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섭 선교사】 당신은 용병입니까? 선교사입니까?

  • 입력 2025.11.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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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현)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현)본헤럴드 객원기자
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현)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현)본헤럴드 객원기자

최근 가슴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직업 컨설턴트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아마존은 인재를 뽑지 않습니다. 그들은 용병이 아니라 선교사를 뽑습니다.”

용병은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월급만큼 일하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만큼만, 보상에 따라 움직입니다. 하지만 선교사는 다릅니다. 누가 시켜서 일하지 않습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평가하지 않아도 스스로 헌신합니다. 정해진 월급이 없어도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라면 그 길을 갑니다. 그의 일의 기준은 보상이 아니라 소명이며, 태도는 계산이 아니라 감사입니다. 열정의 근원은 야망이 아니라 사명에서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마음 한가운데 울림이 생겼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 아닐까요. 세상은 점점 똑똑해지고, AI의 지능은 인간을 능가했습니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가고, 사람들은 협업보다 경쟁을, 공동체보다 개인의 성공을 더 크게 여깁니다. 그 결과 세상은 차가워지고 관계는 점점 끊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는 다릅니다. 선교의 본질은 공동체입니다. 누군가 앞에서 복음을 전할 때, 누군가는 뒤에서 기도하고, 또 다른 이는 조용히 섬기며 함께 걸어갑니다. 선교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복음은 혼자의 언어가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이제 진짜 인재보다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똑똑한 머리보다 따뜻한 마음, 탁월한 스펙보다 진심 어린 태도, 화려한 기술보다 함께 걸을 줄 아는 마음이 더 귀해진 시대입니다. 그래서 이제 기업조차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좋은 직원은 선교사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요. 왜냐하면 선교사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자기 중심이 아니라 공동체 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는 협업의 본질이 배려임을 알고, 섬김의 출발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뛰어난 용병을 찾지 않으십니다.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한 사람, 끝까지 헌신하는 한 사람, 아무도 보지 않아도 기도하는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선교사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그런 선교사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요즘 세상은 희생을 미련한 것으로, 헌신을 바보 같은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복음은 분명히 말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가복음 8:34)

이 길은 어렵지만, 그 길이 바로 참된 행복과 의미가 살아 있는 길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배우는 공동체, 봉사, 헌신은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 마음으로 일하고, 그 정신으로 섬기며, 그 믿음으로 세상 속에 스며들 때 우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선교사가 됩니다.

이제는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선교사처럼 살아야 할 때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곳이 곧 하나님이 보내신 선교지입니다. 돈이 아니라 부르심으로 일하고, 성과가 아니라 사랑으로 관계 맺는 사람, 그가 바로 오늘 시대의 진짜 선교사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용병이 아닌, 선교사로 사는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빚어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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