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가운데 개입하시는 하나님

최병희목사, 전주아름다운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최병희목사, 전주아름다운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1942118일 미국 역사상 최대의 화재가 보스턴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하였다. 그리하여 무려 493명이 화재로 죽고 200여 명이 불 속에서 구출되었다. 당시 병원에서 근무하였던 린드만(Henry Lindeman) 박사는 정신건강 연구소에서 불 속에서 구출된 100명을 면담하였다. 그런데 죽을 뻔 한 위기에서 살아난 이들의 85%가 오히려 그것이 건설적인 체험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새 출발 하거나, 신앙으로 돌아오거나, 부부관계가 좋아지거나, 나쁜 습관을 고치는 등 좋은 열매를 거두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린드만 박사의 연구논문에서 '위기개입' 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위기는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므로 바로 이때 누군가가 개입해주면 큰 긍정적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학설이 나온 후 생명의 전화등 위기 구조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욥과 같은 고통을 당한 사람이 없다. 악인이 형벌을 받고 죄인이 고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욥은 의인으로서 고난을 당했던 것이다. 본래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고 자녀들이 혹시나 하나님께 범죄하지 않았나 늘 조심하고 주의하던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욥은 자녀의 수대로 번제를 드릴만큼 악에서 떠나려고 애썼던 사람이다. 이러한 욥이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욥은 이런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욥은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1:21)라고 찬송하였다. 그리고 욥은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23:10)라고 고백하였다. 욥은 하나님의 시련이 끝날 때 용광로에서 연단 받은 금처럼 자신은 깨끗하고 순결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심판대에서 의로운 자로 인정받을 것임을 확신하는 고백이다. 그러므로 욥은 지금 당하고 있는 위기와 고통은 자기를 영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를 복되게 하는 것이다. 영적 생명을 더욱 풍성하게 누리게 하는 과정이라고 분명히 믿었던 것이다.

혹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고통을 통해 하나님께서 심령을 깨끗하게 하시고, 인격을 성숙시키시며, 삶을 단련시켜서 순금같이 세워 주실 것이다. 위기 가운데 하나님이 개입하여 주심을 기도해야 한다. 코로나 가운데에도, 전쟁 가운데에도, 산불 가운데에도 개입하여 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도 욥처럼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 고백하기를 소망한다.

 

내가 순금같이

나오리라

 

예수원을 설립한 대천덕 신부의 본명은 아쳐 토레이(Reuben Archer Torrey)로 성공회 신부이다. 그가 중국 선교사로 일할 때 자동차 사고로 팔을 하나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불행한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사명을 받았다. 6.25 전쟁으로 팔다리를 잃은 많은 한국 청년들을 향해 예수님의 심장을 품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1951년부터 그들을 위해 의수족 사역과 전도사역을 하면서 한국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자신의 사명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1965년 강원도 태백에 예수원을 설립하여 한국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였다. 아쳐 토레이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변치 않음을 믿고 사명을 감당한 것이다.

사람마다 누구든지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 뜻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일생동안 세상을 살면서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리고 그 뜻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마도 내 뜻대로 되는 것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들이 원망하고 불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원망하고 불평하게 된다. 그러나 성도는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내 뜻을 이루는 것보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을 더 귀하고 보배롭게 여기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내 뜻보다 중요한

하나님 뜻

 

욥은 내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소원했다. 하나님이 행하시고자 하는 일을 아무도 거역할 수 없다. 거역하면 거역할수록 우리의 생은 비참해 진다. 더 큰 고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오직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해야 한다. 나를 향한 변함없는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붙들어 매고 하나님의 뜻 위에서 묵묵히 행할 때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욥은 스바 사람을 원망치도 않았고, 갈대아 사람을 원망치도 않았다. 충성스럽게 양 떼를 지키지 못한 종들을 원망치도 않았고, 자기를 저주하고 도망간 아내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다. 욥은 삶 속에 온갖 고통의 소용돌이가 있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 가심을 믿었다. 그러기에 욥은 오로지 하나님께 영광 돌릴 뿐이었다. 문제의 해답은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음을 믿어야 한다. 우리도 욥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뜻이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John Bunyan)은 원래 청교도로 복음전도자로서 소명을 받고 열심히 사역하던 능력 있는 목사였다. 그러나 복음전도의 사역을 포기하라는 핍박자들의 요구를 거절하여 무려 12년 동안 투옥되었다. 처음에는 왜 오랜 세월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존 번연을 향한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 그는 감옥에서 이 기간에 천로역정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쓸 수 있었다. 만약 존 번연에게 이런 시련의 시간이 없었다면 천로역정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Amazing Grace'로 알려진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의 가사를 지은 존 뉴톤(John Newton) 목사는 존 번연의 생애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께서 유능한 설교자의 입을 다물게 하시면서 넓은 문을 여시는 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유들이 있다. 만약 존 번연이 감옥에 갇혀 있지 않고 설교를 계속했다면 자신의 했던 일의 절반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쓴 천로역정은 수세기 동안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후에 존 번연도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게 되었다. 나로 하여금 더 크게 쓰시려고 감옥의 고통을 주셨다고 말하면서 "하나님은 작정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고백하였다.

 

 

욥은 상처가 나서 썩어 문드러지는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향해 하나님의 하시는 역사를 보게 된 것이다. 욥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련과 고난도 의미를 알고 보니 하나님의 작정하신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오히려 더 성숙한 믿음이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고난 전까지는 하나님의 역사가 추상적이며 관념적이었지만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게 되었다. 욥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작정하신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이루시기 위해 고난을 주었다고 깨달은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작정과 계획이 있다. 그에 따른 섭리하심과 인도하심과 역사하심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꼭 이루시는 분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작정에는 후회함이 없으며 포기하지 않으신다. 우리 자신의 고통 속에 있는 하나님의 작정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코로나 속에 있는 하나님의 작정, 전쟁 속에 있는 하나님의 계획, 화재 속에 있는 하나님의 연단을 통하여 욥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작정하신 것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인간의 절망은 하나님의 희망의 시작이다. 하나님은 캄캄한 밤중에 환한 아침을 준비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역경 가운데 있을지라도 보이지 않게 일하시며 도우시는 하나님이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나를 더욱 성결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연단하시는 하나님, 그런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우리도 삶의 고통 속에서 욥과 같은 신앙고백을 하므로 순금같이 변화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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