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시대에 진정한 스승이요 목자이다.

김한옥목사: 서울신학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밀알재단 이사장(장애인사역, 결혼과 동시에 평생 밀알 재단 이사로 섬겨오셨다), 실천신학개론 등 다양한 책을 저술하였음.

교수 퇴임을 앞에 둔 서울신학대학교 김한옥 교수님을 사랑하는 제자들이  함께 모여 조촐한 ‘퇴임 및 새로운 사역’을 위한 축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16년간 교수님과의 기억의 잔상을 떠올려보았다. 김한옥 교수님은 어떤 분인가? 서로 함께 했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내가 경험한 교수님의 모습은 단순한 학자 이상이었다.

 

◐그는 진실함과 성실한 분이다

그분에게는 진실함과 성실함이란 삶의 귀중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나와의 인연은 15년전 박사논문지도교수로서 직접적인 만남을 가졌다. 논문을 차후 다양한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서 초고를 A4 400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제출했다. 참으로 방대한 양이다. 그것을 다 읽는 다는 것은 교수님에게는 참으로 힘들고 지루한 일이다.  교수님은 많은 양의 논문을 읽고 검토하기 위해서, 집으로 퇴근하지도 못하시고, 학교 연구실에서 간의 침대를 놓고 한 주간 보냈다고 하셨다. 논문을 보니 매 장마다 빨간펜으로 본인의 생각을 써넣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교수로서의의무와 책임을 아주 성실하게 감당하는 소중한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인연의 출발이, 보석같은 좋은 스승을 만나 함께 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은은한 신앙의 향기가 있어서 좋다. 그 중심에 깃든 진실함이 주는 메세지는 조용하지만 매력적이고 상대방에게 영적 순수성과 기대치를 전달하는 가장 큰 무기일것이다. 

김한옥교수: 고향마을 뒷산에 십자가를 세워놓고 오랜 시간 고향에 갈때마다 기도했던 중보의 터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분이다.

13년 전, 교수님의 인생에 새로운 변곡점이 되는 영적 사건이 일어났다. 그 변곡점은 자신을 내려놓는 십자가의 길을 걷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은  ‘마음에 눌리는 빚’이 있다고 하셨다. 그 마음의 빚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대학을 나오고, 목사로 기름 부어주시고, 유학을 가서 학위를 받고, 교수로서 이렇게 큰 복을 받았는데, 내가 태어난 정든 고향 마을에 교회가 없다는 것이 하나님께 늘 죄송하고, 복음을 몰라 구원을 받지못하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는 마음의 짐이 되어 늘 고향에 계신분들을 위해서 중보기도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1년간 안식년을 미국에서 연구하며 보내신다고 하시기에, 나는 미국을 가야 연구가 됩니까? 물었다. 대부분 안식년이 되면 외국에서 보내는 교수님들이 많은데, 비싼 달러 버리면서까지 미국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님이 좋아하실까요? 1년간 고향에 가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안했는데, 교수님이 그것이 좋겠다고 하시면서 즉시 결정을 하셨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영적인 유익이 있다

그 해 교수님과 협력해서 12월 성탄절을 기점으로 돼지를 잡아 고향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하면서 선교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무려 13년간 매주 금요일에 서울에서 경상북도 울진까지 아주 먼 거리를 사모님과 함께 주일을 섬기고 있다. 사모님은 금요일에 주일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시골 교회로 내려갔다. 개인 차량으로 시골교회까지 가는 시간이 평균 6시간 이상 걸린다. 왕복 톨게이트 비용과 주유비를 자비량으로 감당하며 무려 13년간 이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뭐가 대단한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평생 고난의 길을 믿음으로 걸어가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님에게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것이다.  교수로서 일상적인 편안함과  주말의 관계망을 다 포기하고, 시골에서 몇 분 안 되는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젊음을 쏟았다. 세상적인 가치로 보면 바보같은 사역이다. 어떤 분들은 말한다. 그 지식과 능력을 좀 더 말귀가 통하고, 미래가 펼쳐질 사람들에게 쏟는 것이 가치있는 사역이라고 한다. 이것은 세상의 눈이요, 세상의 이치로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으로 보면 아주 귀하고 소중한 가치있는 사역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골교회를 지키기 위해서, 강사로 주일마다 누리는 각종 보너스 수입을 다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품격있는 사람들과 품격있는 만남을 포기한 것이다. 방학만 되면 시골에 내려가서 전도하며 교회를 지켰다. 그것도 젊은이도 없는 시골,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80대 이상 노인분들, 어쩌다가 노인 한 분이 교회에 등록하면 어찌그리 좋아하시는지, 그것도 1년이 아니라 13년 동안 지속했다. 그리고 어느듯 교수로서 퇴직을 앞에 두고 있다. 나는 이런 교수님을 존경한다. 말씀을 삶으로 살아낸 분이다. 그러기에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우리의 진정한 스승이다.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담임, 본헤럴드신문 대표, 변화산기도원 협력원장,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제자도에 대해서 가르쳤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8:34). 교수님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오직 주님을 따라갔기에 13년이란 귀한 시간의 숱한 유혹과 갈등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시대에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을 자신의 유익과 명예를 극대화 시키는데 사용하는 분이 영적 리더일까? 나는 이런 분은 영적리더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리더는 바로 자신의 능력을 나보다 연약한 사람들에게 주님의 마음을 나누어주는 분들이라 본다. 이런 분들을 세상은 그리워한다. 주님도 하늘의 위엄과 능력과 보좌를 버리고 가장 연약하고 초라한 인간의 몸을 입고 아무도 환영하지도 않은 지구에 오셨다. 흠집많고, 편견으로 가득차 있고, 온갖 오만함과 자만심으로 물든 우리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을 우리들은 성육신 사건이라고 부른다.

‘내려놓음’과 ‘섬김’은 이 시대 지성인들이 배워야할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님이 바라시는 진정한 영적리더의 모습일 것이다. 자기의 바벨탑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욕심 많은 리더는 많다. 그러나 오직 작은 자를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거룩한 주님의 나라를 위해 별을 따라가는 목동처럼 살아가는 분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라 여겨진다.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자리, 대우받는 자리, 자신의 위치가 빛나는 자리, 돈이 들어오는 자리를 좋아한다. 또한 그러한 곳을 찾아 다닌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사역이란 자신의 본능에 생명을 거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누르고 주님이 보내는 곳에 자신의 전부를 드려 살아가는 것이라 본다. 편리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나의 DNA는 이런 분들을 좋아한다. 광야에서 태풍을 맞으며 기쁨과 감사로 시간을 채워가는 분들을 만나면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김한옥 교수님을 만나면 늘 행복하다. 이런 좋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나라의 소중한 자산임을 다시 기억해본다.

김한옥교수: 마을에 집을 빌려 예배처소로 사용하고 있음

◐예수님의 정신: 자기희생정신

예수님의 정신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자기희생정신이다.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분이다. 이것을 뛰어넘는 다른 말이 있을까? 주님의 정신은 아주 분명하고 단백하다. 이것이 진정한 영적리더의 본질일것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인 데이비드 벤 구리온이 있다. 유대인들이 모세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왜 데이비드 벤 구리온을 존경하는가? 그에게 자기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13년간 총리로 헌신한 후, 77세에 퇴임식을 하고 네게브 사막으로 떠났다. 그는 키브츠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고, 키부츠에서 총리를 지낸 분에게 4평 짜리 방을 제공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미래의 희망은 오직 사막을 개척하는 것 밖에 없다고 평소 주장했다. “우리는 이 광야에서 우리의 창조 능력과 개척 정신의 유무를 테스트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입증하기 위해 퇴임식하고 그날 사막으로 떠난 분이다. 87세에 숨을 거둘 때, 그의 재산은 입었던 옷 한 벌과 신발 한 컬레, 그가 밀밭으로 개간한 사막의 토지만이 있었다. 이것이 그를 영원히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에 살아숨쉬는 분으로 남게했다. 이런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런 목자가 있다면 그 시대는 행복한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예수님과 벤구리온에게서 배울 정신은 자기 희생정신과 개척자 정신과 무소유의 정신이라고 본다.

나는 교수님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성경의 정신을 보았다. 그리고 벤구리온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퇴임 후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 좋은 장소를 찾아 운동하며 여행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이것은 누구나 꿈꾸는 모습일것이다.  어떤 분들은 학교에서 강의 자리 유지하면서 어느정도 경제적인 보상을 덤으로 받으며 보내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이런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는 퇴임후의 삶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늘 생각해본다. 목회자들에게는 주님이 부르실때까지 사명의 장에서 몸부림쳐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주신 거룩한 길이라고 본다. 주의 자녀들에게 퇴임이란 없다. 새로운 사역만 있을 뿐이다. 주의 제자들이 편안함을 추구하고, 건강만 챙기며, 오직 맛있는 음식과 여행만 찾아다니는 것은 자녀로서 삶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살라고 주님께서 하늘을 버리고 이땅에 오신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라고 십자가에서 죽으신것이 아닐것이다.

교수님은 퇴임 후 본인이 개척한 얼마 안되는 어른들을 섬기기 위해서 거쳐를 시골로 옮겨 간다는 말씀을 하셨다. 목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경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 기억하게 하신다. 일생동안 남에게 부탁도 못하시는 분이다. 자기가 손해를 보면 보았지, 남에게 아쉬운 소리도 못한다. 남을 헐뜯지도 못한다. 제자들이 부탁하면 그는 거절하지도 못한다. 왜 그럴까? 그에게는 목자의 심정이 있다. 이것이 답일것이다.

최근에 교수님이 스타렉스를 타고 교회에 오셨다. 웬 스타렉스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시골에서 목회를 하다보니 어르신들을 태우고 다닐 일이 많아 불편해서 차를 팔고 스타렉스로 교체했다고 소탈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시골에서 목회를 하다보니 어쩌다가 편안한 승용차도 마음대로 못 타시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녀야 하기에 스타렉스를 타고 다니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서울과 울진은 참으로 거리가 멀다. 교수님께 울진에 가겠다고 늘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13년 동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명년에 그 약속을 지키리라 다짐해본다. 그런데 승용차로 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봉고차로 매주 다니고 계시니 고단함이 클 것이다.

서울신학대학교에 성경의 가치를 몸으로 살아내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축복이며, 모든 동문들이 따라가야할 자랑거리이며 존경해야할 대상이다. 얼마나 귀한 삶의 모습인가?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귀한 분이 나의 스승이었다는 것이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나는 당신이 걸어가시는 그 길을 존경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삶을 살아내야겠다고 또다시 다짐해본다. 당신은 멋진주의 제자요, 성경의 사람이요, 만인의 영원한 스승이요, 좋은 벗이요, 주의 나라를 세워갈 비전의 동역자이다. 교수님의 뒷모습에서 아름다운 하늘 나라 거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당신이 진정한 영적 거장이라는 것을 나는 기억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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