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어릴 때부터 대학에 다닐 때까지 딸의 운동화를 씻어 주었습니다. 어느 날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 내 운동화에 발 냄새 안 나?”, “음, 당연히 냄새가 나지. 그런데 내 딸의 발 냄새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야.”
그런데 부끄러운 과거는 쉽게 잊기 힘듭니다. 저의 어머니는 10년 가까이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고 침대에서만 생활하셨습니다. 치매까지 오면서부터는 대변을 볼 때마다 이불과 베개, 벽뿐만 아니라 당신의 얼굴에까지 마구 발라대시다 보니 어머니의 침실에는 악취가 사라질 날이 없었습니다. 퇴근해서 어머니 방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역겨운 냄새 때문에 자연스럽게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의 그 부끄러운 모습을 그만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당장 나가요!”, “어머니, 당신 아들이 저 모양입니다. 쯧.”
이렇듯 10년 가까이 우리 어머니를 극진히 모셔준 아내를 위해 몇 년 전 큰맘 먹고 외국산 왜건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아내에게 장애가 있다 보니 승용차는 너무 낮고, SUV는 너무 높아서 타기가 어려워 보여 아들이 추천해 준 왜건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선물로 받은 방향제(디퓨저)를 대시보드 위에 고정하려다가 그만 쏟아버렸습니다. ‘닦아 내면 되려니’ 하고 대수롭잖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방향제 액이 표면을 녹여버린 것입니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
냄새란 코로 맡을 수 있는 기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좋은 냄새를 향기(香氣) 또는 방향(芳香)이라 하고 나쁜 냄새를 악취(惡臭)라고 합니다. 악취를 없애기 위해 디퓨저 같은 방향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돈 냄새’나 ‘부자 냄새’처럼 낌새를 가리킬 때도 냄새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성경에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가 있고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가 있다(고린도후서 2:16)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물을 제단 위에서 불살라 화제로 드릴 때 그 연기를 ‘향기로운 냄새’로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법도대로 제사를 드리지 않으면 진노하셨습니다. 사울은 제사장이 아니면서 제사를 드려 왕권이 넘어갔고,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하나님께서 명하지 않은 다른 불로 분향했다가 하나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쁘시게 받으신 향기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께 희생제물로 드린 예수님의 향기(에베소서 5:2)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고린도후서 2:15)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향기로운 제물이 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향기(빌립보서 4:18)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豹死留皮 人死留名(표사유피 인사유명)]’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향기는 100대에 걸쳐 흐르지만 악취는 1만 년에까지 전해진다[流芳百世 遺臭萬年(유방백세 유취만년)]’는 말도 있습니다. 향기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향기로 치료하는 요법을 가리키는 말로 향기라는 의미의 아로마(Aroma)와 치료라는 의미의 세러피(Theraphy)를 합성한 ‘아로마세러피(Aromatheraphy)’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어떤 이들은 ‘아로마테라피’로 적기도 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닙니다.
성경에는 옥합을 깨뜨려 향수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린 ‘한 여자’의 향기로운 사건이 공관복음 세 권(마태복음 26장, 마가복음 14장, 누가복음 7장)에 같이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님의 향기인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 그것이 곧 ‘내게 한 것’(마태복음 25:40)이라는 말씀처럼 바로 ‘그것’이 아로마세러피로서 우리가 예수님께 드려야 할 향기가 아닐는지요.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 (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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