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샵’으로 환경과 지역을 살리는 김인규 목사

  • 입력 2020.12.14 12:16
  • 수정 2022.04.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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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불편한 소비문화를 세상에 심다"

【편집자 주】 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 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8천 명의 멤버가 가입되었다. 오늘은 청주 다리놓는교회(순복음) 담임목사며, “동네마당”(티룸/제로 웨이스트샵)과 “꽃보다사람”(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규 목사와 아내 이주은 전도사의 사역을 소개한다.

Q1. 먼저 목사님의 일터 사역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우선 어떻게 목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듣고 싶다.

A. 목회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교회 설립’에 대한 고민이 한창일 당시 한 선배 목사님이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다. “너는 목사깜이냐?” 이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전혀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목사’라는 직업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한다. ‘너는 목사깜냥이 되어가고 있는가?’

목회자의 길을 간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자질들을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학적인 학업의 준비는 물론이고 영성 훈련의 기간도 분명히 필요하다. 또 설교자의 위치이기에 적어도 ‘성경’을 보는 눈, 읽는 눈, 해석하는 눈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서 성경의 진리를 믿고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손과 발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렇듯 준비되어야 할 요소들을 위해 적어도 내 신앙과 삶의 고백이 있다면 이것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가능한 한 가난과 정의를 알게 하소서.” 이 고백은 목회자로서 나에게 매우 중요한 고백이다. 목회자가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도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삶을 산다면 그의 설교와 영성은 어디에서도 어울리지 않는 영성이며 설교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가능한 가난’을 지향한다. 또 ‘정의’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가난한 자, 병든 자, 약한 자, 소외된 자를 향했던 것처럼 목회자의 눈과 귀가 오로지 그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층과 지배계층 그리고 성도 간에서 빚어지는 서열 속에서도 목회자는 오로지 그리스도의 정의를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을 갖고 목회를 출발하게 됐다.

김인규 목사 / 청주 다리놓는교회 담임목사, 제로웨이스트샵 '동네마당' 운영
김인규 목사 / 청주 다리놓는교회 담임목사, 제로웨이스트샵 '동네마당' 운영

Q2. 그리스도 안에서 가난과 정의를 알게 해 달라는 목회적 고민이 인상 깊다. 그렇다면 현재 일터사역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무엇보다 자립 목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십여 년 신학공부만 해온 것이 목회자로서 대단한 장점이기는 하지만 가정에게나 교회 운영 면에 있어서는 한없이 무능한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오래 할 수 있는 일과 교회 사역을 서로 잇게 됐다. 교회의 한 공간에 상주하면서 보이차를 우려 주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교우들과 주민들에게 인문학, 신학, 역사 등의 동네 세미나를 열거나 다음 세대와 역사탐방을 다니는 등의 일을 했다. 아내 역시 플로리스트를 준비해서 조금씩 동네 손님을 유입하도록 했다. 차와 책 그리고 꽃 이 세 가지는 꽤나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교회 앞 주차장 공간에서 마을 플리마켓(flea marke)을 열을 수 있었고 촛불집회나 월드컵 경기 시청 등 동네에 교회 사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역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모든 것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모이는 것이 그쳐 지니 소규모 활동은 다 접을 수밖에 없었고 교회 사역도 위축되었다. 무엇보다 목사로서 3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회 분위기와 교회 내 분위기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차 회복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들렸던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교회의 역할,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세우는 것인데 그것은 세계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생태감수성에 대한 것이었다.

교회가 다음 세대의 삶의 마당이 되기를 바라면서 도전한 것은 녹색교회로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이었다. 교회 뒤에 있는 작은 공간에 텃밭을 만들고, 교회 내 ‘플라스틱 제로(Plastic-Zero) 운동’을 하는가 하면 배움 학교를 통해 생태감수성과 기후위기 등의 이슈를 교육하고 체험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전 교인이 함께한 수요성경공부 중 ‘리필 샵’에 대한 나눔을 한 적 있는데, 그때부터 교회가 할 일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샵’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에게 본격적인 일목의 현장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샵’이 시작된 것이다.

환경주일을 맞아 청주지역의 4개 교회가 함께 생명다양성 캠페인을 펼쳤다
환경주일을 맞아 청주지역의 4개 교회가 함께 생명다양성 캠페인을 펼쳤다

Q3. ‘제로 웨이스트 샵’라는 말은 익숙하게 들어보지 못한 단어인데 무슨 뜻인가?

A. 말 그대로 쓰레기 없는 삶에 대해서 도전하는 문화의 한 축이다. 특별히 한정 지을 수 없겠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필품, 식료품, 주방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제로 웨이스트 샵은 일단은 무포장이다. 이 가게 안에 있는 제품들은 포장이 없다. 당연히 과대포장도 없다. 제로 웨이스트 샵의 판매 물품들은 모두 친환경제품으로 썩거나 소멸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상품들이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샵은 소분해서 쓸 수 있는 물건들도 구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액체세제나 샴푸를 말통 같은 대형용기에 준비를 하고, 소비자들은 기존에 쓰던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와 거기에 소분해 담아가는 형태다. 쉽게 말해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포장 용기에 담긴 상품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플라스틱 하나라도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

Q4. 언뜻 듣기에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오늘날 소비 패턴에 비추어 보면 어색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렇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 샵은 굉장히 불편한 소비를 자극시킨다. 온라인이든 대형 마트를 가면 1+1 상품이 더 싸기도 하고, 쉽게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포장도 소비자의 눈을 자극한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서 더 비싼 비용이 들더라도 플라스틱을 거부하고 친환경용품을 쓰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 샵이 갖고 있는 유익이라고 말할 수 있다.

Q5. 플라스틱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로 웨이스트 샵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방금 말한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는 형태의 소비문화를 이끌어 가는 제로 웨이스트 샵은 대부분 독립적이거나 개별적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까 지역마다 많지 않다. 그것이 구매에 대한 경쟁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부분이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 샵이 지역마다 많이 세워지고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운동에 지역 교회들이 동참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6. 제로 웨이스트 샵을 교회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가장 어려우면서 기초적인 질문이 ‘이것이 과연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시작했다. 교회의 청년들과 어른들이 매일 쓸 수밖에 없는 세제 종류인 세탁세제, 주방세제, 비누, 칫솔 등이 순환되는 과정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늘려나가자고 했다.

또 하나는 인식이었다. 한 2년 전부터 생태환경이라든지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 강단에서 설교도 하고 성경공부도 같이 했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 즉 편리함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들의 소비문화였다. 그래서 우리 제로 웨이스트 샵 ‘동네 마당’에 “제로 웨이스트는 절제된 소비로 완성된다”라는 말이 붙여 놨다. 나는 기독교인들이 예수 믿고 회개를 해야겠지만 동시에 지갑도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더 싼 거예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싼 것을 원한다.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 샵은 더 싸고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지출을 하더라도 더 나은 지구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소비문화이다. 이처럼 교회 성도들의 인식개선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Q7. 인식의 전환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해 주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다음 질문으로 제로 웨이스트 샵을 목회적으로 경험한 선구자로서 제로 웨이스트 샵을 도입하려는 의향이 있는 교회들이나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A. 내가 제로 웨이스트 샵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교회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이 들었다. 코로나 감염과 방역을 이유로 사람들이 교회로 오는 것을 꺼려하고 새로운 불신자를 전도하는 것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교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거에 이만한 일이 없다고 보았다. 제로 웨이스트 샵은 문화적인 사업이면서 늘 필요로 하는 세제나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도 교회를 들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 누구라도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샵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찾아오게 되었고, 우리 샵이 있는 청주까지 세종이나 대전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다. 어떤 불신자들은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다면서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여기에 얼마를 투자하고 현재 수익이 얼마가 됐던지 간에 교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지역 안에서 교회에 대한 필요도가 올라간다면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8. 규모나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목사님의 경우 제로 웨이스트 샵을 세우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었고 어떻게 운영되나?

A. 나는 두 가지 루트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먼저는 기존의 공간에서 아내가 보이차 전문점과 꽃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일부 자금을 출자했고, 나머지는 제로 웨이스트 샵 취지에 동참할 수 있는 성도들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청년들에게 멤버십 형태로 미리 출자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마일리지 형태로 필요한 물건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합쳐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돈이 250-300만 원 정도였다. 현재는 매 달 약 300만 원 정도의 경비가 순환되고 있다.

Q9. 그렇다면 현재 목사님의 ‘동네마당’ 제로 웨이스트 샵에서 취급되고 있는 품목들은 무엇인가?

A. 가장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은 포장재가 재활용이나 폐기에 용이한 친환경 제품과 바디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커피콩, 보이차 등 소분해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또한 가게 한쪽에는 손님들로부터 재사용 가방이나 용기 등을 기부받는 장소를 마련해 미처 담아갈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다른 손님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다른 쪽에서는 유기농 생리대, 나무로 이루어진 칫솔과 유리빨대, 스테인레스빨대, 대나무 빨대, 실리콘 빨대 등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유팩을 모아 오면 재생용지로 바꿔주기도 한다. 또 교회 출입구에 앞마당에는 보지 않는 책이나 입지 않는 옷을 기부받아 진열하고 음료수와 각종 먹거리가 있어 자유롭게 가져가 사용할 수 있는 ‘공유 마당’(Share Zone)도 있다.

Q10. 일하는 목회자들의 페이스북 그룹에 8,000여 명의 목회자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A. 일하는 목회자들의 목회 현장과 삶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있는데, 그분들의 삶 앞에서 개인적으로 부끄러울 정도로 존경을 표한다. 근래에 아는 선배 목사님을 만났다. 그분은 15년 동안 퀵서비스를 하면서 목회를 하시고 있는 분인데, 그분의 꿈은 30년 목회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분이 나에게 “본인의 꿈을 이루었으니 감사하라”라고 말했다. 어떤 분은 20년째 성도가 거의 없이 교회만 지키는 분도 보았다. 그분들을 보면서 내게 드는 감동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빛이고 희망이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시대가 악해질수록 더욱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으며, 목회자는 이런 하나님 소명을 붙잡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상징적인 위치에 있다’라는 것을 서로 격려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Q11.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목회관 또는 교회관을 담고 있는 성경구절을 소개해 주신다면 무엇이 있나?

A. 요한복음 4:37 “그런즉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도다”이다. 이 말씀은 내가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그리고 지금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 앞에서 강조하는 말씀이다. 심는 사람이 있으면 거두는 사람이 있다. 꼭 거두는 사람이 나여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심었는데 다른 사람이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회는 반드시 뿌렸으니 거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걸음씩 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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