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30대 초반 청년 L씨의 고민을 들었다. 세무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다. 군 제대 후 다양한 회사에 입사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해 이직을 많이 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실직과 더불어 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부동산 광풍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 청년은 동학개미의 대열에 합류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주식과 비트코인과 오피스텔 분양에 신용카드대출 약 3000만원과 빚을 내서 8000만원 가까이 투자를 했다. 결과는 오피스텔 투자 금액 3700만원 회수가 불가능하고, 비트코인은 원금 회수 자체가 어렵고, 주식은 작년에 재미를 보았지만 금년에 들어와서는 마이너스로 돌변하여 정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급한 채무 2000만원은 부모가 대신 대납하여 해결했다. 문제는 직업이 없기에 매달 들어가는 원룸 40만원 임대료를 비롯한 생활비, 신용카드 대출금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혹시나 아들이 잘못될까봐 부모가 잠시 생활비를 대주고 있지만 청년은 부모님에게 짐을 떠넘겼다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청년 L씨의 고민은 이 청년만의 고민이 아니라, 오늘 한국에서 살고 있는 흑수저 청년들 대다수가 경험하는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아픔이며 고민이다. 어떤 분들은 그까짓 1억도 안 되는 돈 가지고 뭘 고민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정 수입도 없고, 빚까지 있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버거울 것이다. 무엇보다 비빌 언덕이 전혀 없는 청년들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현실을 반영하듯이 최근에 고독사 하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청년 L 과 긴 시간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건강한 젊은이가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며 아파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펐다. 사회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버린 현실 앞에서 청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한 젊은이의 부족함이 아니라 현실 구조의 문제점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

직업과 관련된 대화 정리

1)평생 직업과 돈의 관계

돈이냐? 직업이냐? 우선순위 문제에서 돈보다 직업에 관심을 두는 것이 먼저이다.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 하며, 직업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 사회적 대우도 달라진다.

100년 인생을 살 때, 시간과 열정과 삶을 불태울 수 있는 직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업은 필수요건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부분 부모세대가 자녀를 양육할 때 공부만 하라고 요구 했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사회봉사하며 가치를 위한 삶을 살 것인가? 대화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학교 교육도 비슷하다고 본다.

 

2)형제의 투자 이야기를 듣고

(1)2020년부터 투자해왔던 부동산, 주식투자, 비트코인은 직업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경제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다양한 투자를 시작 했다고 볼 수 있다.

(2)직업은 전문성이 필수조건이다. 전문성은 오랜 시간 땀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형제의 투자는 전문성이 배제된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빚을 내서 투자하였기에 리스크로 남았다.

(3)만약에 세무회계 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일을 계속했다면, 지금 겪는 방황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3)대학에서 세무회계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무회계학과를 선택한 것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전문직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나를 상품 가치 있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전공을 선택했다. 그런데 세무회계학 공부가 쉽지 않았다. 자격증 취득에 실패를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적응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아 이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전공 선택에 있어서 직업의 정신적사회적미래적 가치를 위한 생각보다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넉넉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전공을 선택했던 것 같다.

돈을 많이 벌면 남들이 하는 정신적 가치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늪에 빠진 느낌이다. 돈이 많으면 기부도 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볼 수 있고, 사람답게 품격 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식이나 몸으로 도와주는 것보다 돈으로 도와주는 것이 더 낮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작년 주식 투자 수익으로 인해서 사회단체에 기부도 나름대로 많이 했다. 돈이 쉽게 들어오니까? 쉽게 쓰게 되었다(외식비, 문화유지비 등). 채무변제하다 보니 지금은 주식이 15만원만 남았다. 클릭 몇 번에 300만원씩 벌던 생각을 하면 현실적으로 지금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일해서 돈을 번다고 해도 한 달에 2백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10,000원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고 살아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밥벌이는 해야 내일이 있다.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는 너무도 중요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을 추구하지 말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두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보자. 두 가지를 깊이 고민하면 좋겠다.

 

1)직업을 지금 당장 찾을 것인가?

비전도 없이, 미래에 대한 꿈도 없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일에 허덕이다보면, 이직을 밥 먹듯이 했던 3,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것이 돈이 적다하더라도 몇 년 후에 발판이 되어 준다면, 현재 그 일을 묵묵히 견디며 행복하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 순간순간 때우기 식의 일을 한다면 일터에서 전문적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실력과 경험을 쌓아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데 발판이 된다면, 현재의 직업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다. 희망이 있으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희망이 없고,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호구지책을 위한 일이라면 오랜 시간 견딜 수 없다. 미래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현재 힘들어도 청춘을 전부 드리면 행복이라는 것을 선물로 받는다.

 

2)미래 직업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인가?

현재 형제는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에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원하는 기본적인 자격증이 없고, 오랜 시간 한 직업에 근무하지 않았기에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면 과거의 삶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인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청된다. 그러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만약에 국가 자격증과 관련된 직업을 원한다면 집중적인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가족은 기다려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준다. 반대로 목표가 없이 시간만 흘러 보낸다면 가정에서 갈등이 늘 존재하며, 시한폭탄처럼 가정 분란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전문적인 자격증 취득이나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형제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을 던졌다. “형제는 부동산 공부를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것에 도전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나마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으므로, 만약 부동산 공부를 한다면 부동산 자격증 취득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 자격증은 운전면허증과 같이 흔하다는 것이다. 자격증 취득 후 미래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리 경쟁력은 없다고 본다. 부동산 자격증 취득 후 부동산을 직업으로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뚜렷하게 할 일을 찾지 못해서 단순하게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는 것과 부동산을 직업으로 선택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담임,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변화산기도원협력원장(춘천)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담임,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변화산기도원협력원장(춘천)

 

식사한 후 까페에서 나눈 대화 정리

현대사회에서 돈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돈은 지킬 수도 있고 못 지킬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머리에 저장된 지식은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가지 못한다. 돈 보다는 미래를 담아낼 지식을 쌓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좋겠다.

평생학습을 하지 아니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30대의 눈으로 보면 뒤쳐진 느낌이 들지만 120년 정도 산다고 볼 때, 이제 1/4 살았다. 아직 3/4이 남았다. 인생은 몇 모작도 가능하다. 인생을 좀 더 길게 보면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실력이 없으면 무시당한다. 실력은 기본이다. 실력을 쌓기 위한 도구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학교, 도서관, 강좌, 책 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잘되어 있다. 용기와 비전만 있으면 자기 성장의 길은 많다. 성장하면 현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정기간 실력을 쌓는데 시간을 드려보라. 최소한 선택한 분야에서 20-30권정도 기본적인 책을 읽어야지만 길이 보인다.

직업이 있든, 직업이 없든, 상황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이 중요하다. 예배생활은 필수이다.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며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간구하라. 기도하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 또한 말씀과 기도와 예배로 무장하면 흔들림 없이 선택한 길을 묵묵하게 걸어간다. 마음에 질서가 생긴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겠다. 형제를 위해서 기도하겠다.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부동산 광풍이 몰고온 정책 실패의 아픈 현실이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앞으로 이어질 실패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찾아온다면 어찌 감당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복원되기는 쉽지는 않다. 개인이 감당해야할 몫으로 남을 것이다. 수많은 아까운 젊은 청년들의 죽음의 향연이 찾아올까봐 겁이 난다. 그런 뉴스를 접하는 것은 괴로움을 넘어 고통이다. 답답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안에서희망을 품어본다. 

처음 만남에서 많은 시간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대화의 내용을 정리해주었다. 조용한 시간 다시 끄집어서 읽는다면 인생의 길을 잡아가는데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이다. 그리고 꼬막 비빔밥과 커피를 사주는 것으로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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