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원 교수 “대림절은 주님의 초림을 기억하고 재림을 기대하는 종말론적인 시간”

크리스마스의 어원

크리스마스(Chrismas)는 라틴어 ‘크리스투스’ (Christus)와 미사(Missa)가 합해진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와 미사를 묶은 것인데 그리스도를 예배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잘 아는 대로 X-mas라는 약어로도 사용되는데 헬라어로 그리스도의 첫 글자인 X를 사용한 것으로 의미는 크리스마스와 동일합니다. 어원으로 살펴보면 성탄절의 목적이 무엇이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분명해집니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날”입니다.

12월 25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알 수 없다” 혹은 “알 길이 없다”입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대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 더 중요했고 탄생에 대해서는 부활에 비해 관심이 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들이 초대교회교인들이 성탄절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로 여기고 축하했다고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 기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2세기 후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여 12월 25일이 아닌 1월 6일이나 10일, 4월 19일이나 20일, 5월 20일, 11월 18일에 축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2세기 후반까지 다양한 날에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했다는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12월 25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분명한 것은 적어도 4세기 초에는 로마에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축하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춘분 후 4일 째 되는 날인 3월 25일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으로 알려져 있고(초대교회 감독들인 터툴리안이나 히폴리투스도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소위 영웅들, 구약의 족장들의 수태일은 사망일과 같다고 생각했기에 마리아의 수태일도 3월 25일로 믿었고 그렇게 계산을 하니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된 것입니다. 이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로마제국의 미트라스교와의 연관성속에서 성탄절의 기원을 찾기도 합니다. 미트라스교에서 12월 25일은 ‘정복되지 않은 태양’의 탄생일(dies natalis solis invicti)이며 태양신 미트라스의 생일입니다. 교회가 이 문화를 받아들여서 빛으로 오신 주님의 탄생과 연결시켰다는 주장이죠. 일종의 문화변용 혹은 토착화가 이루어진 셈인데 이 또한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빛으로 오신 주님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연관성이 없지 않습니다.

참고로 성탄절이 12월 25일이라는 가장 오래된 역사적 기록으로서는 로마 교회의 감독 다마수스의 친구이며 필사전문가인 필로칼루스가 편찬한 연대기(354년)가 있습니다. 336년 로마교회의 순교자 명부에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이 12월 25일로 나온 것을 기초로 하여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동방교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짜를 4월 6일로 보았기에 당연히 1월 6일은 탄생일로 여겼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동방교회는 1월 6일이 주현절이자 성탄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성탄절의 기원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12월 25일이 정확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날짜를 모른다는 것이 성탄절의 의미를 결코 퇴색시키지 못합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은혜는 교회의 신학과 예배의 전통에 분명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믿음의 선조들은 주님의 탄생과 임마누엘의 축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고 예배 속에서 구현해왔습니다. 성탄절을 의미하고 축하하는 수많은 음악, 장식, 예전들은 주님의 탄생을 효과적으로 전할 뿐만 아니라 그 중차대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성탄절의 주제와 예전적 조언

성탄절의 주제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며 특별히 성육신하신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강조됩니다. ‘임마누엘’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이 성탄절 예배의 신학적기반이 됩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신다는 믿음의 고백과 축하가 있는 기간입니다. 원래는 성탄절부터 주현절까지 12일 동안 축하하는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현재의 성탄절도 당연히 주현절과의 연속성속에서 축하하고 있지만 대림절(Advent)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회력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대림절은 성탄절 전 4주간을 의미합니다. 대림절은 주님께서 오신 것을 기억하며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즉 어넴니시스(anamnesis, 생생한 기억-성찬식의 “나를 기념하라”에서 기념의 의미)와 프롤렙시스(prolepsis, 천국의 잔치를 미리 맛본다는 의미이자 기대와 소망의 의미)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성탄절도 동일한 의미를 갖습니다. 단순히 주님께서 오신 것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예배에서 성탄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초림을 기억하고 재림을 기다리는 기쁨과 기대가 가득한 종말론적인 시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예수님이 빛으로 오신 분임을 잊지 않고 소망 가운데 기다리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대림절 초는 대림절 첫 주일부터 네 번에 걸쳐 나누어 켜고 성탄절에는 하얀 초를 밝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자는 의미입니다.

성탄절의 대표적인 장식인 성탄목(크리스마스 트리)의 전통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일 년 내내 변하지 않는 나무를 사용하여 영원성을 나타낸다거나 루터가 전나무를 가져와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사과를 매달아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상징적으로 상기시키고 빵으로 만나를, 초를 통해 빛으로 오신 주님을 나타냅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런 상징성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습니다만…리스(Wreath)를 만들어 문에 달아놓거나 집안에 장식하는 것도 잘 알려진 전통입니다.

성탄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캐롤입니다. 수많은 찬양들이 주님의 오심을 기억하고 다시 오심을 기대합니다. 그중에서 “오” 안티폰(“O” antiphon)”의 전통이 있습니다. The Great Os라고도 부르는,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O”로 시작하는 찬양들을 부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12월 23일에 부르는 O come, O come, Emmanuel (곧 오소서 임마누엘)과 같은 곡들입니다.

참고로 성탄절의 찬송들을 부르다보면 가사들이 현재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구주 나신 날’(새찬송가 121장)이나 ‘참 반가운 성도여’(새찬송가 122장)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주님의 나심을 현재화 하여 생생하게 기억하며 축하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님으로 돌아가기

닥터 수스(Dr. Suess)가 쓴 “어떻게 그린취가 크리스마스를 훔쳤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외롭게 사는 푸른색의 희한한 모습을 한 그린취는 성탄절 이브를 맞아 기쁨에 넘치는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선물을 사고 트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얄미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성탄절을 빼앗기로 결심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선물과 크리스마스장식들을 모두 훔쳐옵니다. 그런데 성탄절과 관계된 모든 것을 잃고도 사람들은 여전히 기뻐합니다. 그린취는 기쁨에 넘쳐 성탄의 노래를 부르는 마을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자 묻습니다. “아마도 성탄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더 깊은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그 뭔가 다른 것은 바로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기쁨입니다. 제 아무리 거창한 선물을 준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가식에 불과한 것처럼, 제 아무리 특별하게 장식하고 꼼꼼하게 준비한다 해도 그 특별한 시간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한 인식과 그로 인한 기쁨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정교회 신학자인 알렉산더 슈메만은 누가복음 2장 29-32절에 등장하는 시므온의 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평생을 기다려온 시므온에게 마침내 그 아기 그리스도가 주어진 것이다. 그는 마침내 세상의 생명이신 분을 자기 품에 안았다. 그는 기대와 기다림 중에 있는 온 세상을 대표했고, 그가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 이제 우리의 기도가 되었다. 그가 주님을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기다림의 생애는 마침내 성취되었다….”

성탄절의 의미는 바로 빛으로 오신 주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억(anamnesis)하고 은혜와 기쁨을 받아 누리며 다시 오실 것을 기대(prolepsis)하는 것입니다. 시므온이 누렸던 감격이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곧 오소서 임마누엘!

나눔을 위한 질문(함께 질문에 대해 나눠보세요)

1. 성탄절의 주제는 무엇인가?

2. 성탄절의 의미를 나 자신에게 적용시킨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안덕원 교수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으며 미국의 드루(Drew)대학교에서 석사(M.Div,1997)를 마치고 같은 학교에서 기독교 예전을 전공하여 박사(Ph.D,2004)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드루대학교에서 풀타임 교수로 4년 동안 예배와 설교를 가르쳤으며 뉴욕 한빛교회와 서울 한우리교회에서 영어예배 담당목사로, 뉴저지 시온성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하였으며 2012년부터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대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본 기사는 올포워십에 올린 강의안을 기사화했음을 밝힙니다.

-출처:https://all4worshi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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