 사람의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해서는 창작자의 삶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작품 구매가 뒤따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작품 판매가 이뤄져야 또 다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이브인의 최실장은 “누구나 미술 작품을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전시를 하려면 예술품의 가격 선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예술작품 제작에 들인 아이디어, 시간, 재료비 등만 따져도 가격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품의 예술성을 유지하되 접근성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지난 4월에 진행된 포스트잇 전시 `밍글 프로젝트’다. 밍글 프로젝트는 다이브인과 문화예술기획자 2명이 함께 만든 아트 프로젝트 전시다.

“일상에서 쉽게 발견하고 사용되는 작은 노트인 포스트잇을 도화지 삼아 예술가의 작품을 담아봤다. 장르, 성별, 나이, 경력 등의 경계 없이 모든 아티스트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에 진행된 포스트잇 전시 ‘밍글 프로젝트’.
지난 4월에 진행된 포스트잇 전시 ‘밍글 프로젝트’.

작가들 반응도 뜨거웠다. 국내는 물론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 50여 명이 참여했다. 포스트잇이라는 작은 종이에 일러스트레이터, 드로잉, 태피스트리, 플라워아티스트, 설치미술가, 피겨조각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색깔이 녹아든 160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일한 가격(2만5천원), 규격(7.6×7.6㎝)의 포스트잇을 통해 관객은 예술가 작품을 소유해보는 기회를 얻었다.

최실장은 “이곳 연남동 일대는 지역 토박이 어르신과 외지의 20~30대가 하루 반나절 이상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분들 모두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이곳 갤러리 앞에는 `편하게 들어 오세요’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최실장은 때로는 동네 주민분들이 음식을 나눠주시거나 전시 설치를 할 때 도움을 주시곤 한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술 갤러리는 소수의 혜택받은 이들만 즐겨 찾는 곳이라는 시선은 이곳에선 옛말이다. 할아버지가 먼저 관람하고 다음날 딸, 손녀까지 3대가 함께 방문하는 모습은 다이브인 갤러리에선 흔한 일이 됐다. 최실장은 “갤러리 전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인 작가님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지역주민에서부터 외지인까지 삼삼오오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실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다이브인에서 진행한 의미있는 전시는 많다. 세계 각국에 남아 있는 우리 독립운동 현장과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김동우 아티스트의 ‘뭉우리돌을 찾아서’ 사진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 설치 전시, 반려동물 후원전시 ‘크러시 온 프로젝트 01: 아워 베스트 프렌드’(Crush on project 01: Our best friend) 등이 진행됐다. 지난 1년간 이곳에서 기획·진행한 전시만 해도 22회에 달한다.

다이브인 3층에 있는 ‘아트 스테이1’도 눈길을 끈다. 게스트하우스면서, 한국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득 담은 일종의 작은 미술관이다. 삼베 소재를 활용해 제작된 조명에서부터 자연 친화적인 한국의 문화를 재연한 정창이 작가의 나무 테이블, 전통공예 브랜드 ‘세간’의 생활 소반까지 구석구석 한국 고유의 미학이 묻어 있다. 모든 작품은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이때 공간 한가운데에 있는 큰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면 푸른빛의 경의선숲길과 신구가 조화로운 연남동 주택가 풍경이 펼쳐진다. 지역 풍경마저도 예술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곳에 오면 풍덩 빠진다’는 뜻의 ‘다이브인’이라는 명칭답게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멀리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머무는 공간에서도 인근 지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라고 정 대표가 말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숙소에서도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지역 상점과 음식점을 연계해 연남동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투어 서비스를 무료로 진행하며 지역에 또 다른 기여를 하고자 했다.

‘예술의 궁극 목적은 사람의 내면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곳의 휴식 공간 ‘이너 스페이스’도 놓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명상, 다도, 요가 등 웰니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최실장은 “코로나19로 우울증을 앓거나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특별한 명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남동 끝자락 ‘세모길’에 있는 한 공간에서 시작된 문화 도시재생, 그 끝에는 결국 사람을 위한 문화 예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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