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섭 선교사】 좋은 사람과 거짓된 사람

  • 입력 2025.10.0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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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현)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현)본헤럴드 객원기자
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현)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현)본헤럴드 객원기자

저는 종종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 앞에서 사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좋은 사람’이라는 옷이 제겐 너무 크고 헐렁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선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때로는 제멋대로입니다. 마음속에는 욕심도 있고, 감추고 싶은 그림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를 ‘좋은 사람’이라 불러줍니다. 저는 그 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선교지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저는 존경받을 만큼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비난받지 않고, 그저 하나님 앞에서 중간쯤만 가도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제가 편안히 인정받고 싶은 부분은, 오직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 속에서 버텨온 시간들과 그 가운데 꾸준히 연마해온 작은 은사들뿐입니다.

글쓰기는 수년을 붙들며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었고, 태권도는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들에게 복음을 열어주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목회의 경험 또한 선교 사역에 필요한 통로로 쓰임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좋은 글을 쓰십니다” 혹은 “전문성이 있으십니다”라고 말씀하실 때,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도구들을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처럼 다가와 감사함과 뿌듯함이 함께 밀려옵니다.

특히 제게 가장 깊이 와닿는 말은 “좋은 아빠 같으세요.”라는 말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든든한 아빠이고 싶습니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믿음의 길을 보여주고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그늘과 같은 아빠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늙고 쇠하고 이 땅을 떠나더라도, 아이들의 가슴 속에 “아빠의 믿음”이 남아 그들의 삶을 붙드는 기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기에 선교지에서 몸부림치며 애쓰는 제 모습을 ‘좋은 아빠 같다’고 불러주시는 말은, 하나님 앞에서 제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꿈을 사람들이 엿보고 있다는 위로로 다가와 감사가 밀려옵니다.

제 삶의 모토를 굳이 하나로 말씀드린다면, “거짓된 사람이 되지 말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거짓된 사람이란, 남을 속이고 이용하며, 권력과 이익만 좇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길로 가지 않으려 애씁니다. 받은 은혜에는 감사로 보답하고, 사람을 제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으려 하며, 제게 주어진 복은 흘려보내려 애씁니다. 그 모든 이유는 단 하나, 제게 먼저 다가온 하나님의 사랑이 아직 마음 속에 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다른 사람을 쉽게 ‘좋은 사람’이라 단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군가를 성인처럼 여겨버리면, 그 사람을 함부로 기대하게 되고, 결국 실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교 현장에서 수많은 분들을 만나며 배운 것은, 누구도 완전한 성인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각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그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제가 믿음 안에서 만난 분들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인생은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단한 기대와 환상을 걸기보다, 곁에서 오래 함께하며 서로의 모난 부분도, 귀한 부분도 함께 품고,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것, 어차피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조금씩은 욕심내고, 조금씩은 모자라면서도 동시에 ‘복음’이라는 좋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선교란 어쩌면 그런 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족한 제가 완전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제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덧입혀져 사람들이 그 빛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의 선하심이 저를 통해 비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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