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의 슈바이처라 불리던 의사 김경희 원장은 20201022100세를 일기로 천국에 입성할 때까지 정동제일교회 장로로 하나님을 섬겼다. 그는 1984년에 서울 노원구 상계동 판자촌에 은명의원을 개원하였다. 김경희 원장은 내과를 개원하고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료의 질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오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1000만 받고 진료를 하였다. 당시 택시 기본요금이 800원이었다. 고교 3학년 때 폐결핵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는 기도를 했고 평생 그 약속을 지켰다.

김경희 원장은 이 사람 의사 김경희라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어머니께서 못다 하신 주님의 일을 불초한 이 몸이 계승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서 버림받은 소자들에게 베풀겠습니다." 당시 가난한 주변 친구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본 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였던 세스란스의전 2학년 때부터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진료봉사에 나섰다. 광복 후엔 서울역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돌아온 교포들을 치료했다. 1970년대에는 판자촌을 돌며 무료진료를 이어갔다. 그리고 2004년 노환으로 병원문을 닫기 전까지 홀몸노인들을 위해 무료 왕진을 다녔다.

김경희 원장은 부모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온 은명(殷明)’이라는 이름으로 장학회와 심장수술 후원회를 만들어 이웃을 도왔다. 리고 1996년에는 평생 모은 재산 53억에 해당되는 토지를 연세대학교에 기부했다. 동네 빵집을 하던 아들 등 네 자녀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자립하도록 하였다. 의사로서도 부모로서도 귀감이 되는 모습이다.

그는 병원문을 닫기 3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안 가면 도움을 받던 가난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다."라며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경희 원장은 슈바이처의 이 말을 가장 좋아했다. "나는 오직 한 가지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진실로 행복한 사람은 섬기는 법을 갈구하며 발견한 사람이다." 김경희 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또한 참된 경건의 모습을 보여 준 그리스도인이었다.


참된 경건과 헛된 경건


야고보서는 참된 경건과 헛된 경건을 말한다.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1:26) 사람들은 종교적 행위를 통해 자신이 경건하다고 스스로 확신을 가진다. 그러나 종교적 행위를 해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면 그 경건은 헛될 수밖에 없다.

참된 경건이란 욕망에 끌려 사는 자기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어 순결한 양심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자기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순결한 양심으로 예배해야 한다. 참된 경건의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만 섬기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하며 하나님께 모든 삶을 바친다. 그러기에 경건의 모양만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다.

경건의 사람은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믿음을 보인다. 그것이 참된 경건이다. 행함이 없는 성경 지식, 행함이 없는 성경 공부, 생각 없이 말씀을 듣기만 하고 지나치면 헛된 경건에 이를 수밖에 없다.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경건의 모양만 취하기 때문이다. 말씀을 들을 때 헝클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고치지 않고 돌아서 버린다. 그리고 말씀을 들은 것만으로 안위를 받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참된 경건은 우선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적용하고 말씀대로 행하여야 한다. 귀로 들은 말씀을 손발로 행하여야 한다. 그 때 참된 경건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말은 한 번 하면 시간과 공간 속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자 하는 말이든 상대가 있어 하는 말이든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든 마음에 떨어져 씨가 된다. 그 씨가 생명의 씨로 심어질 경우가 있고 혹은 사망의 씨로 심어질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경건의 사람은 믿음의 말과 긍정적인 말을 하여야 한다.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고 말하기를 조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언어생활을 위해 혀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 경건은 혀를 제어하며 선한 말을 하는 삶에 있다. 그러므로 참된 경건은 자기와의 관계가 바로 서야 한다. 경건의 사람은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입에 재갈을 물리므로 파수꾼을 세워 거룩하고 아름다운 말을 하여 이웃에게 덕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어야 한다. 그 때 참된 경건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최병희목사. 전주아름다운교회, 서울신대신학박사
최병희목사. 전주아름다운교회, 서울신대신학박사

 


"아줌마가 샌드위치를 공짜로 준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미국에 비 샐래자(Bea Salazar)1990년 척추 수술을 받은 뒤 허리를 쓰지 못했다. 그녀는 우울증에 걸려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거기서 어린 소년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보았다. 그 소년은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는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불쌍한 마음이 들어 소년을 데리고 들어와 빵에 땅콩버터를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샌드위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 소년은 집을 나간 뒤 불과 15분도 지나지 않아 친구를 여섯 명이나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물었다. "아줌마가 샌드위치를 공짜로 준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샐래자는 부모들이 일에 시달려 자녀를 돌보지 못하자 아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이었던 그녀는 지역사회의 교회들에 이런 현실을 알렸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구호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의 선행에 감동을 받은 한 사람이 건물을 기증했다. 그곳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100명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날마다 먹을 것을 주며 돌보아 주었다. 10년이 지난 뒤 아이들 가운데 5명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하였다. 비 샐리자는 "샌드위치 하나가 내 인생은 물론이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게 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만 생각하고 이웃을 돌보다 보니 나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믿음이 될 때 거기에서 참된 경건의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경건은 환난 중에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는 것으로 증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참된 경건은 이웃과의 관계가 바로 서야 한다.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하나이다. 이웃에 대한 돌봄은 억지나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가 많다고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은 이웃사랑입니다. 참된 경건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가나안농군학교를 만든 김용기(金容基) 장로는 일제 강점기 때 경기도 광주에서 농촌운동을 하였다. 일제가 요구하는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하지 않자 아들은 퇴학을 당하였고, 그는 경찰서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한번은 다다끼(立芝)라는 일본 고등계 주임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를 맞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고문을 당하고 비틀거리며 나오는데 일본 형사들이 김장로의 뒤를 향해 "훌륭해! , 훌륭하고말고. 저래야 하지!"하는 것이다. 그때 김용기 장로는 ", 내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감사하며 돌아왔다. 그다음부터 일제는 김용기 장로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경찰들이 김용기 장로의 경건한 믿음을 인정한 것이다.

믿음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경건한 믿음이어야 한다. 교회에 나와 예배드리는 것만으로 경건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키에르케고르 (S. A. Kierkegaard)는 행위가 없이 형식만 갖춘 교인들을 향하여 "이미 세 번이나 차를 우려낸 찻잎을 쌌던 종이로 차를 만들면 그것도 차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비판하였다.

늘 말씀 듣는 일에 힘쓰고, 들은 말씀을 손과 발로 행하며, 하나님을 향해 모았던 손길을 세상의 어려운 자들을 향해 펼쳐야 한다. 새로운 잎으로 막 우려낸 차처럼 진한 향기와 깊은 맛을 내는 참된 경건의 믿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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