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pass-over)의 은혜를 구하며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이다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이다

COVID 19와 온라인예배

연일 코로나 관련 뉴스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면하려 해도 관련 소식이 난무한다. 벌써 몇 달 째고 새해 들어 그 강력한 전염력이 지구촌을 강타중이다. 불안에 떨면서 깨고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 앞으로 얼마나 악화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만 실용화 단계까지 얼마나 소요될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온라인 예배라는 생경한 현실 앞에 교회는 우왕좌왕이다. 워낙 본질을 다루는 문제인지라 흑백 논리가 분명하다. 둘 다 수용한다든지 모두 배격한다는 태도란 용납되기 어렵다. 어쩌면 코로나 사태가 수습된 이후에도 온라인 예배에 대한 입장 정리는 그리 쉽지 않은 현안이 될 것이다.

비교적 안전하게 여겼던 미국의 확진자 숫자가 무서운 기세로 이탈리아를 바짝 좇는 입장이다.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살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인구 1/4이 이미 자가 격리 에 외출 금지 상태다. 불가피한 상황(essential)이 아니면 자택 밖으로 나가는 것은 통제 대상이 된다. 일부 생활 품목은 동이 난지 오래고 이제 사재기를 나무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무엇으로 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범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을 체크하면서 우려를 넘은 공포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줄어들지 않고 늘어만 가는 확진자와 사망자의 통계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가슴을 내리누른다.

전대미문의 대재앙에 직면한 사람들은 마치 안개 속을 더듬는 형국을 지나 미로에 갇힌 기분이다. 탈출구를 봉쇄당한 처지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오늘 처음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온라인 예배를 제공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교인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하필이면 창립기념 주일이었으니 목사로서 느끼는 자괴감이 실로 크다. 설비가 부족해도 미리 준비했다면 가능은 했겠지만 다른 교회에서 잘 준비한 예배에 동참하기로 했다. 아이들 때문에 영어예배 동영상을 택했는데 욥기 2장을 강해한 설교자의 메시지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몇 주가 지난 후에 상황이 호전된다면 다행이지만 더 악화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COVID19와 유월(逾越)의 은혜

조국의 상태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라 다행이다. 물론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 입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있겠지만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임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염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율적으로 조국의 수치(數値)는 낮다 할지라도 판데믹 상황에서 생사를 달리하는 이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남은 자들의 먹먹함과 울울함, 사랑하는 이를 일찍 보내야 하는 가족과 벗들의 통렬한 아픔은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다. 이것이 재앙이라면 빨리 벗어나고 싶다. 인간의 참극 앞에서 웃음 지을 공포의 마왕, 그의 정수리를 내리치고 싶다. 하늘에서 내릴 동아줄을 꽉 붙들고 싶다.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예전에 느끼지 못하던 친밀감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그간 갈고 닦은 요리 솜씨를 발휘해서 며칠째 식구들을 섬기니 이 또한 고통 중에 낙이 아닐 수 없다. 외출금지령이 풀려 소원했던 벗들과 뜻 깊게 만날 희망에 부푼다. TV를 통해 오페라를 비롯해 좋은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으니 작은 위로가 된다. 2주일째 시 91편을 영한으로 암송해서 묵상 중인데 날로 새로운 은혜를 느낀다. 작금의 상황에 부합된 말씀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중된 고통을 느낄 교인들에게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구한다. 이 고통의 순간도 유월(逾越)의 은혜로 넘어가리라(pass-over)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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