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창】 예수님의 미소

  • 입력 2025.05.06 21:53
  • 수정 2025.05.06 21:56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역 원장의 한글 담은 은혜의 창(窓) (39)

누군가가 우리말에서 가장 긴 단어는 ‘그리움’이라고 했습니다. ‘그’와 ‘움’ 사이의 거리가 ‘1리’여서 그렇답니다. 단어 한 개의 길이가 약 393m라니 길긴 깁니다. 한편 영어에서 가장 긴 단어는 웃음을 뜻하는 ‘smiles’라고 했습니다. ‘s’와 ‘s’ 사이의 거리가 무려 1마일이라서 그렇답니다. 단어 한 개의 길이가 약 1.6km라니, 우리말에서 가장 긴 단어라는 ‘그리움’보다 더 긴 셈입니다.

인간이 특별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주로 웃음(laugh)이나 울음(cry), 비명(scream), 흐느낌(sob) 같은 발작적(hysteric)인 감정 표현을 보이게 됩니다. 그중에서 웃음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감정 표현 방식으로, 기쁠 때나 좋을 때, 행복할 때 드러내는 대표적인 소리나 표정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우리말에서 웃음의 종류는 ‘가가대소(呵呵大笑, 소리를 내어 크게 웃음)’부터 ‘희소(喜笑, 기뻐서 웃음)’까지 100가지에 가깝습니다.

창세기 18장에 나오는 “속으로 웃고”(12절), “왜 웃으며”(13절), “웃지 아니하였나이다”(15절)의 주인공 사라의 웃음은 몰래 절(竊) 자를 쓴 ‘절소(竊笑, 남몰래 속으로 웃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도서 7장 6절의 “우매한 자들의 웃음”은 어리석을 치(癡)를 쓴 ‘치소(癡笑, 어리석은 웃음)’, 시편 126편 2절의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의 웃음은 ‘대소(大笑, 크게 웃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소(大笑)로는 또 가가대소(呵呵大笑, 소리를 내어 크게 웃음)와 간간대소(衎衎大笑,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크게 웃음), 박장대소(拍掌大笑, 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 앙천대소(仰天大笑,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 탄구대소(綻口大笑, 입을 벌리고 크게 웃음), 파안대소(破顔大笑,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활짝 웃음), 홍연대소(哄然大笑, 크게 껄껄 웃음) 등 7가지가 있다는 것도 알아둘 만합니다.

웃음은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으나 절대로 웃음을 사거나 팔면 안 됩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이상한 짓을 하게 되면 남의 ‘웃음을 사게 되는 것’이며 ‘웃음을 판다는 것’은 여성이 화류계 생활을 한다는 뜻이기에 그렇습니다.

너털웃음(크게 소리를 내어 시원하고 당당하게 웃는 웃음)이나 함박웃음(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 호걸웃음(호탕한 웃음)은 웃음다운 웃음이지만 겉웃음(마음에도 없이 겉으로만 웃는 웃음)이나 비웃음(흉을 보듯이 빈정거리거나 업신여기는 웃음), 찬웃음(冷笑, 쌀쌀한 태도로 비웃음), 코웃음(가볍게 웃는 비난조의 웃음), 억지웃음(억지로 웃는 웃음), 헛웃음(마음에 없이 지어서 웃는 웃음)은 웃음답지 않은 웃음입니다.

아쉽게도 예수님께서 웃으셨는지는 성경에 직접적인 언급이 없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완전한 사람이셨던 예수님은 울기도 하시고 괴로워하기도 하셨던 모습에 비춰 보면 웃지 않으셨다고 단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특히 죽은 소녀의 손을 잡으시고 “달리다굼 하시니” 소녀가 바로 일어나서 걷는 모습을 보셨을 때(마가복음 5:41)와 부활 후 갈릴리 호숫가에서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와서 아침 먹어라” 하셨을 때(요한복음 21:12)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예수님을 상상해 봅니다. 또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나누신 말씀(누가복음 9:30)도 담소(談笑)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웃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누가복음 6:21) 웃기 위해 울어야 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하는 사람, 나라를 위해, 이웃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슬피 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덤으로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시는 예수님을 얼굴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 (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섬기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acobp1

홈페이지 www.klpi.kr 휴대전화 010-6745-9927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