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는 너무도 향긋하다. 환경이 주는 선물이다. 교회 주변은 한강변이라 인가도 없다. 아직 미개발 상태라 사방이 트여 있어 답답함이 없다. 이렇게 이 자리에서 들에 핀 잡초처럼 꾸밈없이 원초적인 모습으로 24년째 끈질기게 살고 있다. 내 스스로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 생명력 하나 만큼은 남부럽지 않을 것 같다. 때로는 이런 모습이 답답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점점 나아기 먹어가면서 참 좋은 환경 아래 살아온 것이 감사로 다가온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은혜요 축복인것이 깊이 다가온다.
교회 입구에 5평 정도의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다.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는 것은 인생에 큰 기쁨이다. 무엇보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텃밭을 처다본다. 새벽이슬과 공기를 먹고 있는 식물의 자태는 그 자체로 경의롭다. 싱싱한 줄기들이 뻗어있는 모습은 생명력의 상징이다.
텃밭에 3주전에 배추를 심었다. 그런데 뜨거운 날씨로 인해 비실 비실 말라죽어갔다. 물을 주어도 맥을 못 추고 힘겹게 생명의 한 줄기를 붙들고 겨우 붙어있었다. 올해 배추 농사는 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를 먹기 위해 심는 것이 아니라 싱싱한 가을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가을의 대명사 배추의 자람은 내안에 고향의 향취을 찾아가는 본능을 일깨운다. 고향의 향기와 그리움을 담고 있는 어린배추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양 이틀 밤에 보슬비가 내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고마운 비임을 느낀다.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보슬비는 보약이다. 비실비실 죽어가던 배추가 하늘의 비를 맞고 쑥 자라 제법 모습을 갖추었다. 열 번의 수돗물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처방전이었다. 고마운 새벽 이슬비였다. 이슬비가 주는 은혜로 싱싱하게 뻗어있는 자태가 제법 배추의 모습을 회복했다. 나도 덩달아 근심이 변하여 기쁨이 됐다.
영혼이 힘을 얻는 것도 은혜를 받으면 살아나듯이 식물도 하늘의 비를 맞으며 살아났다.
가뭄이 든 일터, 끝자락에 놓여 있는 가정, 시름시름 말라가는 일터와 인생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성거리며 한숨짓고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에게 아직 내 인생 희망이 있습니까? 묻는다면 여전히 당신의 인생에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삶의 자리가 어떠하든지 간에 그 자리에서 수고의 땀방울을 흘린다면 하나하나가 모여 큰비가 되어 큰 강이 될 것이다. 소망을 품는 것이 믿음이다. 오늘 이 하루도 주님 의지한다면 낭비가 아니라 축복의 DNA가 될 것이다. 눈물로 씨를 뿌리면 반드시 기쁨의 단을 거둘 것이다. 매순간을 감사와 기쁨과 사명과 비전을 선택하라. 포기하면 처음에는 작은 차이만 있다. 별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내 인생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면 작은 차이가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간격으로 벌어진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성경 안 읽는다고 별 차이가 있겠는가? 교회 안다닌다고 큰 문제가 있겠는가?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지 않는다고 인생에 큰 차이가 있겠는가? 처음에는 못 느낀다. 10년 지나고 20년 지나면 그 차이는 극복이 되지 않는다. 문화라는 것은 함께 그 공간에서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몸에 덧입혀진다. 문화는 자연스러운것이 특징이다. 문화는 저절로 이해되고 저절로 나타난다. 영적 문화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일터에 하나님의 온전함이 회복되었다면 그것은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기쁨과 자랑이고 축복이다. 온 가족이 함께 예배하고 부모의 영적 정신적 가치가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의 삶속에 젖어 들어간 모습을 보는 것은 그것으로 이미 온전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삶의 어떤 순간이라도 믿음으로 바라보고 고백하고 꿈을 꾸며 살면 항상 끝이 아름답다.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으면 생기를 회복한다. 새벽이슬로 인해 식물이 살듯이 말이다.
은혜-손경민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거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