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 전문성을 갖추고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

  • 입력 2024.06.11 10:27
  • 수정 2024.06.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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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흘러 들어가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로
마을목회 시대적 요청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게토화를 염려하고 있다. 주님은 우리를 세상에 파송하셨고 그들을 섬기며 제자 삼으라고 말씀하셨지만 오늘날 교회는 단순히 성장을 멈춘 위기가 아니다. 성장은 잠시 멈출 수 있다. 그 동안 성숙을 이루면 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성장만큼 소중한 소통을 잃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제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공간적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을 무시하고,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읽지 못한 목회는 교회 안에 갇힐 수 밖에 없다. 목회의 범주를 교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마을 전체로 보는 마을목회가 시대적 요청이다.

교회가 지역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건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교회가 지역을 섬기며 모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특히 플랫폼을 확보하고 지역과의 소통, 참여, 공감,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복지목회협의회 대표 장윤제 목사는 13년 전 기존의 전도 방식을 탈피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작부터 계획해 경기도 광주에 청림교회를 개척했다. 당초 지역아동센터로 출발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고 작은 도서관을 세워 다양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지역사회와 접촉점을 삼았다.

지역의 복합문화 공간이 된 경기 광주 청림교회
지역의 복합문화 공간이 된 경기 광주 청림교회

도서관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다음 세대들이 교회로 오게 할 수 있는 통로가 합법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 환경을 개선해 방과 후 교실로 합법적인 돌봄 공간을 준비하고 700여 종의 레고와 150종 규모의 보드게임을 구입,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방과 후 레고방에서 아이들을 돌보니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부모들 스스로가 광주시에 지역아동센터를 설치해달라고 민원을 넣어 정식으로 샬롬지역아동센터가 탄생하게 됐다. 지역의 특성상 유행이 느리고 문화시설이 열악한 점을 교회가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돌보며 책을 매개로 한 학습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게 됐다.

무료로 개방된 레고 블럭놀이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무료로 개방된 레고 블럭놀이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엄마들을 위한 쉼이 필요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다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창업 교육을 실시하며 새로운 일자리 기회까지 제공하게 됐다.

드림원격평생교육원을 통해 배움과 일자리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바리스타 과정에서는 800여 명의 교육생들이 참가해 자격을 취득했으며,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보니 또 다른 교육을 요청받아 푸드아트, 상담교육 등의 강사를 섭외해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교육하고 평생학습 시대에 맞게 제공했다.

수강료는 100% 무상 지원으로 누구나 전문적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심리상담 과정(아동, 노인, 음악, 미술, 문학, 분노조절, 학원폭력) 방과 후 돌봄교육 과정(독서서평, 쓰기, 말하기, 토론, 인성, 진로교육, 코딩, 사물인텃넷, 빅데이터, 방송SNS, 소프트웨어) 문화 수공예 과정(바리스터, 반려견, 소몰리에, 클레이아트, 푸드아트, 색종이, 아로마뷰티) 다양한 전문 자격증을 취득, 취업의 문을 다시 두드릴 수 있게 했다.

교회가 성인과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 체험장이 되었다
교회가 성인과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 체험장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문화 사회에서 외국인 가정을 위한 사역도 추진했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레고반을 운영하고, 캄보디아 친구들을 위해서는 축구팀을 만들어 7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광주지역 외국인 지원단체협의회의 지원 아래 한국다문화희망협회를 설립해 한국어 강좌, 이미용, 네일아트, 바리스타 등 교육과 취업의 장을 열어 주었다. 한국다문화희망협회는 광주시 유일의 다문화 법인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친구들을 위해 청림교회 1층 예배실을 무료로 제공해 주일 오후 현지인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베트남 협력선교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구축됐으며, 베트남 이주민 가정의 물질적·정서적 필요를 돕기 위한 다양한 공모사업 및 물품지원, 직무교육 등으로 섬기고 있다.

이주민들을 위한 문화 및 교육 공간
이주민들을 위한 문화 및 교육 공간

5월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시작된 광주 다문화 어울림 축제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으며, 12일 곤지암도자공원 대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2천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이 참석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겼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스터트롯2에 출연 중인 황기동씨를 한국다문화희망협회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경기도 광주 다문화어울림 축제의 주축을 이룬 한국다문화희망협회
경기도 광주 다문화어울림 축제의 주축을 이룬 한국다문화희망협회

청림교회는 마을교회다. 지역을 섬기는 교회로 선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언제나 드나들며 쉼과 배움, 일자리까지 얻을 수 있는 칭찬 받는 교회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외국인들을 섬기고 사랑을 부어주는 교회로 지역사회에 소문이 자자하다.

장윤제 목사는 지역을 섬기는 시작점은 작은 도서관에서 출발했다.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을 거점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목사 대신 도서관 관장으로 필요한 부분을 돕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들이 건강한 열매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목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에 대한 바른 이해와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건 없는 수용과 경청, 지지, 반응이 소통의 전제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회가 영혼구원을 위한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에 한 구석을 밝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억울한 이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교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필요한 역할을 힘 있게 풀어갈 수 있는 구심점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장 목사는 예수를 모델 삼아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면서 세속화가 아니라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 넓은 마음으로 이웃의 필요에 함께 동참하는 열린 목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청림교회는 개척 초기 전도지 대신 전단지를 돌렸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꾸니 도서관을 통해 교회를 방문했던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교회에 모이고 성도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교회가 됐다. 이제는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교회, 모두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교회로 도약하고 있다. 장 목사가 추구하는 방향은 복지목회다. 물질도 나누지만 정보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70여 가지 컨텐츠도 공유하며 심리상담과정, 방과후돌봄과정, 문화, 수공예과정 등 모바일 리더십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가 사회와 소통한다고 말하지만 일방적일 때가 많다. 진정한 소통은 수용하고 지지하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교인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런 교회가 되려면 전문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 없이는 오래갈 수 없다. 교회가 전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장 목사는 교회에 대한 공간의 이해가 교정되어야 한다. 공간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장소를 넘어서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상식을 깨지 않으면 안된다건물의 권위를 강조하는 예배당에서는 아이들과 레고를 할 수 없고 노래교실을 할 수 없고 뛰어놀 수 없다. 교회 공간에 대한 이해가 목회자들에게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회는 성전이지만 우리의 마음이 곧 성전이다. 고인물은 반드시 썩는다. 지금 이 시대는 지역사회에 문을 열고 과감히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사회가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교회가 지역사회로 나가기 위한 물꼬를 터줘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순결하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상에 나가 영향력을 끼칠 수 없고 존재감을 잃어버리면 종교적 형식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상에 대한 영향력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세상으로 흘러 들어가야 필요를 채울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내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큰 교회만 하는 일이 아니다.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준비해서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때 진정으로 건강한 교회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더욱 폐쇄되고 고립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벽을 허물지 않으면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고 만다. 세상으로 나아가 지역의 발전에 함께 노력하는 문제해결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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