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연속칼럼】 미래교회의 예배 (11)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에디 깁스의 이머징 예찬

이머징 교회에 대한 개괄적 소개서인 Emerging Church에서 에디 깁스와 라이언 볼저는 이머징 교회를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 예수의 방식을 실천하는 공동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현대는 과거와 아주 다른 새로운 세계로 본다. 즉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세우신 신약의 교회, 그리고 그 교회를 통해 전수된 복음의 기초들, 신학체계들을 낡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들 말고 이제는 새로운 교회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마치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하신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과 유사한 주장을 한다. 새로운 관점의 신학, 새로운 영성, 새로운 그리스도인, 새로운 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머징 교회는 9가지의 실천들을 주장한다. 1) 예수님의 삶을 따라하기 2) 세속의 영역을 변화시키기 3) 고도의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기 4) 낯선 이들을 영접하기 5) 아낌없이 봉사하기 6) 생산자로 참여하기 7) 창조된 존재로서 창조해 나가기 8) 하나의 몸으로서 인도하기 9) 영성활동에 참여하기이다.

9가지의 실천들 가운데 핵심이 되는 3가지가 따로 있다. 1) 예수님의 삶을 따라 하기 2) 세속의 영역을 변화시키기 3)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기이다.

에디 깁스는 ECM이 몇 가지 미래 교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첫째는 복음주의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사실상 복음주의적 배경을 안고 있는 이머징 교회 리더들은 기존 교회의 위계적 질서, 문화적 동질주의, 교리적 진영주의, 성경공부적 영성을 극복하려고 했다. 상대주의적이고 다원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친화적인 성향을 보였다기보다는, 전통적인 복음주의 교회들을 둘러싼 모던적 갑옷을 해체하려고 한 것이다. 파편화된 개인주의를 전제로 하는 취향 중심의 소그룹 보다는 다름을 관용하며 공유하는 공동체, 또한 한 몸 된 공동체를 지향하며, 몇 가지 핵심교리로 진영을 나누는 전투적 복음주의와는 달리 신앙

의 정체성을 최대한의 공통분모에서 찾으려는 복음주의적 관용성을 더욱 앞세운다. 또한 신앙의 지평을 사회, 문화적 영역으로 계속 확대하기보다는 기존의 통념적 신앙을 강화하는 지식과 정보 전달 위주의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지양한 것이다.

에디 깁스(Eddie Gibbs)와 라이언 볼저(Ryan Bolger) 공저 『Emerging Churches』
에디 깁스(Eddie Gibbs)와 라이언 볼저(Ryan Bolger) 공저 『Emerging Churches』

예를 들어, 미네소타에 위치한 Solomon's Porch(https://www.sphk.org)는 요일별 영성 주제를 제시하며 삶의 형성을 추구하는 훈련을 하는데, 회중이 나눈 신앙의 도전과 문제는 지도목사(lead pastor)의 설교 주제로 다시 논의된다. 두 번째는 선교적 교회론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선교적(missional) 교회론, 사람들을 유인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으로 보냄 받음이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임을 재발견한 것이다. 사람들이 교회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이 선교적 교회론의 주된 관심은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환대적 관심으로 나타난다. 교회 내부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유도하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동선이 중요한 교회의 선교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이해는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와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거룩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진정한 교회의 사명인 선교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세속의 영역은 하나님의 임재를 새롭게 경험하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한 교회에서는 주일 저녁 예배를 없애고 대신 교인들에게 그 시간에 이웃을 위한 선교적 실천을 행하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이머징 교회들의 진정한 고민은 교회됨(being the church)과 교회함(doing the church)의 문제였다. 세 번째는 고전적 영성의 회복이다. 수도원적 영성의 상징과 의식, 또한 교회의 전통적인 예전은 이머징 교회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체험적 예배 양식과 영성 표현이라는 창구로 이머징 교회의 이해가 독점되어서는 곤란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전적 영성을 현대적 차원에서 회복하려는 것은 더욱 견고한 기독교적 유산에 신앙의 기반을 두려는 욕구와 전인적 영성경험에 대한 갈망에 기초한다. 이들의 예배에서는 침묵과 고요함, 느린 음악, 촛불 등이 자주 등장하며, 심지어 구도자교회들이 용도 폐기했던 스테인드글라스나 교독문, 고대의성가 등을 복원하기도 한다. 성경을 현대적 생활영어로 재번역한 ‘Message’성경으로 교독문을 구성한다. 또한 일렉트릭기타나 드럼과 같은 최첨단 악기들로 고전성가들을 리메이크하기도 한다.

우측의 에디 깁스(Eddie Gibbs)와 좌측의 라이언 볼저(Ryan Bolger)
우측의 에디 깁스(Eddie Gibbs)와 좌측의 라이언 볼저(Ryan Bolger)

딘 킴볼의 미래 예배

필자는 2006년, 안식년으로 미국에 갔을 때 시카고의 무디신학교 서점에서 킴볼의 책을 발견하고 눈에 확 끌려 사온 적이 있다. 처음 이머징 교회와 예배가 출현했을 때에 그것을 한시적인 유행으로 과소평가했던 적도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이머징 교회운동(ECM)이라는 점점 더 거센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내면서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음을 본다. 주로 복음주의 진영의 보수주의자와 세대론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ECM은 그 운동을 이끌어 가고 있는 지도자들의 경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더욱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도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크다. 따라서 어떤 면에 있어서는 그 지도자의 설교, 강연, 책에 담긴 내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ECM에 대한 시각은 우호적인 부분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현장에서 먼저 일어난 운동이라서 신학화 기반이 약한 것이 제일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받았으나 점차 내·외적으로 이를 지지하는 신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오히려 ‘젊은 복음주의자(The Younger Evangelicals)’라고 이머징 교회 지도자를 부르고 있기도 하다.

산타크루즈의 빈티지 훼이스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댄 킴볼(Dan Kimball)은 ECM의 중심인물이며 포스트모던 세대 즉 이머징 세대를 위한 교회를 개척하여 본이 되는 모델로 성장시킨 사람이다. 그는 이머징교회를 구도자 중심 그 다음의 접근(Post-Seeker-Sensitive Approach)라는 용어로 부른다.

이미지출처 http://www.postkiwi.com/2004/emerging-church-dan-kimball/
이미지출처 http://www.postkiwi.com/2004/emerging-church-dan-kimball/

킴볼은 의도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환경의 변화와 사역의 대상들이 가지는 특성을 변화를 따르다보니 새로운 대안으로 이머징 예배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80년대 말, 산타크루즈 바이블 교회(Santa Cruz Bible Church)에서 청소년 사역을 처음 맡았는데, 그 역시 당시의 유행에 따라 새들백이나 윌로우크릭의 접근 방식과 스타일을 배워 사역에 접목시켰다. 그러면서 사역 중에 깨달은 것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려면 ‘종교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을 사역에 적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새로운 분위기를 감지한다. 포스트모던이즘의 영향 속에 사고하며 살았던 청년들에게는 이전의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지금까지 영적이고 종교적인 요소를 제거하려고 애써왔는데, 오히려 현대의 아이들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요소에 열광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사고의 관점에서의 전환이 그를 새로운 교회로 이끌었고, 이머징 교회를 탄생하게 했다. ECM 지도자들 중에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신학과 가장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교회론 재정립을 우선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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