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목사]인생이 꼬여도 사명의 장에서 울어라.

  • 입력 2024.07.16 23:54
  • 수정 2024.07.22 11:43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것이 사명이다.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대신학박사,등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대신학박사,등

헤어 나오기 힘든 늪에 갇혔더라도 사명의 장에서 허우적거려라. 긴 어둔 터널이 놓여 있더라도 도망가지 말고 묵묵히 그 자리로 들어가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이란 단어를 붙들고 더듬거리며 기어가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그 자리를 지키라.

그것이 사명이다.

사명의 길은 화려한 대장군처럼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말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초라한 낙타 타고 가는 것이다. 사명의 길은 편안하고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일생동안 걸어가기에 고달 푼 인생길이다.

사명의 길이 고통스럽다고 버린다면 인생은 후회의 재만 남는다. 누구나 은퇴가 있다. 영원한 현직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초라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민초라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길이 있다. 은퇴이다. 은퇴는 강요받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길은 과거의 삶을 믿음대로 살았다면 영광의 면류관이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은퇴 전 삶의 과정이 사명과 전혀 관계없이 살았다면 남는 것은 초라한 늙음만이 기다릴 것이다.

비록 현직의 삶이 낡고 초췌한 사명의 장이었지만 믿음과 헌신으로 온전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다음이 있다. ‘그 너머가 있다. 나이 먹어감이 오히려 축복의 자리가 된다. 자녀가 인정하고, 사람들이 인정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인정한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잘살아왔다는 증거이다. 이것이 진정한 축복이다.

사명의 장을 온전히 지킨 분들은 하나님이 보장한다.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다.”(92:14). 하나님의 집에 온전히 심긴 사명자들의 삶은 하나님의 뜰안에서 번성하고 성장한다.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지나 수르광야 길을 사흘 걸었다. 도착한 곳이 마라였다. 물은 있는데 마시지 못하는 쓴물이었다. 쓴 우물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로 인해 지도자 모세를 원망을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로 옆 엘림에 물샘 열둘과 종려나무 일흔 그루를 준비해 놓으셨다.

사명의 길을 걷다보면 앞이 안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떠남의 자리가 되면 안 된다. 그 자리에서 기도하며 믿음으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때로는 문제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 그때 그 문제를 풀려고 고민하지 말라. 그냥 넘어가면 된다. 이해가 안된다면 그냥 덮어 두라. 그것으로 인해 마음 상하지 말라.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때에 엘림의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신앙이란 이성과 지식을 초월한다. 너무 이성과 지식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면 머리만 복잡하다. 신앙은 경험의 영역이다. 경험은 지금 나의 삶의 현장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현현이다.

신앙이란 찰라가 아니라 완주하는데 의미가 있다.

인생에 다가오는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눈물과 수고로 버틴다면 온전함의 보상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 땅 너머 저 천국에서 찬란한 면류관이 예비되어있다.

이 면류관은 세상에서 승리한 자에게 주는 헌신의 열매이다. 인생의 마지막 승리자에게 주시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영적 선물이다. 믿음의 유산은 물질로 되는 것이 아니다. 헌신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헌신은 인간이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내용이다. ‘그 다음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움켜잡는 것에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헌신의 자리. 내려놓음의 자리, 땀과 정성을 수고로 드리는 그런 곳에 인생을 드린다. 나를 위함보다 공동체를 위한 끊임없는 섬김을 기쁨으로 안다. 이런 분들의 땀방울 이야기가 축적되어 감동이란 언어로 세상을 훈훈하게 적신다. 오늘날 세상은 헌신으로 축적된 땀방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에 내놓아야할 믿음의 이야기다.

사명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축복이다. 인간의 잔 머리로 유불리을 계산하여 하나 더 이득이 되는 것에 머문다면 가슴 찡한 하늘의 이야기는 메말라 간다. 헌신이란 하나님이 주신 그 사명의 자리에서 머물러 믿음의 향기와 편지를 써가는 것이다.

더 넓은 자리, 편안하게 대우받는 자리도 좋지만 대부분 그런 자리들은 많지 않다. 세상은 펀한 자리보다 나의 땀방울이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그곳이 바로 사명의 장소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지 않는 길”이다. 오랜 세월이 자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이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성공이냐? 의미이냐? 둘을 놓고서 이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항상 서 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성공은 눈앞에 이익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는 당장 필요한 이익은 아닐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성공보다 의미와 가치를 찾아 떠난다면 그것은 잘살아 낸 인생이 된다.

강화도에 가면 기독교역사박물관이 있다. 그곳에 초기 강화기독교인들의 산 역사가 담겨져 있다. 이들은 복음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냈다. 홍의교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종순일(1876-1950)목사는 강화도 최고의 부자였다. 예수님을 만나고서 자신에게 빚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제가 예수님을 믿고 죄 사함 받은 것이 천만 냥 탕감 받은 것 보다 크거늘, 여러분께 백 냥, 천 냥 빌려준 돈을 받는다면 나는 성경에 나오는 악한 종입니다.” 모인 사람들에게 마태복음 18장 무자비한 종의 비유를 읽어준 후 빚 문서를 전부 불태워 없앴다. 이제 여러분 제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이 놀라운 사건을 통해서 홍의마을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가서 네 소유를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19:21)는 말씀을 실천한 것이다. 말씀대로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몽땅 나눠주고 아내와 단 둘이 고향을 떠나 전도에 나섰다. 종순일은 전대도 식량주머니도 차지 않은 가난한 전도자의 길을 걸어갔다. 종순일이란 이름은 세례 받던 날, 그가 바꾼 이름이다.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는 건, 거듭났다는 증거입니다. 옛사람은 죽고 새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새 이름을 짓는 것이 마땅합니다.” 새 이름을 얻고 많은 재산을 포기한 종순일 목사, 120 여 년전, 그의 순종은 말씀이 그 안에서 살아 역사했다는 증거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신앙이다. 신앙이란 지식과 이성을 초월해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그리스도인이다. 주님은 초기 기독인들의 헌신과 순종을 기억하시고 후손들에게 엄청난 은혜로 채워주셨다. 무엇보다 130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후손들의 영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것이 후손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지성수 목사는 토마스 머튼(1815-1968)의 영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내적인 흥미와 자신의 영적 회복에만 집착하는 것을 영적인 정욕이라고 부른다. 심지어는 자신들이야말로 거룩한 사람이라고 믿지만 가장 비열하고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종교를 통하여 점잖게 내적 평안이나 갈등 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사기는 아니지만 머튼에 의하면 초보적 수준이요 고작해야 영적 게으름에 빠지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귀담아야할 내용이다. 오늘날 거짓영성이 판친다. 현란한 언어껍질을 깨고 본질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 본질이란 말씀을 삶의 자리에서 살아내는 것이다. 사명의 길에서 헌신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헌신은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예수님을 사명의 장에서 묵묵히 살아낼 때 진짜 영성이 회복된다. 거짓영성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종착역이 다가온다. 그때 바르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말씀대로 살지 못했던 것, 본질은 버리고 껍질만 붙들고 살았던 모습이 한 없이 부끄러운 후회로 남는다. 눈물을 흘려도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은 헌신의 때이다. 거짓 영성의 껍질에서 벗어나라.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자산은 온전한 헌신과 순종의 모습이다. 나의 육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낡아지고 사그러진다. 그러나 내가 믿음으로 살아냈던 아름다운 헌신은 더욱 영롱한 빛으로 사람들의 영혼에 믿음의 보석들을 남긴다. 이것이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남겨야할 진짜 유산이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