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미래, 스테이블 코인 전쟁이 시작됐다

  • 입력 2025.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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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니어스 법안’ 통과로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의 문을 열다

정리 | 조주섭  AI전략 전문 칼럼니스트, 본헤럴드 연재 중

2025년 6월 17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 코인 관련 역사적인 법안, 일명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1 담보 원칙”을 핵심으로 하며, 모든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내에서 발행되거나 유통되기 위해선 확실한 자산 담보—즉 달러, 미국 국채, 예금 등—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원천적으로 금지되며, 이는 테라-루나 사태 같은 재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 움직임은 단순한 금융 개혁을 넘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주도권 싸움에서 강력한 ‘패권 강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되, 중앙은행(CBDC) 주도의 디지털 달러는 배제한 것이다. 이는 “민간의 창의성과 시장 친화력”으로 세계 통화 질서에서의 달러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 국경을 넘는 달러의 무기

스테이블 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 거래는 은행, 송금 업체, 규제 기관을 거치며 수수료와 시간이 소요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실시간으로 글로벌 결제가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나이지리아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미국 기업의 상품을 결제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국경 없는 디지털 달러는 기존의 기축통화 역할을 넘어, 이제 ‘국가 통화 주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지닌다. 미국 입장에서는 희망일 수 있지만, 제3세계 혹은 통화 신뢰도가 낮은 나라들에겐 자국 화폐의 몰락을 예고하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 자국 통화가 사라진 것처럼, 디지털 시대엔 스테이블 코인이 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한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현실적 한계와 가능성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원화는 글로벌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유통력은 제한적이다. 또한 외환관리법, 자본시장법, 금융감독체계 등 여러 규제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며, 원화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규제 공백”과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K-콘텐츠, 관광, 외국인 노동자 송금 등 특정 영역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다. 특히 동남아 무역국들과의 결제, 혹은 BTS·YG 같은 대형 콘텐츠 기업이 팬덤 경제에 기반한 K-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충분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은행·카드사·핀테크, 생존을 건 경쟁 시작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은 기존 금융기관에게 ‘경고장’이다. 수수료가 붙지 않고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은, 카드 수수료 1.8%, 송금 수수료 3~5%에 의존하는 금융 수익모델을 무력화시킨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해 자사 플랫폼에서 포인트를 코인으로 전환하여 4~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기존 신용카드 대신 스테이블 코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화폐가 권력이던 시대’에서 ‘데이터와 혜택이 화폐가 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자산의 민주화와 사기의 대중화, 사이클을 아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스테이블 코인은 분명 기술 혁신이지만, 무분별한 투자 열풍은 경계해야 한다. 과거 루나 사태, ICO 광풍, 김치코인 열풍은 모두 “디지털 자산의 민주화”라는 명분 뒤에 “사기의 대중화”가 뒤따랐던 대표 사례들이다.

투자의 민주화는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책임 또한 각자가 져야 한다. 비트코인이든, 스테이블 코인이든, 그것이 ‘가치 저장 수단’이 되기까지에는 사회적 합의, 기술적 신뢰, 규제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는 단 한 가지, ‘신뢰’ 위에서 성립한다.

디지털 자산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시장은 금보다 빠르고, 달러보다 유연하며, 규제보다 앞서간다. 그러나 한 번의 부주의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10배의 수익을 바란다면 10분의 1로 쪼개질 각오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자산의 양면성이며,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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