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보고서 (1)】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나의 사역”

편집자 주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 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7천 명의 멤버가 가입되었다. 이에 그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하나님 나라 모형을 이루는 도시 전체가 ‘교회’가 되도록”

Q1. 먼저 김대은 선교사님을 일하는 목회자 보고서 프로젝트 첫 번째로 소개함을 기쁘게 생각한다. 현재 섬기는 사역지가 <TheChurch세아이>로 되었는데, 세아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A. 내 모든 사역의 근간이 되는 교회인 TheChurch세아이는 실제적인 등록 교인이 한 명도 없다. 예배의 처소도 없다. 주마다 공식적으로 모이는 주일예배조차도 없는 실체가 없는 무형의 교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ThcChurch세아이를 굳이 ‘교회’로 명명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복 주시고 거룩하게 하신 복된 주의 날, 안식의 날을 통해 온전한 안식과 회복을 온전히 누리며 그 온전한 안식 안에서 하나님께서 새롭게 공급하시고 새롭게 세워주시는 힘을 통해 한 주간의 삶의 현장, 실제적인 모든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다. 우리 공동체에는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삶의 예배, 일상의 예배를 추구하는 단, 하나의 간절함이 있다. 교회는 이 시대를 향해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참된 예배자를 애타게 찾으시는 하나님의 간절한 부르심에 가장 바른 모습으로 응답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과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Q2. 김대은 선교사님은 그간 지역 사회를 섬기는 목회를 하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소개할 수 있는가?

A. 그간 에너지 나눔과 복지를 위한 ‘환경살림나눔발전’, 사회적 대안 금융인 ‘세아이희망대출서비스’, 사회 지원사업인 ‘퍼스트스탭&공동체 계좌’, 환경 캠페인 ‘세상을 위한 가게’와 ‘탄소사냥꾼’, 생명나눔운동인 ‘헌혈축제’, 자전거재생센터와 공유자전거 플랫폼, 청소년들의 행복 추구 교육을 위한 ‘방과 후 대안 교실’ 등을 해왔으며, 지금 <TheChurch세아이의 속초교회>에서 초등부 교역자로 섬기고 있다.

Q3. 특별히 신학을 하고 목회에 길에 들어선 계기는 무엇인가?

A. 내 부모님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지역, 남원시 아영면 산골 마을에서 목회를 하셨다. 목회자 자녀(PK)로 자라면서 교회와 목회 환경은 내 ‘삶의 자리’ 그 자체였다. 부모님은 열악한 교회에서 모든 일생을 다 바쳐 헌신했다. 그래서 평탄치 않은 목회의 길을 내가 가겠다고 할 때 반대를 하셨다. 하지만 나는 ‘기왕 믿는 거 제대로 알고 믿자’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신앙에 대한 학문적, 지식적 갈구가 나로 신학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신학을 하면서 나의 목회관도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철저히 선교적 교회(미셔널처치)를 중심으로 한 ‘삶의 자리 선교’, ‘삶의 자리 목회’였다. 나에게 이런 결단을 가능하게 했던 말씀은 마태복음 6장 33절에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7장 12절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16장 25절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사도행전 2장 44절에서 45절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다. 이 성경 구절들은 모두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Q4. 목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목회관을 세운 선교사님의 결의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 교회에서 사례를 받고 목회하는 형태가 아닌 자비량 형식의 목회의 방향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되는가?

A. 그렇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전도사로 사역을 하면서 나에게 ‘마음의 찔림’으로 다가온 것은 성도들의 피, 땀, 눈물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헌금과 교회 재정이 목회자의 급여생활비, 그리고 예배당 건물과 시스템의 유지, 운영, 보수를 위해 대부분 소진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굳이 거론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사실이다. 그 결과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고 괴리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Q5. 목회자가 교회에서 일정의 사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중소형 교회들은 대부분의 교회의 지출이 사례에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김대은 선교사님의 방법은 무엇인가?

A. 나는 문제를 인식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문제에 기초해 교회가 교회 구성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존재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긍휼, 그리스도의 사랑이 교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흘러가는 통로의 역할을 찾고 그것들을 수행하는 것이 마땅한 사명일진대, 도리어 목회자가 그 통로의 걸림돌, 교회의 구제와 나눔에 대한 종착역이 되어 교회의 교회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컸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목회자 개인으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성도들의 헌금에만 의탁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함으로 재정의 종착역이 목회자의 생계가 아니라, 성도들의 피와 땀, 눈물과 헌신이 하나님의 긍휼,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의미가 되어 교회 밖으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로 살아보자는 시도와 도전을 하자”였다.

Q6. 그렇다면 교회 재정의 종착역이 목회자의 생계가 아니라 지역사회로 흐르게 하기 위한 목회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어떤 일을 했나?

A. ‘일하는 목회자’로 살기로 다짐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야기(세아이)’라는 사업이다. 그 첫 번째가 2006년 시작된 ‘친환경 나눔 발전소’ 세우는 일이다. 각 지역 건물의 옥상을 기부 받아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거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지역의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면서 한번 설치하면 40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나눔’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자신의 월급에서 매달 20만 원씩 십일조를 떼고, 동참하는 이들을 통해 1,500만 원 정도의 기금을 마련해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에 패널을 설치했다. 1987년에 개원한 요셉의원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등포 쪽방촌 이웃,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무료 진료하는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부설 의료기관으로, 태양광발전 패널 설치로 매달 전기료 30~4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12년 ‘세아이 희망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한 달에 200만 원을 벌면서 매달 십일조를 떼고 힘들게 모은 돈을 저금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위한 대출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출금액은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따로 계약서가 없다. 상환금액, 이자도 묻지 않는다. 내가 이일을 하자 두 명의 자녀도 아빠의 이런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 후 속초로 사역지를 옮긴 후에는 환경 캠페인 ‘탄소사냥꾼’을 시작했다. 속초 시민을 대상으로 한 ‘탄소사냥꾼’은 체인지 메이커로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자전거나 도보, 휠체어 등으로 이동한 거리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면, ‘세상을 위한 가게’(지역 가게나 기업 등)가 이를 1km당 100원으로 환산해 ‘시민행복기금’에 적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립된 기금은 태양광 시설 설치 등 친환경 에너지전환 환경을 만드는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 처음 20여 명의 속초시민과 가게 1곳으로 시작된 캠페인은 현재 250여명의 시민과 가게 5곳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속초 해랑중학교 1학년 4반 학생들이 등·하교 때 자동차나 버스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으로 시작해 체인지메이커로 동참했다. 그 결과 어른들의 도움으로 기부금을 90만원 가까이 모았다.

Q7.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환경과 나눔 운동을 해오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나는 ‘탄소 사냥꾼’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몸을 모두 내어주신 예수님’이 생각난다. 나의 하루를 이웃들에게 내어주는 삶.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 아닌가? 늘 생각한다. 나의 작은 걸음에 함께하는 속초 시민들이 많다. 그들 중 상당수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속초 지역의 크리스천들이 이 일에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

일터사역(사회 활동가)을 통해 나에게 허락하신 이 도시(속초)의 모든 시민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도시 공동체, 도시 전체가 교회가 될 수 있는 도시목회를 꿈꾸고 소망한다. 나의 행복, 내 가족의 행복이라는 작고 좁은 범주의 소극적 행복의 기준을 넘어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웃, 모든 도시 공동체의 시민들이 함께 행복해지고, 서로 서로의 유무를 상통하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해 주며, 모두가 함께 소유하고 함께 누리는 온전한 이 땅 위의 하나님 나라의 모형을 위해 ‘시민 자산화 도시’, ‘시민 행복도시’를 꿈꾸고 있다. 또한 이 작은 도시 속초에서 이루어져 가는 그와 같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가 다른 지역의 교회, 다른 지역의 도시들에도 잘 전달되고 확산되어 ‘에너지 전환, 자립, 독립 및 나눔, 복지도시’가 누룩처럼 번져가기를 기도하며 실천하고 있다.

Q8. 마지막으로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 속에서 활동하는 것 같은데, 일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A. 한국교회 내에 여러 지역과 다양한 목회 현장에서 일하면서 목회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페이스북 내의 그룹이다. 그 분들도 나와 같이 교회에 자신의 생계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일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목회를 하는 분들이다. 한 마디로 돈 벌기 위해 목회하는 분들이 아니라, 목회하기 위해 돈 버는 분들이다. 동시에 그 분들의 삶의 터전이 곧 목회 현장이기도 하다. 이 분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나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목회를 준비하는 신학생들이 ‘교회’에 대해, 그리고 ‘목회’에 대해 좀 더 고민하기를 바란다. 목회자의 생계를 위한 교회나 목회가 아닌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곳’으로서 ‘교회’와 ‘목회’, 그리고 ‘도시’를 바라보기를 원한다.

 

일목공동취재단 : 정성경 기자(가스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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