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택 목사의 『애도 수업』 서평,

『애도 수업』은 암 판정을 받은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이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다해 쓴 ‘눈물겨운’ 기록이다. 병상에 있는 분을 돌보는 이들과 환자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친절하고 적절한’ 조언이 이 책에 가득하다.

저자에 의하면, “병원 치료를 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 같은 마음이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몰라서 당혹스럽고 두렵기 때문이다”(27쪽). 처음에는 큰 변화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입생의 경우처럼 병원에 입원할 때도 준비물이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볼펜과 스프링노트 혹은 링바인더이다. 또한 달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치료받는 날, 병원 예약이나 입원 날짜 등을 기록하여 체크해야 한다.

저자는 여성으로서의 감수성과 섬세함으로 독자에게 자상한 조언을 한다. “상상력을 동원하라. 환자를 재미있게 만드는 일을 하라! 당신이 보낸 카드가 그날의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환자는 당신의 카드를 읽고 또 읽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친구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가능하면 전화통화를 짧게 하라. 말을 많이 하려 하지 말고 듣는 자세로 그의 말을 경청하라”(37쪽).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당신 주변의 어떤 사람에게 일어난 부정적인 사례들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은 병실을 장식하는 일에 대해서. 환자에게 필요한 기쁨과 웃음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큰 기쁨을 선물할 수 있는 예를 들기도 한다.

저자는 병원에 있으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고 말하는 백 명의 사람들보다 친절한 행동을 실천하는 한 사람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간병하는 가족에게 혹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비극적인 일을 겪거나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그를 위해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등록 혹은 점검 만기일과 면허증의 만기일을 점검하기, 자동차 덮개를 열어 느슨해진 선이나 호스가 있는지 점검하기, 매주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비우고 난 후 쓰레기통을 수거하기, 꺼진 전구들이 있다면 교체하기 등이 그것이다.

병원을 방문할 때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조미료가 너무 많이 첨가된 음식도 좋지 않다. 야채가 많거나 국물이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자칫하면 오히려 입맛이 없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저트는 지치고 힘든 가족들의 입맛을 돋구어 줄 수 있어야 한다(88-89쪽).

남편과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을 지낸 저자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는 예상하지 않은 순간, 첫눈이 내리듯이 다가왔다. 아름답고 평안했으며, 남편의 침실은 거룩한 성전 같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처참한 순간이 가장 심오한 순간이었다. 나는 비밀스러운 통과의례, 영적 신비의 목격자가 된 것 같았다. 사랑의 하나님이 초자연적인 평안으로 나를 감싸는 듯한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이 책은 환자와 환자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 40여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그 중에는 ‘집의 출입문에 격려의 메모 쪽지 붙여 놓기’. ‘영감을 주는 책을 선물하거나, 유쾌한 영화 DVD를 선물하기’. ‘집에 아무도 없는 낮 시간 동안 애완동물에게 음식주기’, ‘방과 후 아이들 돌보기’. ‘병원에서 퇴원할 때 축하 케이크 준비하기’, ‘ 방문객이 기록을 남기도록 방명록 준비하기’, ‘남성을 위한 화려한 색상의 편안한 옷 선물하기’, ‘환자가 좋아하는 빵이나 쿠키, 사탕 선물하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조언이 이 책에 있는데, 그것은 ‘상처를 주는 말’에 관한 내용이다, “대부분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말 중에 때때로 상처를 주는 말이 있다. 이러한 말은 마치 꿀벌 같아서 진심에서 우러나온 유익한 말이고 위협적일 리 없는 말이라고 해도 실제로 듣는 사람에게는 가슴을 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는 더 좋은 곳에 있어” 같은 말이다.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실은 고통스럽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가족들은 더 좋은 곳에 그가 있다고 해도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할 것이다”(137쪽). “너의 마음을 바쁘게 하도록 다른 곳에 관심을 쏟아야 할 거야”라는 조언은 사별자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 가장 좋은 말,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무엇인가? “제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기도해야 한다.

저자는 “애완동물이 애도와 회복의 과정에서 귀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작은 강아지가 그에게 위로와 동반의식, 무조건적 사랑, 그리고 밤에 안전함을 제공해 주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면에서 강아지와 함께 있으면서 그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끝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직면했던 어려움’이 이제 사람들을 돕는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당신은 어떻게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지, 언제 응답하고, 언제 말하지 말아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돌봄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저자는 사별과 애도의 과정, 그리고 이후의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놓고 있다. 독자는 “아!”하고 감탄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속으로 “이크!”라고 말하면서 지난날의 실수를 돌이켜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 놀라운 책은 참된 애도를 위한 조언과 통찰을 선물해줄 것이다.

글. 송광택 - (현)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현)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현)유럽크리스천신문 고정필자, (현)<본헤럴드> 북리뷰 고정필자, (현)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현)계간 국제문학 신인작품상 심사위원

 

캐시 피터슨 지음,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2018

상실의 슬픔이나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거나 회피한다. 저자 캐시 피터슨은 자신의 경험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으로 어색한 대화를 위로의 언어로 바꾸고, 선한 의도를 격려로 바꾸도록 돕는다. 이 책은 고통과 상실을 겪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안내서이다.

●슬픔과 상실을 겪은 이를 위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돌봄 지침서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핵심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바로 행동하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고 하기보다 어렵고 힘든 형편을 스스로 헤아려 필요한 것을 채워주라는 것이다. 누구나 환자와 환자 가족, 사별 애도자들의 상황과 변화에 공감하고 실천하게 한다. 이 책은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Claremont School of Theology 목회상담 추천도서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캐시 피더슨

저자 캐시 피더슨Cathy Peterson은 사별 경험과 열정으로 고통과 슬픔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 그녀와 남편의 스토리는 남편이 근무한 전기 에너지 회사Enron를 휴직하고 어렵게 암 치료를 이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필 도나휴 쇼The Phil Donahue Show>에 출연하면서 CNN과 Fox TV에 소개되기도 했다. 저서 『Flashlight Walking(섬광 속 걷기)』가 있다.

●옮긴이 | 윤득형

영성상담학 Ph.D,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장, 상담학교수

감리교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의 길을 걷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에서 청소년죽음준비교육 연구실장으로 사역하였다. 이후 미국 시카고신학대학원에서 목회심리학을,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에서 영성상담학 Ph.D 학위를 받았으며, 학업 하는 동안 애도상담에 집중하였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치유에 관한 논문을 썼다.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네 번(1600시간)의 임상목회훈련(CPE)을 받았고, 캘리포니아 Methodist Hospital에서 Community chaplain으로 사역했다.

현재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장으로서 죽음학과 애도상담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밖에 연명의료결정법, 호스피스, 웰다잉, 사별가족상담, 슬픔치유와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감리교신학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 『슬픔학개론』, 역서 『우리는 왜 죽어야 하나요?』, 『굿모닝』, 『애도 수업』이 있다.

차례 >>> 

 

추천사

책머리에

프롤로그 고통과 슬픔을 겪는 이에게

 

01 안개에 휩싸이다 _19

02 직면하기 _31

03 장애물 _41

04 병원은 톨게이트 _49

05 돌봄의 진척 _59

06 남자의 일 _67

07 여성의 손길 _75

08 음식 선물, 어렵지 않다 _83

09 벙커버디 _93

10 남은 선택 _101

11 마지막 인사 _109

12 다시 삶으로 안내하기 _117

13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_125

14 상처를 주는 말 _135

15 나비 언어 _143

16 기념일 _149

16 돌보거나 돌보지 않거나 _159

17 길 건너편의 이웃들 _165

에필로그 삶이 다르듯 애도 과정도 다르다 179

 

●추천사 중에서

∙ 저자는 암 진단을 받은 남편을 돌보면서 겪었던 일을 통해 주변의 도움과 위로가 어떠해야 하는지, 슬픔과 고난 중에 있을 때 실제적인 돌봄의 필요가 무엇인지 안내한다. _ 고신일 목사 | 기둥교회 담임, 기감중부연회 31대 감독

∙ 『애도 수업』은 우리 사회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애도 작업에 무관심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애도 작업의 중요성뿐 아니라 사별한 사람을 돕기 위한 말과 행동이 때론 상처가 되고 있는 현실을 뚜렷이 보여준다. _ 권수영 교수 |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장, 한국상담진흥협회장

∙ 이 책은 사별 애도자들에게 필요한 사랑의 돌봄에 대해 누구나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지식이 아닌 경험의 지혜를 낱낱이 집필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_ 김양자 회장 | 각당복지재단 무지개호스피스 회장, 한국호스피스협회 학술이사

 

●책 속으로 >>>

이 책 『애도 수업』은 매 장마다 예상하지 못한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저자는 솔직한 언어로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은 채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전화통화를 짧게 하라. 암 진단 초기에는 가족들도 환자와 관련된 의학적인 정보를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 말할 만한 이야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 _37쪽 중에서

그저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과 다름없이 살아가고 싶고, 여전히 웃고 즐기고 교제하면서 먹고 마실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기력이 있었다. _44쪽 중에서

직장동료의 전화는 아직도 남편이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확증해주었고, 남편에게 자신의 필요와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활력이 되었다. _48쪽 중에서

이러한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고 말하는 백 명의 사람들보다 친절한 행동을 실천하는 한 사람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이다. _61쪽 중에서

차량등록 스티커를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내게 필요한 돌봄 중에 어떤 것은 남자들이 더 잘하는 일이었다. _69쪽 중에서

가다Ghada는 텍사스의 여름이 무척 더웠던 그해, 남편의 파자마 바지를 짧게 만들어 주었다. 남은 천을 이용해서 냄비받침을 만들었다. 그 선물은 우리에게 풍성한 추억을 간직한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_78쪽 중에서

전쟁이 한없이 길어지자 대부분 친구들은 집안 일이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고, 각자 살아왔던 삶으로 복귀하였다. 한동안 자주 받아보았던 전화 통화도 줄었고, 갈수록 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_96쪽 중에서

벙커버디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중에도 당신의 두려운 마음 상태에 대해 들어주고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말한다. 이러한 친구들은 당신에게 용기를 준다.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하거나 상관없이 당신 곁에 있다. _100쪽 중에서

이 시기에 우리가 가장 원하고 필요했던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의사의 진단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입원과 치료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_105쪽 중에서

마지막 인사는 예상하지 않은 순간, 첫눈이 내리듯이 다가왔다. 아름답고 평안했으며, 남편의 침실은 거룩한 성전 같았다. _111쪽 중에서

나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장례비로 쓰기보다 무덤 곁에서 드리는 추모예배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장례식에 얼마만큼 비용을 들였는지가 고인과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반영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의견들은 제각각이었고 다양해서 마지막 결정은 가족들의 몫이었다. _115쪽 중에서

당신의 삶은 변함없이 바쁘게 지속되지만, 사별 애도자의 세계는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_120쪽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첫해를 맞이하는 기념일들은 힘들다. 바로 지난해에 함께했던 기념일의 기억과 감정들을 기억하며 쉽게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_153쪽 중에서

내 몸을 누이고 쉼을 얻었던 그날의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는 지칠 대로 지친 내 육체의 회복을 위한 여동생의 사랑 어린 선물이었다. _162쪽 중에서

배우자의 죽음은 마치 풀로 단단하게 붙여진 두 개의 널판지를 잡아당겨 떼어내야 하는 것과 같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큰 상처가 생긴다. _173쪽 중에서

슬픔과 그리움의 마음뿐 아니라 표현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 예를 들어 후회감, 죄책감, 수치감까지도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감정은 언젠가 예상치 않았던 순간에 더 격렬하게 표출될 가능성이 많다. _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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