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2023년 도시 중심에서 시골 중심으로 삶의 자리에 변화가 찾아왔다. 사람 중심, 일 중심의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서 일주일 하루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만은 타인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금요 철야를 마치고 쏜살같이 춘천에 있는 기도원으로 내려온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사람과 떨어져서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매주 반복되는 습관이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피부에 다가오는 건강한 느낌 체험하기, 개울에서 목욕하며 온몸을 물속에 오랜 시간 버티기, 개울에 뿌리를 박고 있는 넓적인 큰 돌에 앉아 멍때리기, 개울에서 발을 담그고 있으면 피래미들이 발가락과 종아리를 주둥이로 쪼는 촉감 느끼기,  물끄러미 산에 있는 나무들 쳐다보며 산소를 마음것 폐에 집어넣기, 정원 잔디밭 잡초를 뽑으면서 마음의 잡초도 제거하기, 그라인더에 콩을 갈아 커피 향을 음미하며 차 한잔으로 여유 부리기, 마음과 눈동자가 머문 곳에 있는 책을 뽑아 마음이 움직이는 한 문장이나 한 단어를 깊이 묵상하기. 한밤중 깊은 밤 홀로 시원한 물을 온몸에 뿌리기. 맑은 하늘 구름이 뭉개뭉개 향연을 펼치는 모습 감상하기 등 계획표도 세우지 않았는데, 매주 몸이 미리 알아서 움직여주고 있다. 억지로가 아니라 몸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가고 있다. 내 몸이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것이 행복인 것을 왜 그리 몰랐는지...지구촌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은 이런 호사도 누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도 배부른 자의 놀음으로 보여질까?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한주에 하루, 사람도 없는 산야에서 혼자 지내는 침묵의 시간은 마음도 머리도 몸도 정화되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부모가 물려준 장소의 특권임이 분명하다. 일주일 하루는 삶의 계획표를 정하지 않는다. 침묵에 내 시간을 던져버린다. 침묵의 시간은 욕심과 욕망과 자신의 삶의 자리를 다시 들여다보는 유익이 있다. 침묵은 높이 올라갔던 마음과 상한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계의 태엽을 감고 푸는 시간인 것 같다. 침묵은 가식을 내려놓고 자신과의 대화이기에 자연스럽게 정신적 영적 관계적 다이어트가 된다. 방을 청소하듯이 일주일에 하루는 침묵으로 영혼을 청소하는 날이 되었다. 개울물 소리와 용화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밤공기가 나의 친구이다. 오늘은 밤하늘에 별이 없는 그믐달처럼 캄캄한 밤이다. 별빛이 쏟아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밤도 좋구, 캄캄한 그믐달처럼 아무것도 안 보여도 좋다. 밤에 밖에 홀로 서 있으면 온몸의 신경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시원한 물로 샤워한 후 책상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나의 손과 화면에 한자 한자 단어가 연결하여 문장으로 탄생하는 그 시간은 아무에게도 빼앗기기 싫은 나만의 여유이다.

이런 나만의 공간에서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이렇게 밤을 지새우는 시간은 탈진이 아니라 채움이 된다.

침묵과 채움은 한 뿌리인 것을 알아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비움이 곧 채움이다, 침묵은 비움의 시간이고 역설적으로 채움으로 보답한다. 진짜 부자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마음이 부자가 진짜 부자라고 한다. 외적인 것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강탈당할 수 있다. 그러나 내면은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 오로지 나만의 자산이다. 외적 요인이 부요함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적인 부요함을 지탱해주는 힘은 내면의 부요함과 담고 있는 내용으로 인해 결정된다. 내면의 부요함은 나를 내어주는 삶의 태도, 좋은 양질의 독서, 훌륭한 인생을 산 분들의 살아있는 메시지를 들으면 내면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묵의 시간은 내면을 든든하게 세우는 실력으로 쌓여간다.

인생의 반 바퀴를 돌고 있는 내 인생에 하나님은 왜 이런 시간을 주셨을까? 30, 신학과 교회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늘 그 테두리에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치며 주저앉으면 무너질까 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삶의 자리를 잘 아시는 주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이해하시는 주님의 배려인 것 같다. 침묵은 하나님의 시간표에서 나에게 주신 배려이고 사랑이다. 매주 기도원을 찾아 내려오는 것은 마음이 동했으니 몸도 가는 것이다. 그 마음의 변화, 생각의 일센치 성장과 변화는 기적이다. 그 기적은 주님이 주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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