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7개월 만에 태어난 아기를 가리키는 ‘칠삭둥이’라는 말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비하할 때도 쓰입니다. 이 말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칠푼’, ‘팔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칠푼, 팔푼의 ‘푼’은 분(分)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또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쓰이는 표현으로 ‘푼수’가 있습니다. 이 푼수의 ‘푼’도 분(分)에서 유래한 것으로 봅니다. ‘분수’는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나 신분에 맞는 한도나 한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를 벗어나면, 즉 분수(分數)를 지나치게 되면 결국 푼수(←分數)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성경은 믿음의 분수대로 살라(로마서 12:6)고 권고합니다. 또 분수에 지나치지 말고(민수기 16:3, 7), 분수 이상으로 자랑하지 말며(고린도후서 10:13, 15), 분수를 넘어 형제를 해하지 말라(데살로니가전서 4:6)고 경고합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이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입니다. 임금 자리를 주겠다는, 분수에 맞지 않은 말을 듣고 강물에 귀를 씻었다는 요나라 허유의 고사가 생각나게 하는 표현입니다. 반면에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도 있습니다. 제나라 장공의 수레 앞에서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했다는 데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함부로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나무랄 때 쓰이는 표현입니다.
성경에는 다윗이 그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피해 다닐 때 공교롭게도 대비되는 두 인물을 만난 사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한 사람은 길르앗 사람 바르실래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울의 친족 시므이입니다.
바르실래는 다윗이 곤경에 처했을 때 생필품을 제공한 80대 부자 노인이었습니다. 그의 은혜를 잊지 못하는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귀향할 때 바르실래에게 함께 가자고 권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정중히 모시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자 바르실래는 왕에게 결코 누가 되고 싶지 않다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지켰다는 것입니다.
한편 시므이는 처참한 몰골로 피란길에 오른 다윗에게 돌을 던지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시므이는 귀향하는 다윗을 요단강 나루터에서 만나 싹싹 빌었습니다. 겨우 생명을 부지하지만 결국 솔로몬의 손에 비참하게 처형되고 맙니다. 자신의 분수를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다윗을 섬겼겠지만 시므이는 결국 화를 자초한 한낱 푼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죽기 전 솔로몬에게 바르실래의 아들들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식탁에서 함께 먹도록 하라고 권하고, 시므이는 백발을 피로 적셔 땅속으로 내려가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안 분 지 족(安分知足)
이쯤에서 ‘간증’이란 단어가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 싶습니다. 교회에서 분수를 염두에 둬야 할 일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간증’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행위가 바로 간증(干證)입니다. 간증은 자기의 신앙적 체험을 고백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체험 고백을 통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자기 체험만 고백한다면 결국 자기 자랑이 되고 맙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이런 유의 간증 행위가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증을 ‘양날의 검’으로 표현해도 크게 무리가 아닌 듯싶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지 못하는 간증은 한낱 자기 자랑에 그칠 테니까요.
그래서 간증하려는 사람은 간증하기 전에
“분수 이상의 자랑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누어 주신 그 범위의 한계를 따라”(고린도후서 10:13) 하라는 바울의 경고를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간증할 때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말씀으로 간증도 분수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 (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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