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칸소주에 본부를 둔 국제개발 비영리기관인 Heifer International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수송선들은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 무기와 전쟁 물자를 한반도로 실어 날랐습니다. 전쟁 물자를 가득 싣고 태평양을 건너는 수송선에는 특이하게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가죽 부츠를 신은 목동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아칸소주에 본부를 둔 국제개발 비영리기관인 Heifer International을 통해 한국으로 보내지는 가축(家畜)을 돌보기 위해 배에 탄 목동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 목동들을 소 떼를 몰고 초원이 아닌 바다를 건넌다는 뜻에서 ‘원양항해 목동(Seagoing Cowboys) ’이라고 불렀습니다. ‘원양항해 목동’들은 전후 한국의 구호사업에 쓰일 가축을 돌보기 위해 배에 올랐지만, 배 위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폭풍우를 뚫고 뱃멀미와 싸우며 부산항까지 7주간의 항해를 해야 했습니다. 멀미로 나뒹구는 가축들을 돌봐야 했고, 가축에게 먹일 건초와 귀리 더미를 나르다 보면 몸살이 날 만큼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가축을 먹이고 잠자리를 봐주는 일도 고역이지만, 가장 고달픈 일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가축 배설물을 신속히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젖소, 황소, 돼지, 염소 등 가축 3,200마리를 한국으로 실어 보냈는데, 가축을 실은 수송선에는 원양항해 목동 20여 명이 동승했고, 이 작업에 동원된 목동이 총 3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헤퍼 인터내셔널’을 통해 한국에 보내진 가축은 전쟁으로 망가진 축산업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데 종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단체에서 보낸 것은 가축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아리로 부화할 수 있는 종란 21만 6천 개를 항공편으로 보내므로 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의 농촌에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1954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공항에는 한국을 향해 출발하는 비행기 한 대가 특별한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손님은 꿀벌이었습니다. 200개의 벌통에 나눠 담긴 150만 마리의 꿀벌들은 염소 75마리, 토끼 500마리와 함께 한국으로 보내졌습니다. 

당시 꿀벌 운송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전쟁 중에 살충제가 다량 사용되면서 식량을 생산하는 작물의 꽃가루를 운반하는 곤충 대부분이 사라졌고, 굶주린 한국인들은 방사한 벌을 사용해 작물을 수분하고 재배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꿀벌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별도의 비행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일반적인 비행기의 비행 고도는 8,000~9,000피트지만, 당시 꿀벌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보다 절반 이하인 약 4,000피트 정도에서 비행했습니다. 또 비행거리 2~3,000km의 중형 프로펠러기를 이용하다 보니 미국에서 한국까지 여러 기착지를 거쳐 3박 4일간 비행해야 했고, 눈, 비, 얼음 등 조종사의 시야를 가리는 악천후를 뚫고 가야 했습니다. 수많은 이의 헌신과 도움으로 한국에 보내진 가축(家畜)과 종란(種卵), 꿀벌을 통해 한국은 산업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농업과 축산업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보내온 가축은 전쟁 후 한국이 빈곤국을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농가에는 생계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헤퍼 인터내셔널에서는 가축과 꿀벌을 수송하는 프로젝트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Operation Noah’s Ark for Korea’. ‘한국을 위한 노아의 방주 작전’이라는 뜻입니다. 노아의 방주에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모든 생물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과 꿈이 담겨 있었던 것처럼, ‘한국을 위한 노아의 방주 작전’에도 가축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약속과 꿈이 담겨 있었습니다. 

금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3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전쟁입니다. 그 전쟁의 비극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낯선 땅에서 생명을 바친 수많은 이의 고귀한 희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축과 꿀벌까지 보내며 도운 우방 국가들의 도움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랑을 담아 보내는 노아의 방주 작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미국(美國)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독교(基督敎)정신에 입각한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류애(人類愛)는 하나님의 눈으로만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막강했던 힘이 상대적으로 쇠락하고 있는 미국이 자신의 방어 또는 이익을 위해서 혹시 지금 우리에게 조금은 손해(損害)가 되는 어떤 일을 해도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包容)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미국은 우리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해 주었고 경제발전과 안보는 물론 미개했던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각골난망(刻骨難忘)이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글_해광]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