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에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과거부터 들은 역사이야기도 있고, 세상을 구한 영웅의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도 있었다. 그 이야기에는 시도 있고, 누군가를 설득 시키려는 연설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선과 악을 구별하게 되고, 이야기를 들으며 좋아함과 싫어함을 구별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게된다. 더 나아가 사람은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들은 이야기의 틀 안에서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이해하게 된다. 이야기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틀보다 더 넓은 틀이다.

예를 들면,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다윗이 기드론 시내를 건너 마루턱에 앉았을 때 후새가 찾아온다(사무엘하15장). 다윗은 압살롬의 전략을 깨뜨리기 위해 ‘나를 위하여 아히도벨의 모략을 패하게(사무엘하15:34)’해 줄 것을 요청한다. 후새는 다윗의 말을 따라 압살롬에게 가서 압살롬의 지략가인 아히도벨이 다윗을 공격하자는 계략을 물리친다. 아히도벨은 아주 논리적으로 지금 당장 다윗을 공격하자는 계략을 이야기했고, 후새는 다윗의 ‘과거 이야기’를 근거로 아히도벨과 반대되는 계략을 이야기함으로 다윗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한다. 압살롬은 아히도벨의 논리적인 계략보다는 후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계략을 택한다. 물론 이 사건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바탕이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논리보다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성경은 이야기로 구성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침으로 만들어진 ‘여호와 이레’에 대한 이야기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알게해 준다. 간음한 여인을 구원해 주신 예수님 이야기는 예수님의 구원이 사람의 생각을 뛰어 넘는다는 것을 알게해 준다. 십자가도 사람의 예상이나 논리를 뛰어넘는 것이다. 십자가의 끝은 예수님의 죽음이 아닌, 예수님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어떻게 이루어가시는지를 보게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에 자리한다. 삶이 어려울 때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히브리서의 저자는 예수님의 이 이야기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여러 장치를 보게 된다. 창세기22장의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을 들은 아브라함을 본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세기22:2)’고 명령하셨다.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지만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는 명령 앞에서 주저한다. 창세기22:3-4은 의도적으로 아브라함의 행위를 천천히 이야기함으로 지금 아브라함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게 한다. 그리고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는 아브라함의 마음을 아신 하나님이 준비한 염소로 제사를 드린 후의 아브라함의 행보는 ‘이에 아브라함이 그의 종들에게로 돌아가서 함께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거기 거주하였더라(창세기22:19)’라고 이야기함으로 어려운 시험을 극복한 후의 마음의 시원함을 보게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은 정말 이야기를 잘해 주시는 이야기꾼이시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브리서11:6)’라고 히브리서 저자는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믿음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연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성령 하나님을 의지해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갈 때 하나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따르는 우리에게 때를 따라 열매를 맺고,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않는 풍성함을 주신다.

오성환 목사(광주 이야기가 있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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