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욱중 목사 시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입력 2021.07.08 19:19
  • 수정 2021.07.0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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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이 몰고올 황폐함

주욱중목사, 조은비전교회담임, 연세대학과법학과졸업, (주)대우근무, 장신대신대원(M.Div), 역서로는 [거룩한 죽음], [지성인을 위한 신앙 지침서] 등이 있다.
주욱중목사, 조은비전교회담임, 연세대학과법학과졸업, (주)대우근무, 장신대신대원(M.Div), 역서로는 [거룩한 죽음], [지성인을 위한 신앙 지침서] 등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땅의 일부일 뿐이다.....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내가 그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저 종이 울리는지, 알아 보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일지니.”

어릴적 우연히 보았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포스터- 청년이 되어 소설로 접하고 마침내 헤밍웨이에게 영감을 주었던 존 던(John Donne)의 시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와 인류는 하나이며, 그러기에 이웃의 죽음은 결코 나와 무관할 수 없음을 깨우쳐 주니 말이다. 대동(大同)에 대한 서구적 버전(version)이 감동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부동산 광풍이 심상치 않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손해만 끼칠 뿐인, 이 광풍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심하며 절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절망은 너무도 뼈아프다.

부동산 폭등들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결혼이나 육아를 포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하니, 앞으로 인구 감소가 가져올 사회적 대재앙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젊은이뿐 아니라 교회 생태계에 미치는 이 광풍의 해악 또한 심각하다. 교회의 폭발적 성장기에 사역했던 수많은 목회자들이 은퇴를 앞둔 요즘 그들이 거주할 은퇴 주거지를 마련하는데 교회들은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현재 사역중인 목회자의 사택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서울의 어느 중형 교회의 담임 목사가 부임 4년 만에 사임하게 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증가된 사택 보증금으로 인한 목회자와 당회의 갈등 때문이라고 한다. 교회 곳곳에서도 이 광풍이 가져온 갈등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목사 안수를 앞두고 서울 어느 교회에서 목회를 열심히 배울 때의 일이다. 88올림픽 특수와 더불어 분당신도시 분양 등이 가져온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칠 때였다. 가까이 모시던 선배 목회자는 후배 목회자들 앞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훈계하였다. “퇴직금을 적립해서 받기 보다는 매년 정산을 받아 땅 한 평이라도 사놓는 게 훨씬 재테크에 좋다”고, 그 선배의 태도가 못마땅해서 그 해 어느 주일 찬양예배 설교를 통해 면전에서 이렇게 설교한 적이 있다. “이사야 58-10절을 보라, 현세에 부동산 사랑해서 -거리면, 내세에 하나님은 그를 향해 -하시며 천국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을 전했다. -땅 거리는 선배 목회자에 대한 나름의 저항이요 항의의 외침이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교자는 루저(loser), 영악한 그 선배는 위너(winner)로 남아 있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토록 견고하다. 이사야의 외침을 무색케 할 정도이다.

불사조처럼 끝없이 되살아나는 이 광풍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많은 진단들이 있지만 그 중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분석을 아직도 귀담아 들어야 할 지혜이다. 19세기 후반에 출판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담겨진 내용중에서 토지와 건물이 구분되지 않고 부동산으로 묶어 동일하게 취급하는데서 부동산 광풍이 일어난다고 지적하였다. 다시말하면 건물은 인간의 노동력의 산물이지만, 토지는 노동력 이전에 선재(先在) 하기에, 건물에는 소유자에게 절대적 권리를 부여할 수 있지만 토지에는 절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이 광풍의 진원지 중의 하나가 이같은 부동산에 대한 착시현상(錯視現象)에 있다고 하겠다.

성경은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25:23)라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성경을 믿는 이 땅의 교회는 부동산에 대한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도록 우리 사회를 계몽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 이 땅의 교회는 이데올로기의 망령에서 속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예컨대 토지공개념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분명함에도, 그것을 말하면 좌파라고 낙인찍고 손사례를 치는 자들이 유독 교회안에 아직도 많지 않은가? 사유재산의 신성불가침을 외치며, 부동산 투기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외눈박이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성경보다 이데올로기가 더욱 중요해 보이는 듯하다.

이념 안에 갇혀서 계몽은커녕 스스로 더 큰 착시에 빠뜨리는 교회를 향하여 이 땅의 젊은이들은 기대할게 없다고 손 사례를 치며 교회를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속히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계몽적 책임은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다고 하겠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600여년전 존 던의 시상(詩想)을 자극한 종소리의 근원은 어디인가? 그곳은 교회가 아닌가! 부동산 광풍이 몰고 올 국가적 참상을 먼저 알려야할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그 또한 교회가 아닌가! 100여년전 제정 러시아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멸망한 까닭이 무엇인가? 당시에 침묵했던 수많은 교회의 종탑 때문이 아닌가! 지금이라도-불행한 러시아 교회의 부끄러운 역사가 이 땅에서 재현되지 않도록-이 땅의 교회는 역사의 종탑에 올라 시대적 경종(警鐘)을 울려야 하지 않겠는가? 2700여년전 이사야처럼!

너희가 더 차지할 곳이 없을 때까지, 집에 집을 더하고, 밭에 밭을 늘려나가, 땅 한가운데서 홀로 살려고 하였으니,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 만군의 주께서 나의 귀에다 말씀하셨다. 많은 집들이 반드시 황폐해지고 아무리 크고 좋은 집들이라도 텅 빈 흉가가 되어서, 사람 하나 거기에 살지 않을 것이다”(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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