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 목사】 친절은 고급 메뉴이며 상품이다

  • 입력 2023.05.31 07:04
  • 수정 2023.06.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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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인드 (10)

 

어떤 경로로 사람을 만나든 만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결국 감동 받은 이 한 사람의 입소문을 통하여, 사업에 더 많은 성공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백화점을 방문하여 일반 상점보다 가격도 비싸고, 제품이 더 좋지 않더라도 백화점 제품인데 당연히 비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화점의 제품의 가격이 일반 상점보다 훨씬 비씬데도 불구하고 굳이 백화점을 선호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백화점을 방문해 보면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옷이나 제품을 사고 난 며칠 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가지고 가면 군말 없이 반품을 잘 받아 주기 때문이다. 옷이나 제품의 가격 속에 서비스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굳이 일식집을 갈 때도 적은 가격에 훨씬 푸짐한 일반회집을 뒤에 두고, 회가 더 나은 것 같지도 않은 고급회집을 방문해야만 잘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고급 일식집은 비싸지만, 시장의 회집보다 아늑함이 있고, 종업원들의 친절한 미소가 있고, 일반 회집보다는 고급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일식집에서 지출하는 비용 안에도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백화점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비싼 가격을 내며, 마음에 뿌듯함을 느끼며 옷을 사거나, 식사를 하고 온다. 어딘지 모르게 왕 같은 대접을 받은 것 같고, 공주 같은 대접을 받은 느낌을 얻는 것이다.

우리 자신은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일식집에서 지출하는 비용 안에는 친절이라는 보이지 않는 고급메뉴가 상품과 식사 값 안에 포함되어 있다. 친절이라는 메뉴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금을 지급하고 난 뒤에도 전혀 아까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접을 잘 받은 느낌이 든다. 서비스와 친절은 고급 메뉴이며 상품이다.

어느 여름날 법인사업자 대표 한 사람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언성言聲을 높이는데 목소리가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그 분 팔을 끌며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들으니, 연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내고 있는데 단돈 4천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사업장을 이전하는데 등록 절차를 밟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그 분이 화가 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건물의 위치, 혹은 자료상 등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내주지 않는 것은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금액은 본인이 몰랐거나, 직원들이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 납부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규정대로 처리한 여직원을 나무랄 형편도 아니었다. 이런 경우는 세금 미납이 고의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전산 상 세금이 밀린 것은 밀린 것이기 때문이다.

차를 한잔 나누고 자초지종을 들으니, 정작 이분의 불평은 딴 데 있었다. 세무서 직원이 이 설명과정에서 친절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밀린 세금이 얼마인지,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게 설명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납이 있어 안되겠는데요."

체납이 얼만데? 나 세금 다 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언쟁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었다.

혹시 세금을 아직 못 내신 것이 있습니까?”

얼마 밀린 세금이 있는데, 아시고 계십니까?”

밀린 세금이 얼마 있기 때문에, 등록증이 즉시 교부되기 어렵습니다. 혹 시 이 밀린 세금 모르세요?”

 

더 좋고 쉬운 표현으로 부드럽게 대해 줄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납세자를 범죄인처럼 취급하며,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하느냐는 것이다. 국가를 위하여 지금까지 세금을 낸 금액이 얼마인지 보고 이야기를 해도 해야 할 것이란 게 이분 주장의 요지였다. 차 한 잔과 편안한 대화를 나눈 뒤, 이분은 극구 4천 원의 밀린 세금에 대한 돈을 내고, 영수증을 제시하며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아 간다. 꽉 막힌 직원이나, 화를 내는 민원인이나, 누가 잘못했다고 잘잘못을 따질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민원창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 상대편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단돈 4천 원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을 바로 교부하지 않는 직원을 두고,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속칭 유도리가 없다는 말을 이 때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납세자의 말을 들어보면 절대적으로 맞는 말인 것이다. 이분이 후에 사무실을 찾아와 지방세를 납부하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아파트를 취득하고 국가에 정당하게 세금을 내기 위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실지 매매가 그대로 신고하려 했으나, 구청 직원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거의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이 모두 다운계약서를 써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낮게 신고할 때였다. 덕분에 한 시간 동안 공직자의 자세에 대하여 강론 아닌 강론을 들었다.

지금은 20여 명이 넘던 직원들을 정리하고, 사업을 축소하여 용산에서 당초 하던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행복을 주는 공무원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말일 것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어느 사장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를 보고, 직장인보다는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한다. 이 정도만 사람을 응대하면 무슨 사업을 해도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친절이 어떤 것인지를 체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어떤 경로로 사람을 만나든 만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결국 감동 받은 이 한 사람의 입소문을 통하여, 사업에 더 많은 성공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업가와의 만남은 마음의 감동이 어떤 곳에서 부터 출발하고 어떤 결과를 얻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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