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 Partnership"

미국 알래스카를 여행하다 보면, 눈과 귀에 가장 많이 다가오는 단어가 ’수어드(Seward)’이다. ’수어드’라는 항구도시가 있고, ’수어드 하이 웨이’라는 고속도로도 있다. 

앤드루 존슨 미국 대통령과 알렉산드로 2세의 지시 하에 슈어드 국무장관과 에두아르트 스테클 주미 러시아 공사가 1867년 3월 30일 미화 720만 달러에 매매 협상을 타결했다. 이것이 알레스카 조약이다. 한국 돈으로 단순히 환산하면, 약 70억원 정도이니 강남의 큰 평수 아파트 3채 정도면 너끈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145년 전의 달러 가치로 보면, 미국 정부가 부담하기에 벅찬 거액이었다고 한다.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 국무장관이었다. 그 시절 아직 광대한 서부 개발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어서 그런 거금을 주고 알래스카를 사겠다는 수어드의 결심에 의회와 언론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의회와 언론은 알래스카를 ’수어드의 얼음 박스’라고 조롱했고, 그 거래를 ’수어드의 우행(愚行)’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고 한다.

윌리엄 H 수어드(1801.6.16-1872.10.10)
윌리엄 H 수어드(1801.6.16-1872.10.10)

미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알래스카의 영토적 가치를 평가했던 수어드 장관은 사면 초가의 상황을 뚫고, 땅을 매입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당시 수어드 장관은 지금의 핵무기나 핵잠수함 시대를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레스카는 1880년대 금광을 시작으로, 석유와 석탄, 철광석, 은 등 막대한 지하 자원이 발견되면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땅이 되었다.

미 의회는 알래스카를 1912년 준주로, 1959년 49번째 주로 승격했다. 알래스카 전체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75만명이며, 남한 면적의 15배에 해당하고, 알래스카는 "거대한 땅"을 의미하는 인디언의 말에서 유래하며, 크기는 미국 본토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의 매입 덕분에, 한 세기가 지난 후, 미국은 그 땅 면적을 뛰어 넘어 사실상 거대한 태평양을 미국해처럼 사용하며 ’팍스아메리카’의 세계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알래스카 사람들은 수어드 장관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알래스카는 러시아의 땅으로 남아,  수천기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조약체결장면, 앉아 있는 분, 쉬어드, 지구본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서 있는 분이 스테클 러시아 주미공사
조약체결장면, 앉아 있는 분, 쉬어드, 지구본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서 있는 분이 스테클 러시아 주미공사

그러니 알래스카 사람들에게 수어드는 미국 본토인이 존경하는 조지 워싱턴과 같은 존재로 비유되고 있다. 수어드는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국무장관으로서 알래스카 매입을 추진했지만 그를 처음 국무장관에 임명한 사람은 바로 링컨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수워드와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경쟁자였으며, 수어드는 링컨 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뉴욕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에 각각 두 번이나  당선 되었으며, 젊은 시절부터 급진적일  만큼, 흑인 인권보호에 적극적인 변호사였다. 지명도에서 앞서 있던 수어드에게 중서부 변방 출신의 링컨이 도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 엎고, 수어드는 링컨에게 역전패했다.

미국이 지불한 760만 달러 어음
미국이 지불한 760만 달러 어음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이력의 서울시장이 지방출신 국회의원에게 역전당한 상황이었다.  패배한 수어드는 미국 전역을 돌며 경쟁 상대였던 링컨 지원 유세에 열성적 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그에게 국무장관 자리를 주었고, 수어드는 링컨 정부의 남북전쟁 수행에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는 두 정치인이 콤비를 이루어 혼란기의 내각을 이끌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어드와 링컨의 관계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만만치 않는 경력의 경쟁자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할 수 있었던 링컨의 배포와 도량, 그 밑에서 훌륭한 국무장관으로 미국에 봉사했던 수어드의 인격이었다.

링컨의 위대함은 두 동강 난 나라를 통일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수어드의 위대함은 혼란의 시기에 미국의 장래를 내다보며 국가의 외연을 넓혔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가정(假定)은 쓸데없는 일이지만  링컨과 수어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링컨 시대의 정치 리더십과 정치 파트너십이다.  둘의 조합이 웬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알래스카 주 대표도시 앵커리지
알래스카 주 대표도시 앵커리지

 

[제공: 안근수]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