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일 태권도신학연구소장.
안성일 태권도신학연구소장.

중세기 유럽에서는 물건값 정하는 일이 신앙 윤리에 속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로 여겼기 때문에 생산과 생활에 어려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도장 수업료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사실 그것은 공정거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장에서도 좋은 물건은 비싸고 좋지 않은 물건은 싼데 태권도장은 사범의 실력과 경력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업료를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태권도 실력보다 마케팅 수완이 중요해졌습니다.

상도덕으로 따지면, 나이 들면서 젊은 시절처럼 발차기도 안 되고 몸은 점점 굳어지는 사범도 젊은 사범들과 같은 가격을 받는다는 것 역시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태권도 사범이 평소 열심히 자신을 훈련하는 일은 비즈니스의 윤리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최대한 열심히 훈련해서 최선의 기술로 수련자들을 지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 들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윤리적으로나 공정거래에 문제 되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태권도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제자들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행동과 성품이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진다면 오히려 다른 도장들보다 많이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발차기를 좀 더 잘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게으른 사범은 얼마를 받아도 바가지 씌우는 사범입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훈련하여 좋은 기술과 고상한 가치를 가르치는 사범은 얼마를 받아도 싸게 받는 사범입니다. 자신의 ▲기술적 ▲정신적 ▲영적 가치의 수준을 높이며 사는 사범이 양심적인 사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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