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丹霞) 시선】 '먼지 차별 ' 없는 다음세대를 꿈꾸며

  • 입력 2024.12.03 21:12
  • 수정 2024.12.0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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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꿈으로 날아오르는 다음세대, 이주배경 아동

언제부턴가 공공연히 ‘다음세대’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에서는 이들을 흔히 MZ세대, 알파세대로 부르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그들만의 가치관이나 성향 등을 언급하면서 그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위한 교육적인 제언을 하기도 한다.

교회 또한 그 시류에 뒤지지 않는다. 교회마다 다음세대를 ‘교회의 꽃’이라 부르며 그들을 사뭇 축복한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섬김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회 내 세대 간 통합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시중에는 ‘2025 Z세대 트렌드와 한국교회’, ‘통합예배가 한국교회를 살린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리 특강’ ‘다음세대를 위한 관계 전도법’ 등등 다음세대를 향한 다양한 서적도 출간되고 있다. 이렇듯 다음세대는 우리의 미래이며 내일을 주도해 나갈 빛의 세대이다.

이러한 세태의 흐름 속에서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소중한 ‘다음세대’가 있다.

바로, 이주배경 아동들이다.

이주배경 아동이란 부모 또는 본인이 이주의 경험을 가지고 한국에 살고 있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 한국 국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주배경 아동은 북한이탈, 난민, 미등록, 중도입국 아동 등을 포함하는데 이들은 이주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어 소통 부재, 부모의 이혼, 가족과의 별거, 새로운 가족의 형성 등으로 보육과 돌봄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한글을 잘 몰라 학습 언어가 부족한 상태여서 교실 수업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거나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공교육이나 사회 제도적으로 채워 주지 못하는 이주배경 아동의 교육의 일부를 예수의 마음으로 기꺼이 실천하는 손길이 있다. 장한평에 위치한 ‘넓은꿈한글교실’‘토요미술교실’이다.

32년간 아랍권을 오가며 현지 사역 중인 정연주 선교사는 여러 자원봉사 선생님과 함께 지역 이주배경 아동들을 섬기고 있다. 이 일에 적극 함께하는 지역 교회도 있다.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신봉교회이다. 신봉교회 김주희 목사와 성도들은 한마음으로 흔쾌히 교육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아담한 교회지만 토요일마다 넓은 방과 목양실까지 개방하여 아이들이 마음껏 한국어를 배우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섬기고 있다.

‘넓은꿈한글교실’은 동부교육지원청 산하 각 학교 교육복지사로부터 한국어가 부족한 이주배경 아동들을 위탁 받아 한국어를 교육한다. 이주 배경 아동의 대다수는 한국어가 부족하여 학교 수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채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학업성취도가 낮고 또래 관계의 어려움도 호소한다.

그래서 ‘넓은꿈한글교실’에서는 아동의 수준에 맞는 교재로 학교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르치며 미술, 피아노, 컴퓨터 등의 교육도 병행하면서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도 계발해 준다.

여기에는 아동들과 함께 온 엄마들도 혜택이 있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엄마들은 신봉교회 목양실에서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재로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이날만큼은 엄마들도 영주권 취득을 위한 사회통합프로그램 공부에 열중하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2017년부터 진행해 온 ‘토요미술교실’은 위탁 아동뿐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이주배경 아동도 참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작가인 정대기 선생님이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담당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아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생각과 느낌 등을 마음껏 표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수업은 단순한 색칠 활동 놀이를 넘어 아이들의 오감 속에 잠재된 소질과 신체, 사회, 인지, 언어적 감수성까지도 계발시켜 준다.

몽골, 시리아, 리비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국적이 다른 만큼 그림 속 아이들의 표현 또한 다채롭다. 서로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수많은 언어를 도화지에 쏟아 놓으며 하하호호 서로의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이렇듯 ‘넓은꿈한글교실’‘토요미술교실’은 이주배경 아동들을 가르치고 육양(育養)하는 중요한 교육적 활동이자 학교 교육의 빈자리를 갈음하는 보이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의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라면 누구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다. 이 땅의 이주배경 아동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주배경 아동이라는 이유로 아동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그들이 이 땅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간다면, 또 다른 소외 계층이 형성되어 향후 국가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도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 또한 우리의 다음세대로서 미래에 충분히 우수한 글로벌 인적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연주 선교사는,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에도 외국처럼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양육할 수 있는 ‘특화된 지역아동센터’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조금이라도 ‘먼지 차별’이 없는 다음세대의 ‘그날’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그 일을, 지금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묵묵히 그 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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