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목사 “세상 속에서 우리 자신이 교회 되는 것이 중요”

편집자 주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만이천 명의 멤버가 가입됐다.

오늘은 열아홉 번째 시간으로 용인 수지에서 카페 <토다의 숲>를 운영하며, 동시에 <움직이는 교회>(합동 경천노회 소속)의 담임목사로 섬기는 임성원 목사를 소개한다. 수지 아파트 단지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토다의 숲(움직이는 교회)>은 마을과 교회의 문화적 허브로 또한 청년 일자리 제공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하는 목회자로 그의 사역은 무엇일까?

토다의 숲(수지 움직이는교회), 임성원 목사
토다의 숲(수지 움직이는교회), 임성원 목사

Q1. 카페이면서 교회이고 교회이면서 카페인 <토다의 숲>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A. 손님들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멋진 숲을 끼고 있는 예쁜 카페 정도로 생각하고 온 것이다. 하지만 공간을 둘러보며 다양한 활동에 호기심을 갖는다. 처음 한 2~3년 동안은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공간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좋아한다. 그리고 이곳이 교회라는 사실에 또 놀란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일반인들의 반응은 교회가 이렇게 해야지” “이런 게 교회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사람들은 지금은 내가 목사인 줄 알지만 편하게 온다.

반면 기독교인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처음엔 내가 목회자인 줄 알지 못하고 신나게 이용하다가 목회자인 것을 알면 굉장히 긴장하는 것을 본다. 그분들에게 끊임없이 나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주변의 교회들을 함께 섬기고 싶으니 이 카페를 교회의 부속실처럼 쓰라고 했는데 성도들이 너무 자주 오니까 발길을 끊은 분도 있었다. 그런 반응들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때로 내가 무슨 이상을 꿈꾸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격려하기도 하고 함께 하자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 반응들을 보며 내린 결론이 건강한 전통 교회를 만나야 선교적 교회도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이었다.

Q2. 토다의 숲의 또 다른 사역의 현장인 <움직이는 교회>라는 이름이 참 멋있다. 무슨 뜻인가?

A. 교회를 개척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나는 어떤 교회를 할 것인가?’였다. 마음 한가운데 늘 떠나지 않던 생각이 교회는 무엇일까? 건물인가? 조직인가?’ 고민이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건물에서 자유롭게 됐다. 우리가 만나는 모임이 교회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다. 세상에 멋진 건물로서의 교회를 짓는 것보다 세상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이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의 현장에서 교회가 되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가치라고 보고 <움직이는 교회>라는 이름을 지었다.

 

Q3. 토다의 숲은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 한 것으로 보인다. 토다의 숲은 어떻게 지역에 다가가고 있는가?

A. 나는 이 공간이 나의 공간이 아니라 이 지역 사람들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토다의 숲은 때로 콘서트홀이 되기도 하고 미술관이 되기도 하며 각종 문화수업을 하는 교실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지친 마을 분들을 위해서 토다의 숲 통기타 랜선 콘서트을 열어 통기타 가수인 <프리즘 밴드>, <보이는 바람> <우제석> , <쏘시애 밴드>와 함께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지역에 있는 미술학원과 연계해서 미술전시회도 열었다.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학부모들이 정말 행복해했다.

Q4. 카페며 콘서트 그리고 미술전시회와 같은 문화사역을 펼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젊은 시절부터 교회에서 찬양 사역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왜 교회 안에서만 찬양하는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만 불러놓고 찬양을 불러야 하나? 나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인가? 아니면 교회가 나를 잠시 이용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통해 하나님을 표현하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에서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리고 그 꿈을 구체적으로 이루기 위해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문화로 석사 전공을 했다. 공부를 하면서 기독교 문화가 무엇인지 많이 배우며 생각을 하게 됐다.

 

Q5. 오래전 기독교의 문화는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고 핫이슈였다. 이를테면 성탄절 즈음에는 문학의 밤같은 이름으로 교회에서 종합 예술 공연을 펼치면, 교회에 다니지 않던 친구들도 이날은 교회에 와서 기독교 문화도 즐기고 친교도 하는 등 문화의 한 축을 감당했는데, 지금은 딱히 교회 문화가 세상에 어필되는 것이 무엇이 있나? 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기독교 문화가 세상에서 영향력을 잃은 이유는 콘텐츠의 문제인가? 아니면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인가?

A. 내 생각에는 우선적으로 교회가 세상과 공감을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시대적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 교회 내 문화는 정체됐는데 세상은 아이디어가 발달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 교회는 교회 문화에만 취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기독교 문화라는 말도 엄밀히 말하면 기독교 문화가 아니라 교회다. 하지만 교회가 우리만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 보니 더 이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도 개발되지 못한 것이다. 기독교 정신은 사실 선하고 아름다움이라는 탁월함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본다.

Q6. 기독교 문화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시대 교회들이 예술이나 문화라는 이름의 옷을 입고 세상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목사님이 지금 하고 있는 카페나 음악회나 전시회 혹은 도서관이나 세미나 등 다양한데 혹시 이런 영역 말고, 교회가 세상에 다가설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나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대부분 교회의 위치와 공간이 참 좋다. 교회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상권이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지리적인 장점이 있다. 또한 건물적인 장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세상 가운데 문을 여는 것이다. 문을 열기만 한다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교회가 공간에 대한 개념을 깨지 않으면 어떤 콘텐츠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Q7. 오늘날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문화적 실천과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일단은 교회에서 지금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행사들 중 연예인들 초청 행사 같은 것들은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런 것들은 기독교 문화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아서 생긴 것들이다. 이것이 교회의 문화가 될 수 없다. 교회는 이벤트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아름다운 성품을 드러내는 일을 해야 한다. 문화를 개 교회의 목적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예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것이 기독교 문화의 본질이고 이것을 분명히 하면 다양한 실천적 대안들이 나오리라 믿는다.

 

Q8. <움직이는 교회>는 자선행사를 통해서 구청 사회복지과와 지속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공공기관이 교회에게 바라는 기대나 요구들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A. 아주 많다. 공공기관이 교회에 기대하는 것은 아주 크다고 본다. 전에 모교회에서 사역할 때였다. 추수감사절이 돼서 성도들이 가져온 과일로 강단을 가득 장식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이 끝나자 그 과일을 성도들이 나눠가지는 것을 봤다. 그래서 총괄 부목사로 있을 때 미리 빈 박스를 나눠주고 오병이어 광장을 만들어 나누겠다고 했다. 성도들이 가져온 박스들로 로비를 채웠다. 그런데 기대보다 더 많이 들어왔다. 추수감사절을 마치고 구청 사회복지과 전화해서 긴급구호가 필요한 곳에 나눴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밝히자 트럭 두 대가 와서 긴급구호 대상자 수백 명에게 나눠졌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 교회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교회들이 함께 이일을 하면 가을 넘어서 겨울까지 지역 사람들과 과일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자선음악회를 하면서 그때 수익금을 지역 내 어려운 중에도 학업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나누기로 하고 모금함을 뒀다. 그런데 관객 중에 한 분이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첫 번째로 남을 도운 날이라는 SNS에 글을 올린 것을 봤다. 그 글을 보고 펑펑 울었다. 나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9. 토다의 숲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창업도 돕고 있는데 소개해 줄 수 있나?

A. 처음에 카페를 시작하면서 공간이나 환경적인 여유가 많다는 것을 보고, 청년들이 꿈을 가지고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공간이 얼마나 좋은가? 청년들이 충분히 자기 자신의 사업의 꿈을 실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카페 내에 공간을 만들었다. 처음에 시작한 것이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플라워 교육을 하는 청년이 그곳을 통해서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운영을 했다. 또 카페를 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카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제공했다. 이곳을 통해 카페를 창업한 청년들이 3명이나 되고 나중에는 수원에 카페를 창업을 하고, 동네에 가서 창업한 청년들도 생겼다. 소문이 나서 이곳을 통해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찾아온다. 하나님이 이곳을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셨다는 생각을 한다.

1호로 창업한 카페 방문 당시 기념 촬영
1호로 창업한 카페 방문 당시 기념 촬영

Q10. 선교적 교회로서 교회를 오픈하고 사역을 하다보면 어떤 기준이 생기지 않나?

A.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여기를 지나간 사람들을 돌이켜 보면 돕는 사역이 쉽지만 않았다. 많은 청년들과 유익을 나눴지만 반면 상처가 된 청년들도 있었다. 끊임없이 내어주어도 결국에는 자기 유익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 때 마다 이렇게 계속해야 하나?’ 속상한 마음이 든다. 빈털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도왔는데 자기 유익을 찾아 가차 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역을 통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꽃꽂이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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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코너를 틍해 창업의 기회와 장을 제공한다. 겨울철은 인기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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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한국교회가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한국교회가 선교적 교회를 말하면서 교회 밖 사람들과 함께 할 마음이 있는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공감할 마음이 있는가? 세상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마음이 있는가? 를 먼저 살펴야 한다. 진정성이 없으면 교회 밖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Q12. 목사님은 토다의 숲과 움직이는 교회를 통해 일하는 목회자(일목)으로 살고 있는데, 다른 일목이나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A.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 모르겠다. 여기에 있다 보니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택배 일하는 분이 여러 번 다녀가더니만 나중에 목사님 저도 전도사입니다.” 하면서 숨겨진 정체를 이야기한다. 어떤 날은 삶이 힘들어서 울고 간다. 어떤 목사님은 부교역자로 사역하다가 지쳐서 온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나의 사역을 보면서 그래. 내가 다른 삶을 살면 되지용기를 얻고 간다. 또 어떤 분들은 가정 교회를 세워가는 모습을 본다. 사실 일하는 자체만으로 일목의 사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구나 다 일을 한다. 일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안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 것이 목사라고 본다.

 

Q13. 미래세대에 한국교회가 살아남는다면 어떤 목회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A. 미래세대라고 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목회자의 모습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목회자의 전통적인 사역은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삶이 지금은 편견 속에 있다. 나도 종종 목사님은 목회를 언제 하세요?”라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점점 더 많이 인정받고 있다. 인식이 변하고 있다. 나는 전통교회의 견고한 자리는 그대로 견고하게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면 현장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의 사역이 왕성해질 것이라고 본다. 두 개의 축이 잘 서나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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