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 유명 음악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60세에 목사 안수를 받기 전 까지 음악인으로, 그 이후는 캐나다에서 이민 목회를 하신 박재훈, 그의 작품은 우리 귀에 익숙한 여러 찬송가들 -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어서 돌아 오오’, ‘지금까지 지내온 것-뿐 아니라, 수많은 동요들-‘송이송이 눈꽃송이’, ‘펄펄 눈이 옵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우리 귀에 너무 익숙한 명곡들로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뺄 수 없는 동요가 매미’-“숲속의 매미가 노래를 하면 파란 저 하늘이 더 파래지고 과수밭 열매가 절로 익는다~”. 묘하게도 매미가 한껏 우짖는 이 때에 매미 소리를 들으며 99세의 향년을 누리고 소천하셨다. 그분 영전에 삼가 옷깃을 여민다.

 

매미가 한창 노래하는 때이다. 매미의 일생을 살펴보면 기묘하기 그지없다. 7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한번 날개를 얻어 탈피(脫皮), 우화(羽化, 번데기가 변하여 성충이 되는 일)를 거쳐 한 달 동안 날개 짓 하다가 생을 마친다. 2천일 이상을 땅이나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가 날개짓은 고작 한 달이라니-함부로 매미를 잡을 일은 아닌 듯싶다. 그 대신 날개 짓 하는 동안 실컷 노래하라고 북돋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위를 달래줄 한여름 잠깐의 낮잠을 이끌어 주었던 매미의 노래 소리. 고저와 쉼이 있어서 잘짜여진 아쿠스틱(Acoustic)음악처럼 무더위 속에서도 단잠을 자게 만든 매미의 노래 소리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출처불명의 외래종 매미로, 매미의 생태계가 구축된 후, 매미의 노래 소리는 고저도 쉼도 사라지고 시끄러운-소름끼치는-전자음으로 바뀌었다. 수면을 유도하기는 커녕 촤르르르~”하는 소리가 오던 잠도 가시게 하는 소음중의 소음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아쿠스틱 매미 노래를 듣고자 한다면 도시를 떠나 교외로 나가야 하리라.

매미의 우아한 날개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눈에 익숙하다. 아하 익선관(翼善冠, 임금이 평상복으로 집무를 볼 때 쓰던 관), 왕이 평상시 시무할 때 입던 곤룡포와 함께 머리에 썼던 관-위쪽에 매미 날개를 닮은 모양의 얇은 검정색 망사 두 개가 붙어 있어 매미 선()을 붙혀 익선관(翼蟬冠)이라고도 부른다.

익선관
익선관

 

매미는 보통 곤충이 아니다. 임금의 이상적 통치를 상징하는 더 할 수 없이 귀한 생명체가 아니던가. 그러기에 더욱 매미를 함부로 잡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일이며, 한국교회 또한 예외가 아니리라.

매미의 날개가 어진 임금의 머리를 장식한 까닭은 무엇일까? 오늘의 한국교회를 향해 고하는 매미의 외침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위 매미의 오덕(五德)이다. 선현들은 매미의 일생을 관찰하면서 매미가 갖고 있는 다섯 가지의 고상한 덕을 발견하였고, 이 오덕이야말로 어진 임금의 표상이라 여긴 것이며, 한국교회 또한 이 오덕(五德)을 통해 교회 갱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1.문덕(文德)

매미의 입 모양이 갓 끈을 맨 선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선비처럼 깊은 학문을 닦고 백성을 다스리라는 뜻이리라. 30일 날개짓을 위해 2000일을 준비하듯, 왕을 위한 준비가 깊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한국교회의 강단에 울려퍼지는 수많은 설교들-그 설교들도 매미처럼 70배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리라-30분 설교를 위한 최소한 35시간 이상의 준비 말이다. 매일 힘든 세상살이에 지친 자들에게 매미처럼 빛나는 날개를 달아주는 살아있는 설교가 되기 위해...

 

2.청덕(淸德)

매미는 새벽 이슬만 먹고 산다고 여겨 맑은()덕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어진 임금은 세상의 온갖 더러운 욕심의 유혹에서 자신을 깨끗이 지키는 자가 아니겠는가. 성경도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쫓는 옛사람을 버리라”(4:22)하지 않았던가. 예수는 교회를 향해 세상의 소금이 되라 하셨다. ‘소금맑고 깨끗함의 상징이다. 고대인들이 가장 깨끗하고 맑다고 여긴 두 개의 자연, 곧 태양과 바닷물이 만나 생긴 것이 소금이기 때문이다.

 

3.염덕(廉德)

매미는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인간이 땀흘려 지은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 하여 염치를 아는 곤충으로 칭송받고 있다. 존경하던 어는 노() 장로님의 입에 붙은 말이 그리스도인은 염치를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목사를 비아냥 거리는 먹사라는 호칭은 염치를 모른다는 뜻이 함의된 것이리라. 몰염치한 목사가 적지 않다는 세상의 비난이리라. 몰염치도 부끄러운데 더나아가 파렴치한 모습도 보지 않는가. 재개발 구역 안에서 턱없는 보상을 주장하며 나홀로 투쟁하는 유명한(?) 교회도 있지 않는가. 빠른 입주를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외면한 체....그 예배당 한구석에서도 매미는 노래할 것이다.-“염치를 아세요라고....

주욱중목사, 조은비전교회담임, 연세대학과법학과졸업, (주)대우근무, 장신대신대원(M.Div), 역서로는 [거룩한 죽음], [지성인을 위한 신앙 지침서] 등이 있다.
주욱중목사, 조은비전교회담임, 연세대학과법학과졸업, (주)대우근무, 장신대신대원(M.Div), 역서로는 [거룩한 죽음], [지성인을 위한 신앙 지침서] 등이 있다.

4.검덕(儉德)

매미는 평생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검소하기 그지 없으며, 어느 장로 대통령의 좌우명이던 무소유를 온몸으로 구현한 검덕의 끝판왕이라고 한다. 예수께서는 두 벌 옷도 금하고, “베낭이나 양식이나 전대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6:7,8)고 하셨다. 예수 자신도 이무것도 가지지 않으셨다. 그 대신 나귀도 빌려서 타셨고’, 마지막 만찬장인 디락방도 빌려서사용하셨다. 렌탈(rental)인생-예수께서는 무소유를 이렇게 실천하셨다. 원하시면 모든 것을 다 가지실 수 있었지만! 글을 쓰는 동안 한 가지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여의도의 모교회, 교회의 부속땅을 3천억원에 매각하다. 매미가 놀라서 노래를 그칠 판이다.

 

5.신덕(信德)

매미는 올 때와 떠날 때가 어김이 없기에 믿음이 가는 존재라고 한다. 스스로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기에 신덕(信德)의 상징이다. 교단의 최고법으로 세습을 금지하였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 교단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가 세습을 감행하였다.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교회를 세상이 믿을리 만무하다. 큰 사업을 하던 C 장로님-6.25 직전 은행에서 큰 돈을 빌렸는데, 전쟁을 빌미로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자들이 태반이지만 홀로 끝까지 은행에 채무를 상환한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신덕의 일화이다. 매미는 오늘도 노래한다.-“한국교회에 신덕을 회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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