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 입력 2024.05.28 06:50
  • 수정 2024.05.29 09:48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광택 목사, “작가는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이용객까지 관찰하는 경험 공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2023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2023

저자는 맨해튼 중심부의 번쩍이는 고층건물의 권위 있는 일을 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결혼식 당일 형의 갑작스런 비보(悲報)로 충격을 받아 삶의 의욕을 잃어 미술관 경비원으로 이직하게 된다이 책은 그렇게 미술관 경비원으로서 느낀 일상들을 적어 놓은 내용이다.

저자는 꿈에 그리던 '뉴요커잡지사에 취직하며 사회생활을 하던 중 형의 암 판정으로 인해 그동안 설계한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야 했다저자는 투병(생활을 하는 형을 돌보는 생활을 하지만 형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이후 잠시나마 심리를 회복할 직장을 찾다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하게 된다형의 수호자로 시작하여 미술관 수호자로 일하면서 예술로 인해 부서진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들을 기록하였다.

경비원의 작업은 하루 몇 시간 동안 그림이 모인 방에서 서 있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이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광객보다도 오랜 시간 몇 가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그림을 지긋이 바라보면 회복되는 새로운 일상미술관의 수호자로서 바라보는 렘브란트보티첼리 등의 작품들은 일상에서 찾아보지 못한어쩌면 세상의 몇 안 되는 사람만이 느끼는 경험이다.

저자는 형의 죽음을 통해 잠시 뉴욕의 바쁜 현실에 벗어나 미술관에서 보안관으로 10년간 근무하였다전시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품들과 관람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내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한 것을 이 글로 썼다.

여러 화가작품들에 대한 평가와 이를 보며 느끼는 위로와 공감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였다저자가 처음 배정받은 부서는 미술관에서도 상대적으로 오래된 화가들의 그림들 전시관이었다이 그림들은 때로는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그 전시관에서 병원에서 있었던 느낌과 연관이 된다는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이처럼 작품에 관한 관심은 본인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설명한다작품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고때로는 작품 그 자체를 내가 더 재치 있게 볼 수 있는 게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만 감상한 것이 아니라 예술과 이용객을 같이 관찰하는 경험을 공유하는데여러 종류의 이용객을 분류하여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이용객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거대하고 수많은 작품이 있으므로 빠르게 미술관을 거닐며 다니는 경우가 많다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은 미술관 대신에 자연사 박물관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아이들에게 작품을 만지고몸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 하는 특성이 많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과의 만남은 개인적인 선택과 선호도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다른 사람의 평가를 맹신하지 말고 본인의 눈과 마음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독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 작품에 대한 꼼꼼한 내용미술관 관광 팁 등 여러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아마도 어떤 이는 책을 덮으면서 앞으로 여행 계획을 짤 때 지역의 미술관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빠르게 지나가며 작품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책으로한 사람의 10년의 경험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