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필교수,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커뮤니케이션 외래교수(전)*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설교커뮤니케이션(현)* 안종필 휴먼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안종필교수,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커뮤니케이션 외래교수(전)*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설교커뮤니케이션(현)* 안종필 휴먼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스무살의 목소리는 부모가 준 선물이고, 마흔의 목소리는 자신이 준 선물이다.”

나는 목소리를 40세 이전의 목소리와 이후의 목소리로 나눈다. 왜냐하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배우고 익히며 생각하는 것들이 엇비슷하다가 20,30년을 지나면서 복합적이고 난해한 장애물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들을 풀어내는 자세와 대처하는 방식 또한 서로 다른 차이가 난다. 이런 체험들을 기록하여 담아 놓은 그릇이 목소리다. 나는 이때부터 나오는 목소리를 말소리라고 부른다.

목소리가 선천적인 소리라면, 말소리는 후천적인 소리다. 그 말소리는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다. 무게도, 빛깔도 다르다. 이게 바로 음색이다. 음색이란, 목소리의 정서, 분위기다. 음색은 삶의 과정에 따라 빚어진 삶의 색깔이다. 음색이 바로 말소리다. 음색은 삶의 태도와 환경의 적응력, 가치관에 따라 헐어지고 다듬어진다.

청소년 시절까지는 음색이 물들어지는 시기가 아니다. 나뭇잎의 색깔들을 보자. 이들도 6-7월을 지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리도 이십부터는 세상과 맞서기 시작한다. 광야의 언덕에서 분노의 소리도 지르고 울분의 소리를 기록해 나간다. 어떤 때에는 합격, 취직, 결혼, 승진의 기쁨과 감사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신응수 도편수는 [목수]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시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쓰고 있다.“나무가 몇 해나 땅에 발을 디디고 살다 죽었는지는 나이테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무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자랐는지 알려주는 것이 나무의 나이테다. 나무는 저마다 다 결이 다르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재질이 좋은 나무는 깎아 놓았을 때 결이 곱고 부드럽다. 고건축 자재로 최고인 적송의 잘린 면과 일반 소나무인 육송의 잘린 면을 비교해보면 금 새 알 수 있다.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동안 느리고 자란 적송은 온화한 선비처럼 그 면 또한 청결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곱다. 어찌 보면 잘 빚어 놓은 우리 도자기의 매끄러움과 닮았다. 해마다 추위와 눈비를 이겨내며 층층이 몸을 불려낸 적송이 피워낼 수 있는 그만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적송과 반대로 열대지방에서 해마다 쑥쑥 자란 나무는 깎아 놓았을 때 그 면의 결이 곱지 못하다. 풍상을 견디며 더디게 자란 나무가 결국에는 제 몫을 다하는 법이다.”

우리의 목소리도 이처럼 셀 수 없는 삶의 과정들이 기록되어 있다. 목소리에서 말소리로 바뀌는 과정들이다. 물론 20대의 목소리에는 아직 나이테가 희미할 때다. 가수 혁오의 Tom Boy 노랫말을 잠깐 들어 볼까요?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 아~~~ 한사람의 말소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의 표정을 닮고 있는 그릇이다. 손가락 끝마디에 그 사람의 고유한 지문(指紋)이 있듯이, 사람의 목소리에도 성문(聲紋)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 교수는 메시지 전달 요소들을 비중별로 소개하였다. 목소리 38%, 표정 34%, 태도 20%, 내용 8% 라고 한다.

내가 강의 현장에서 경험했던 온유한 말소리들은 감사와 감탄에서 빚어진 목소리였다. 말소리가 은혜가 되어야 한다. 눈이 좋으면 말소리는 좋아진다. ‘눈은 관계의 틀이기 때문이다. 눈에서 목소리가 나온다. 눈에서 감사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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