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예배(2) - 이머징 예배 배경

  • 입력 2020.09.25 09:40
  • 수정 2020.11.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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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연속칼럼】 미래교회의 예배 (10)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프로스트와 허쉬는 말하기를 “복음과 상황은 떼려야 뗄 수 없다”라고 전제하고, “하나님은 문화를 넘어 계시지만 그분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문화 속에서 일하기로 작정하셨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복음을 이해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깁스와 볼저 역시,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 시대의 각각의 문화에 젖어들어야 한다.” 라고 했다.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한, 땅의 문화를 이해하고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머징 교회운동을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문화를 주시해야 한다.

이머징교회 운동은 서구의 포스트모던 시대를 기반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포스트모던 시대로의 전환을 뚜렷이 의식하며 사회 전반에 진출한 첫 세대는 소위 X-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X-세대는 이전 세대의 사회,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과 욕구를 표방하게 되는데, 이는 포스트모더니티라는 현상으로 설명되기도 하며, 이를 교회의 새로운 사역 방향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머징 교회 운동이다. 그리고 X-세대와 이머징 교회에 앞서 미국 문화를 주도했던 이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구도자 교회 운동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지금 밀레니얼 세대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앞으로 10년간, 혹은 20년 동안 교회의 주도 세력은 베이비부머 세대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자들을 말하며, 한국의 경우엔 6.25 전쟁 이후 탄생한 세대라 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 혁명과 인권, 히피 문화, 자유분방한 문화생활 등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이며, 급속한 가정의 파괴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전통적 기독교의 형식적 예배에 지루함을 느끼고, 정통 신앙의 교리주의와 도덕주의에 반감을 안고 교회를 떠났던 이들이다.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들은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베이비부머들이 가정을 이루고, 중년의 시기에 접어든 무렵 인간의 ‘영적 발달 주기’상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한 의문과 삶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 찾아오는 것이다. 노화의 진행으로 인해 인생의 운명을 고민해야 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자녀들의 문제, 사회적 성취 뒤에 남는 더 깊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중년으로 접어드는 1980년대 미국 사회에 영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현상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도권의 기성 교회는 영적 대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동양사상이나 뉴에이지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들 가운데서도, 좀 더 서구 중심의 보수적 문화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뉴에이지나 동양종교에 귀의하기란 불편하고 어색한 과정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이들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신앙 운동이 구도자 중심교회의 예배였다. 교회의 전통적인 의식과 교리중심적인 설교 보다는,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찬양과 간결한 예배 형식, 그리고 삶의 문제들과 직결된 메시지는 이들의 영적 여정에 대안으로 기독교를 제시하게끔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선풍적인 전성시대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도자 중심교회는 전통교회로부터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게 되었다. 전통적 교회들은 구도자 중심교회가 교회의 대형화와 물량화, 그리고 소비주의가 지배하는 성장지상주의 교회성장학을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성경의 원리”보다는 “효과가 있는 시장 원리와 방법”을 사용함으로 교회의 세속화를 부추겼다는, 교회의 초점을 하나님에게서 빼앗아 사람에 맞추었다는, 그리고 고객의 필요에만 민감하여 값싸게 기독교를 판매했다는 등의 비판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구도자 중심 교회가 성도들 간의 온전한 교제를 어렵게 만들고, 진정한 영적인 요구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궁극적으로 구도자 중심교회는 새로운 문화(포스트모던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코미디언이자 선데이 어셈블리 공동창업자인 샌더슨 존스(오른쪽)와 피파 에반스가 201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데이 어셈블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신론자들을 끌어들인 "이머징 교회"의 한 예다. (출처 : AP Associated Press)
영국 코미디언이자 선데이 어셈블리 공동창업자인 샌더슨 존스(오른쪽)와 피파 에반스가 201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데이 어셈블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신론자들을 끌어들인 "이머징 교회"의 한 예다. (출처 : AP Associated Press)

X-세대, 또는 포스트모던 세대는 이전 베이비부머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경험, 문화적 감각을 갖춘 이들이었다. 이들은(1965년 이후 출생) 미국의 경제적 팽창이 서서히 흔들리는 시기에 성장했으며, 냉전기를 겪었다. 또한 그들 중 상당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이 성혁명의 풍토 속에서 자유롭게 결혼과 이혼을 넘나드는 동안, 외롭고 표류하는 어린 시절을 통과하면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감을 안고 자라게 된다. 이러한 공통 경험은 수많은 X-세대에게 ‘불안’이라는 공통 코드를 각인시켜 주었고, 이는 그들의 삶을 위한 보다 견고한 준거 틀이 될 수 있는 공동체와 전통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베이비부머와 X-세대는 포스트모던 사회를 지나면서 공통적인 교회구조를 찾고, 영적경험을 찾게 된다. 두 부류에게 어울리는 교회운동이 바로 이머징 교회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어울리는 교회의 구조와 영적 경험이 꼭 이머징 운동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세대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기만 하는 교회만이 아니라 저들을 복음 안으로 이끌 수 있는 교회를 꿈꾸면서 이머징 교회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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