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목회하는 대리운전 목사, 박종배 목사

  • 입력 2020.11.12 08:23
  • 수정 2022.04.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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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로 나가면 하나님의 부어주시는 은혜를 만난다”

편집자 주】 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 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7천 명의 멤버가 가입되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시간으로 강릉 하늘뜻푸른교회 담임목사이며, 강릉 편한대리운전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종배 목사를 소개한다 

강릉 하늘뜻푸른교회 박종배 담임목사
강릉 하늘뜻푸른교회 박종배 담임목사

Q1.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오랫동안 사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의 사역과 지금의 일목과 개척교회에서의 사역의 큰 변화를 말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A.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머리로 하는 사역이라면 지금 강릉에서의 사역은 가슴으로 하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예로 성도들이 돈 벌기가 힘들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느끼게 됐다. 나 역시 일터에서 소위 진상 손님을 만날 때도 있고 어렵게 돈을 벌다보니 성도님들이 드린 헌금을 기도를 할 때 진실하게 기도할 수 있게 됐다. 성도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 머리로만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이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교회 재정을 운영할 때도 세 번 정도 망설여지는 습관이 생겼다. 큰 교회에서는 내가 교인들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목회였다면, 지금은 관계하는 목회로 바뀌었다. 이제는 교인들과 진심으로 같이 울고 웃어주는 목회를 하는 것 같다.

Q2.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더 있다가 좀 더 나은 기회도 있었을텐데, 굳이 개척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중학교 2학년 때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었다. 개인적인 체험을 했다. 하지만 목사님들이 힘들어 보였다. 늘 양복 입고 심방 다니고 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가 좀 늦게 신학을 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교역자로 일할 기회도 얻었다. 여기서 더 쉬운 목회의 길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언젠가는 개척을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랄 무렵, 오산리 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1년 머무르면서 늘 기도하며 개척을 준비했고, 개척지로 강릉에 온지 이제 9년 됐다.

Q3. 개척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A. 개척을 하고 창립예배를 드렸다. 당시 같이 개척에 동참한 가정이 3가정 정도가 있었다. 내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0년 정도 부교역자를 했다고 하니까 내심 기대를 한 것 같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개척지원금과 1년 6개월의 사례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지원을 받고 싶지 않았다.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일어서고 싶었다. 그렇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으로 1층과 지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는데, 월세며 수도세며 전기세며 한 달이 금방 돌아왔고, 밀린 공과금 고지서가 정신없이 날아왔다. 경제적으로 허덕이면서 개척 9개월 만에 개척 멤버들도 떨어져 나갔다. 어떻게 하나 고민할 때 청년 중 한 사람이 대리운전 픽업을 했는데, 그런 인연으로 시작된 대리운전이 지금의 나의 일터가 됐다.

나에게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의 경험은 2월 달에 여름 옷 입은 것처럼, 전혀 목회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회라면 건물과 강단과 의자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일목을 하면서 교회의 개념이 변화됐다. 우리 목회라는 것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교회 안의 목회자가 아니라 세상 속 목사가 되어야 한다. 교회 안의 성도들만 내 목회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목회의 대상이다.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은 하나님이 만나게 해 준 사람이다.

어느 날 강릉초등학교 부근을 지나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후배 목사가 승진했다는 소식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이게 뭔가?’ 생각을 했다. 그 순간 학교 앞 학원차들이 쭉 늘어서 있는 옆을 지나는데 그 중 어떤 차에서 어린이 동요 “앞으로”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그 때 노랫말에 번쩍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오전에 사도행전 1:8을 묵상하고 나왔는데, 지구는 둥그니까 시작점도 없고 끝점도 따로 없기 때문에, 지금 나의 일터가 주님 보내신 선교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게 땅의 시작과 끝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나의 일터가 선교지요 내가 매일 만나야하는 15명 정도의 대리고객들이 내가 섬겨야 할 목회 대상임을 깨달았다.

Q4. 일하는 목회자의 가장 큰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일목은 말 그대로 일하는 목회자이다. 일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성도들을 섬기고 시간을 안배하는 것이 힘들다. 일에 목회에 체력적으로도 날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 목회하는 것이다. ‘나답게’가 뭘까? 그것은 하나님이 나를 이 곳에 보내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다리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오늘도 나답게 목회하고 있는 것이다. 내 후배나 동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나는 ‘나답게’ 목회하는 것으로 이겨 나가고 있다. 그러자 점차 비교에서 자유로워졌다.

Q5.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있을 때 메시지와 지금 현장의 메시지가 달라졌는가?

일단은 성경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예화가 달라졌다. 이제는 내 삶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게 됐다. 살아있는 예화를 할 수 있다. 남의 예화를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겪을 것을 말할 수 있다. 내가 일상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 기록해 온 것을 전한다. 대형교회에서 있을 때는 성경이 글자 자체로 있었다면, 이제는 글자가 입체적으로 깨달아진다.

흔히 큰교회와 크지 못한 교회만 있다는 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목회자는 ‘나답게’, 나의 자리에서 나답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대가 이미 그렇게 접어드는 것 같았다. 지금은 교회 세워놓고 사람들을 오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선교적 패러다임이 삶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보여주는 작은 화면이다.

Q6. 목사님이 생각하는 미래 세대 목회 모델은 무엇인가?

A. 우리 앞선 세대의 대형교회를 지향했던 시대는 지났다. 세상이 교회를 보는 관점도 많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개울이 맑아지면 강이 맑아지듯이 우리 목회자들이 작은 삶의 자리에서 생태계를 맑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 건물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내가 있는 삶의 자리가 곧 교회가 되어야 한다. 신학교를 나올 때는 기술을 하나씩 익혀서 나와야 목회 현장에서 버틸 수 있다. 교회는 총알(재정)이 없으면 문을 닫는다. 목회도 재정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 후배 교역자들도 스스로 자비량 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를 바란다.

Q7. 일목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일목의 길로 접어들지 못한채 길을 찾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A. 이 땅의 모든 일목들을 존경한다. 일목을 한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용기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분들이 오히려 맘몬에 무릎 꿇지 않고 사역의 길을 걸어가는 엘리야와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망설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나오면 된다. 나는 7년 전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이다. 망설일 때에 용기를 내어 나가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내가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체험하게 된다. 내가 일터로 나가면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망설이고 주변 눈을 의식하니까 못나가는 것 같다.

Q8.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A. 지역의 최대 교회를 세우는 것이 예전 마음이라면, 지금은 ‘서로 함께’하는 교회를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다. 일목을 하며 다시 교회를 보니 기존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보였다. 나라가 입법-사법-행정으로나눠야 잘 발전할 수 있듯이 교회의 모든 구조가 목사에게 몰려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서로 함께’가 중요하다. 설교는 목사가 하더라도 재정이나 다른 행정은 성도들에게 맡기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작은 독립 제빵을 하고 싶고, 텃밭을 가져서 힐링하고 싶은 공간이 있는 교회를 이루고 싶다.

Q9. 목회 철학이나 목회관을 표현할 수 있는 성경구절은?

나는 시편 121:1~2을 사랑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지금도 좌충우돌 하는 삶이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 찬양 중에는 “주가 보이신 생명의 길”을 좋아한다. 그 찬양 가사 중 “내가 정금 같이 나아오리라” 부분이 참 은혜롭다. 돌이켜보면 8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서로 다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바라본 하나님과 지금 목회 현장에서 바라보는 하나님은 다르다. 예전에는 흑백이었다면 지금은 총 천연색으로 하나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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