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순 목사의 농촌선교이야기 (3)

 

윤형순 목사 /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천주교의정부교구 도시농부학교 담당 역임, 시민단체 텃밭보급소 교육팀장 역임
윤형순 목사 /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천주교의정부교구 도시농부학교 담당 역임, 시민단체 텃밭보급소 교육팀장 역임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여년 내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30여 년 전부터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관계에서의 대응이 시작되었다. 1988년 국제연합의 전문기관인 세계 기상 기구(WMO)와 국제 연합 환경 계획(UNEP)은 기후변화의 문제가 지구환경과 인류문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약칭 IPCC)’를 만들어졌다. 이후 195개의 나라들이 IPCC에 참여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IPCC는 크게 3개의 실무그룹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그 내용을 보고서로 발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사실을 연구하는 1그룹,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 및 취약성을 연구하는 2그룹, 기후변화의 완화에 대해 연구하는 3그룹으로 나뉜다.

또한 각 나라의 정상들과 정치인들이 모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지속적으로 열며 국제적 규모의 협력으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총회는 2015년 열린 21차 총회였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는 150명의 각 나라 정상들이 참석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우려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륙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고 산업구조와 경제여건이 각각 다른 여러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홍보하고 관철시키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전쟁터로 총회를 이끌어가려 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가 2015년 파리 총회의 결과물이었던 파리협약을 미국이 탈퇴한 것이었다. 파리협약 이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에 대한 규제를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던 것이다.

 

200910월 몰디브대통령과 장관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수몰위기의 몰디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중내각회의를 진행했다.

Maldives cabinet meeting underwater (2009년 10월 17일 몰디브의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세계 각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개최한 내각 회의)
Maldives cabinet meeting underwater (2009년 10월 17일 몰디브의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세계 각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개최한 내각 회의)

몰디브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토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가 2.4미터밖에 안되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인구가 40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후위기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기에 수중내각회의와 같은 식으로 자국의 위기에 대해 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인류의 모든 활동은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생산과 소비활동들로 인해 온실가스가 만들어지고 기후위기가 시작되었다. 온실가스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저렴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핵발전의 신화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막을 내렸다. 복구가 불가능한 방사능 누출 사고는 핵발전소 인근의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고 이후 오랜 시간동안 방사선이 방출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풀루토늄239는 반감기가 24,000년에 이르기 때문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수십만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핵발전소보다 쉽게 만들 수 있고 편리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의 증설이 임시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석유와 석탄으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동안 이산화탄소도 같이 만들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더불어 심각한 대기오염을 불러온다는 점 역시 화력발전의 고질적인 문제다. 수력발전소 역시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거대한 댐을 지을 수 있는 곳이 흔하지도 않으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건설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댐이 들어서는 곳 인근 지역의 대규모 수몰을 동반하기 때문에 쉽게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보인다. 거대한 풍차처럼 생긴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얻는 풍력발전,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에너지생산, 산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이 재생가능한 에너지 생산방식으로 꼽힌다. 그래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선진국들과 대기업들이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방식이 지속가능하다고 하기 어렵고 여기서 얻어진 에너지가 친환경적인 에너지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풍력발전기 터빈에 들어가는 강력한 자석은 네오디뮴이라는 희토류 광물을 이용한다. 희토류 광물은 채광과 가공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를 초래한다. 채굴할 때 방사성원소가 함께 방출되기도 하며 정련과정에서는 강력한 산성용액이 사용된 뒤 배출된다. 대기와 토양,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희토류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또 다른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며 인류의 삶의 터전을 줄어들게 할 것이다. 또한 풍력발전을 짓기 위해 산림을 파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산소배출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올리는 결과가 오게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숲의 나무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화력발전 역시 거대한 이산화탄소의 생산 공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석유와 석탄 대신 나무를 가공한 팰릿을 연료로 사용할 뿐,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내서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는 부분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과 다른 점은 없다.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태양광패널 역시 생산과 폐기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낮추기 위해 대신 토양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쓰레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밑의 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상황을 종합해서 고민해봤을 때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나며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지금처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일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더 이상 만들어도 되지 않을 만큼 에너지와 물자의 소비를 극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새로운 방법을 삼아야 할 것이다. ‘성장발전대신 축소현상유지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녹색성장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기를 무한정 사용하고 냉장수송선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실어오는 고기와 과일을 먹으며 혼자 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생활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제도는 탄소배출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의 권리를 서로 사고파는 가운데 계속해서 탄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면죄부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인류는 끝없는 성장논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얻어야 만족하는 탐욕을 버리고 현재의 상황에 스스로 만족하며 불편함을 스스로 감내하지 않으면 생태계의 파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한 부분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가운데 인간들만 안락한 삶을 계속해서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일은 탈핵정책을 추진하며 2050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독일의 탈핵정책의 핵심은 핵발전소 폐기가 아니다. 핵심은 2000년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아서 205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약 45% 줄이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예와 마찬가지로 탄소를 만들어내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의 전환과 계획이 없다면 지구는 서서히 그러나 계속해서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news.sky.com/story/bitter-but-necessary-germany-turns-to-coal-to-replace-russian-gas-12636775
이미지 출처 : https://news.sky.com/story/bitter-but-necessary-germany-turns-to-coal-to-replace-russian-gas-12636775

올해 초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연구하는 1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2019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져 2050년까지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져 있다. 이는 이전의 보고서에서 예측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라는 말이 기후위기라는 말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기후위기라는 말로 지금 현재의 악화된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졌다. 이제는 기후재앙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대응은 인류사회의 존속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대응하는 시기도, 속도도 너무 늦어버렸다. 우리 모두가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일회용품을 포함한 물자의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인류의 종말을 우리의 눈으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희는 돌이켜라. 너희는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나거라.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 하여라”(에스겔 33:1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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