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자살자들이 참 많다. 한국은 십대 경제 대국인 데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는데도 어째서 자살 공화국이 되었을까?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의 자살자가 가장 많다.
사람이 자살하면 법원에서는 모든 범죄를 묻지 않고 <공소권 없음>이라 하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신문과 방송에 크게 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나면 뉴스에서 사라지고, 사람들의 머리에서도 잊혀진다. 그런데 정치가가 자살한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 자살로서 자기의 부끄러움과 비리와 부정을 덮어버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도리어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사회적, 정치적 무게에 따라 미화하고 영웅으로 만든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서 말을 하지만, 죽어서도 말을 한다. 위대한 분들도 말을 하고 범죄한 자들도 말을 한다.
우선 그의 삶 자체가 말이 된다. 예컨대 예수 그리스도는 33세에 당시의 기득권 종교지도자들의 고발로 로마의 군병들에 의해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예언대로 부활하시고 승천했다. 2,000년 전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고 있다. 예수를 판 제자 가롯 유다도 자살했다. 가롯 유다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오고 오는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를 단죄하고 있다. 본디오 빌라도도 예수를 재판하는데 <중립>이니 <중도>를 표방하고, 어정쩡하게 예수가 무죄인 것을 알면서도 형 집행을 허락한 이중인격자였다. 그래서 그의 이름과 그의 행적은 2,000년 동안 매 주일 전 세계 기독교도들로부터 정죄 되고 탄핵당하고 있다. <공소권 없다>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인간은 그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크든 작든,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고 결국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어 있다. 자살자에 대해서 어물쩍 넘어가서 사람의 기억 속에 사라지면 끝이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 불법으로 돈을 긁어모으고, 명예를 탈취하면 된다는 것이 보편화 된다면, 이 땅에 어찌 정의가 살아 있을까?
지금은 사람이 죽어도 살아 있을 때 내뱉은 말과 글과 동영상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이 더구나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경우는 거의 일 거수 일 투족이 다 기록되어 있다. 특히 요즘은 IT 시대요, 스마트 폰 시대이기에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 목사님들의 설교도 모두 동영상으로 그대로 남는다. 특히 컴퓨터나 유튜브(YouTube)로 기록된 영상과 말은 그것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렇다면 <공소권 없음> 곧 상대가 죽었으니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해서 덮어 버린다면, 죄짓고 부끄러운 사람은 모두 자살을 해버리지 않겠는가? 공중에 전파되는 전파도 없어지지 않고, 말은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죽었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나는 역사적 연구를 위해서 유명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의 아브라함 카이퍼 박사의 연설과 설교도 있고, 50년 전의 한국과 세계의 위대한 인물인 프란시스 쉐퍼와 리델보스의 강의와 설교도 듣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위대한 켈빈주의 신학자인 박형룡 박사와 박윤선 박사의 강의와 설교도 있다. 인생은 갔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와 그의 글과 말은 기록되어 남게 된다. 어쩌면 인생의 발자취는 없어지지 아니한다. 그래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 것은, 정말 옳은 말인지 모르겠다.
사실 인간은 죽어서도 말을 한다. 죽어서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제대로 산 사람이다. 그러나 죽어서도 말이 없다면 살아서도 헛된 일생일 것이다. 죽어서도 모든 이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자면 복된 삶,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할 것이다.
자살은 죄악 중에 가장 큰 죄악이다. 자살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스스로 파괴하는 무서운 죄악이다. 자살 즉 자기를 죽이는 살해 행위는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우리 사회는 자살자를 미화하고, 영웅화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살자를 미화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아마도 그 일을 통해서 저들 나름대로 프레임을 만들어 무슨 정치적인 이익과 기획을 위한 것임을 서민들 모두가 아는 것인데… 속이 훤히 보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죽은 자도 말을 한다. 죽은 자도 글도 남기고 말도 남기는데 그것을 보면 그가 살았을 때 얼마나 거짓되었으며, 얼마나 위선적이었으며, 얼마나 이중적이었는지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죽은 자도 두고두고 역사에 회자 되고 말을 하고 있다. 누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는가? 죽은 자는 지금도 계속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