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창】 누가 노아에게 고자질했을까?

  • 입력 2024.06.03 16:57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역 원장의 '한글 담은 은혜의 창(窓) (6)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포도농사를 지어 수확한 포도로 포도주를 담근다. 그 포도주를 마신 노아는 그만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어 버린다. 노아의 아들 중에서 함이 그 모습을 보고 셈과 야벳에게 가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셈과 야벳은 옷을 어깨에 메고 뒷걸음질로 들어가 벌거벗은 아버지를 덮어준다. 술에서 깬 노아는 작은 아들 함이 자기에게 행한 일을 알고 그 아들을 저주한다. 저주도 그냥 저주가 아니라 다른 형제의 종의 종이 되기를 원한다는 치욕적인 저주를 한 것이다.’

창세기 9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노아가 취중에 당한 일을 술을 깨고 나서 어떻게 알았을까? 누가 노아에게 고자질했을까? 셈일까, 야벳일까? 아니면 셈의 아내일까, 야벳의 아내일까? 과연 누가 함을 노아에게 고자질해서 함이 그런 끔찍한 저주를 받게 한 것일까? 아무도 모릅니다. 성경에도 누가 고자질했는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누군가는 고자질했을 것입니다.

고자질하다를 달리 꼰지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 말은 더 자극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비표준어에 해당합니다. ‘고자질하다는 말은 남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짓을 뜻하는 말입니다. 고자질하는 행위는 환영받을 일은 못 됩니다. 아무리 점잖은 표현인 일러바치다로 바꿔 말해도 여전히 남의 잘못을 들추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짓일 뿐입니다.

필자의 경험 하나를 소개합니다. 언론사 시절 어느 날 우리 팀의 선배가 편집국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팀에 관계되는 이야기라며 심각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입사 동기와 그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그게 사달이 됐습니다. 그 동료는 그 이야기를 우리 팀 모두에게 전파했고, 급기야 팀에서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공개 석상에서 밝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전파자를 추적하다 보니 그 동료는 당연히 저를 지목하게 된 것입니다. 팀원 모두의 시선이 저에게 쏠렸습니다. 저는 그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전해준 그 선배는 모르는 척 시선을 창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선배의 마음까지 다치게 하느니 차라리 제가 입을 닫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저는 그날 낭설을 퍼트린 주범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고자질도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실을 고자질하는 경우와 거짓으로 고자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을 고자질하는 경우는 정의로운 일이고 거짓을 고자질하는 경우는 불의한 일이라고 흑백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성경에서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께 고자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자들이 금식을 하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이삭을 잘라 비벼 먹었습니다.”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두 사실 그대로 고자질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고자질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반응에 올가미를 씌우려는 지극히 의도된 고자질이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분명하게 대처하셨기에 그들의 올가미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디발의 아내는 보디발에게 거짓말로 요셉을 고자질합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데려온 히브리 종이 나를 희롱하려고 내게로 들어왔으므로 내가 소리 질러 불렀더니 그가 그의 옷을 내게 버려두고 밖으로 도망하여 나갔나이다.”(39:17-18)

요셉은 그길로 바로 투옥됐습니다. 고자질도 나쁜 짓이고 거짓 고자질은 더 나쁜 짓입니다.

거짓 증인은 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요 거짓말을 뱉는 자는 망할 것이니.”(잠언 19:9)

그런데 크리스천은 날마다 고자질하는 것이 옳은 경우도 있습니다. 날마다 고자질하며  살아야 합니다.

누구에게? 하나님께! 누구를? 자신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을 하나님께 미주알고주알 까발리고, 고자질하고, 일러바치는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성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 (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acobp1
홈페이지 www.klpi.kr 휴대전화 010-6745-9927
출처 : 본헤럴드(http://www.bonhd.net)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