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리 교수의 “마음교육”

우미리 교수 / 독일 뮨스터대학 신학박사(교회교육, 교육심리), 하영감리교회 담임목사, 협성대학교 기독교교육 초빙교수, 분더슐레 정신분석심리상담센터 원장(분당), 심리치유센터 해내 원장(서초), 사)한국상담전문가 회장(전), 사)한국음악예술 운영이사(현), 교사대학, 부모, 자녀교육, 감정코칭 강사
우미리 교수 / 독일 뮨스터대학 신학박사(교회교육, 교육심리), 하영감리교회 담임목사, 협성대학교 기독교교육 초빙교수, 분더슐레 정신분석심리상담센터 원장(분당), 심리치유센터 해내 원장(서초), 사)한국상담전문가 회장(전), 사)한국음악예술 운영이사(현), 교사대학, 부모, 자녀교육, 감정코칭 강사

갑자기 일어나는 노여움, 슬픔, 기쁨, 두려움 따위의 급격한 감정을 정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동이 계절을 탄다. 계절성 우울증 혹은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특정 계절에만 몸이 나른해지고, 우울해지고, 기분이 저하되는 증상인데, 정신과적인 질환이 없는 사람도 약 15% 정도 가을과 겨울에 이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2~3% 정도는 계절성 정동장애를 경험한다.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로 기온이 낮아지고 주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빛을 쬐면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대표적 신경 전달 물질들인 멜라토닌,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이 많이 생성되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데, 가을과 겨울이 되면 일조량과 활동량이 줄어 호르몬 분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우울해진다. 무덥고 긴 장마로 지친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조석으로 날씨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아직 한낮에는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가뜩이나 위축된 마음에 한기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 계절성 정동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정치, 경제, 사회 전 방위적 불안과 건강염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수의 증가로 불안과 우울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우울증'이다.

프랑스 문학가 로베르 앙텔므(Robert Antelme, 1917~1990)의 자전적 소설이자 강제 수용소 증언문학의 고전 '인류'(1947) 머리말에 이런 글귀가 있다. "여기에 내가 겪었던 것을 옮겨 적는다. 그곳의 공포는 거대한 것이 아니었다. 간더스하임에는 가스실도, 시체 소각장도 없었다. 그곳의 공포는 어둠, 지표의 절대적 부재, 고독, 끊이지 않는 억압, 점진적 소멸이었다. 우리 투쟁의 원동력은 끝까지 인간으로 남겠다는 필사적 요구, 그마저도 거의 언제나 고독한 필사적 요구였다." 제2차 세계대전 수용소의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는 최대의 저항이자 임무, 신성한 과업이었다. 작가는 '인류'를 통해 ‘단지 고통 속에 함께 있음으로서의 저항’, ‘타자에 대한 무한한 인정으로서의 우정’을 기술하였다.

로베르 앙텔므(ROBERT ANTELME, 1917~1990)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후 겪은 일들을 기록한『인류』(L'ESP?CE HUMAINE)는 2차 대전의 ‘수용소 문학’ 가운데에서도 가장 증언적인 기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로베르 앙텔므(ROBERT ANTELME, 1917~1990)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후 겪은 일들을 기록한『인류』(L'ESP?CE HUMAINE)는 2차 대전의 ‘수용소 문학’ 가운데에서도 가장 증언적인 기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의 상황을 감히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도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이며 대항하고 있다. 수용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마음 편히 외출하지 못하며 자택에 감금 아닌 감금으로, 죄수복은 아니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일상이 사라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도 '살아남기'는 함께 감염에 대한, 감염으로 파생한 고통에, 최대의 저항이자 임무, 신성한 과업이다. 과거 이래로 재난과 재해는 우리 삶의 주변에 발생되어 왔다. 그러나 특정지역, 특정인, 특정사건으로 모든 개인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다른 재난과 다른 것은 모든 개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와 단절된 삶은 관계를 중요시 하는 한국인의 삶에 사회적 단절감으로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극한 상황일수록 이타적인 감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기와 안일함은 모두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평상심을 갖고 다른 쪽으로 관심사를 돌리는 ‘심리적 방역’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 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코로나우울증을 이길 마음의 방역이 요구된다.
그 어느 때 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코로나우울증을 이길 마음의 방역이 요구된다.

최고의 영성가이자 교육학자인 파커 팔머(Parker J Palmer)가 볼 때 마음은 항상 부서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현실과 열망, 존재와 당위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음이 부서질 때마다 ‘비통한 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누구도 결코 확신할 수 없는 끝이 없는 실험의 ‘상태’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타자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한다.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이들을 악마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마음의 연습(습관)’이 민주주의의 기반이 된다고 말한다. 그 습관은 우리 안의 차이를 생명으로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끌어안는 법을 배우는 삶의 태도를 뜻한다. 가정, 동네, 교실, 일터, 종교 공동체 등 일상생활의 장소들 안에서 익히는 마음의 습관, 삶의 태도야말로 민주주의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해 민주정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편한 무엇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긴장을 끌어안는 능력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결정한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공적인 마당, 공론의 장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금이야말로 교회의 진가가 드러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교회는 광장의 역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공적인 장소로서 신앙의 경계를 지키며 개방성을 가지고 이웃을 환대하는 친절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파커 팔머나 로베르 앙텔므는 코로나 19 감염증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자기의 존재의 자리에서 성실함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하는 것이다(마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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