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다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그 앞에 그 누구도 예외는 없기 때문입니다.
젊음은 언젠가 지나가고, 나이듦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처럼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젊은 것이 대단한 훈장이 아니며 늙음 또한 감춰야 할 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시기에 맞게 하나님께서 맡기신 역할을 다할 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일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대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이루어집니다. 타고난 것 위에, 하나님의 손길과 ‘운명’이라 부를 만한 은혜가 덧입혀져 결국 모든 것이 정해집니다.
사람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건 게으름의 핑계가 아니라, 겸손의 깨달음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만이 결국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선교사의 삶 속에서 수없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려 합니다. 억지로 안간 힘을 쓰며 붙잡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그저 그냥 기다리려 합니다. 잘 되면 감사하고, 안 풀리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살아가려 합니다. 모든 것은 결국 순리대로,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흘러가며 가장 선한 자리에 닿게 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세상이 흔들려도 제 마음은 덜 흔들리게 됩니다. 결과가 좋든지, 나쁘든지, 그 속에서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알기에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언젠가, 제가 걸어온 세월을 돌아보는 날이 온다면 이 말 한마디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아름답게 이끌어오셨습니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그냥 흘러가게 두며, 그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의 손길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인생의 순리이고, 은혜의 리듬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