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순 목사의 농촌선교이야기 (1)

 

윤형순 목사 /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천주교의정부교구 도시농부학교 담당 역임, 시민단체 텃밭보급소 교육팀장 역임
윤형순 목사 /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천주교의정부교구 도시농부학교 담당 역임, 시민단체 텃밭보급소 교육팀장 역임

2000년대 이후 계속되는 기상 현상들은 심각하고 급격한 기후의 변동이 일상이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매년 반복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광범위한 산불은 지하수가 고갈되고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숲과 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동북부 지역에서는 폭설과 이상한파로 인해 난방대책이 충분하지 못한 저소득층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멕시코만 인근 지역에서는 슈퍼태풍이 몰아쳐 큰 홍수와 강풍으로 도시가 파괴되었다는 뉴스가 이어져 나온다. 유럽의 폭염 역시 수많은 희생자들을 내고 있고 최근에는 북극해 인근의 빙하가 녹아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기후변동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바닷물의 수온은 점점 높아져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 지역의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산호초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남쪽 지역, 대구의 특산물이었던 사과를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춥다고 하는 철원에서 키워내고 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동식물의 서식지역 변화나 몇몇 생태종의 멸종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예를 한 가지 들자면, 2003년 여름 유럽에서는 여름철의 이상고온으로 약 5만 명에서 7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40도가 넘는 온도가 수십 일간 지속되며 노약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한 달간 15,000명이 사망하자 영안실이 부족해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 냉동고와 냉동트럭에까지 임시로 시신을 안치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위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농촌지역의 농업용수를 대는데 어려움을 주어 농산물 생산이 급감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수력발전에까지 지장을 주어 더위 속에서 전기사용까지 어렵게 만들었고 강과 호수에는 녹조현상까지 발생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의 생존과 문명의 지속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사건이었다.

올여름 유럽은 폭염 대신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가뭄은 5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포강의 물줄기가 예년의 1/10로 줄었고 라인강은 곧 바닥을 드러내 라인강 주변 도시의 물류를 맡고 있는 화물 바지선의 운행이 불가능해질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모든 물이 부족해지면서 스위스에서는 우유와 치즈를 만들어내는 젖소들에게 먹일 물이 부족해졌고 유럽의 채소밭이라고 불리는 스페인은 농업용수가 부족해져 농산물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는 96개의 지자체중 93개의 지자체에서 가뭄경보를 내릴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이상기후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이상기후

유럽이 가뭄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는 철모르는 장마와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를 보고 있다. 6월 말에 시작해서 7월 중순 정도면 끝나는 장마가 8월까지 2달 가까이 이어졌다. 2020년의 두 달에 걸친 장마에 이어 또다시 반복된 이상한 장마였다. 집중호우 역시 기존에는 볼 수 없는 형태를 보여주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렸던 지난 88, 9시에 서울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13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성북에 있는 기상관측소에는 시간당 1mm 정도의 비만 내렸다.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호우를 언론에서는 게릴라성 호우라고 이름 지었다.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는 것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기상현상이라는 뜻이다. 예년에 보기 힘든 장마와 집중호우의 원인이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이라는 지적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의 온도 상승과 이로 인해 과도하게 발달된 비구름이 한반도 상공에 오랜 기간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찾아오는 이상 한파 역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 주위를 감싸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제트기류에 갇혀 만주 이북에 머물던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와 이상한파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혹은 이상기후라고 말하는 것보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히 날씨가 변했다던가, 혹은 이상해졌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 변동의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지만 지난 2백 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꾸준히 올라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대기 중 수분함량도 높아진다. 결국 해류와 기류가 일으키는 기후 현상이 변하게 되어 폭우와 홍수, 가뭄, 한파, 이상고온, 태풍 발생의 증가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지구의 평균온도의 변화는 지구 역사상 항상 있었던 현상이다. 그러나 급격한 평균온도의 변화는 생태계를 파괴하며 위기를 불러온다. 지금의 상황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평균온도를 1도 가까이 상승시켰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0년대에 1도가 오른 기온이 2050년대에 2~3, 그리고 2080년대가 되면 3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온도 차이는 만 년 동안 4도가 변화하는 것이다. 1도가 변화하는데 2,500년의 세월이 걸리는 것이 그동안의 기후변화였다. 오랜 시간 서서히 이루어지는 변화는 다양한 동식물들에게 서서히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는 자연적인 기온의 변화 속도보다 25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뱀, 개구리 같은 양서류와 파충류 가운데 대부분은 2050년대 이전에 멸종될 것으로 보이며 전체 동식물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식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가의 대도시와 곡창지대가 침수되며 수천만의 인류가 배고픔과 전염병 확산으로 고통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온도가 3도 이상 오르는 2080년대가 되면 육지의 30% 이상이 물속에 잠기며 대부분의 생물들이 멸종되고 소수의 종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홍수나 가뭄으로 인한 식수부족, 기아와 병해충, 전염병으로 고통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지구 온난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지구 온난화

이러한 기후 위기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이다.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지구의 대기층을 통과한 후 다시 지구 밖으로 방출된다. 그 과정에서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온실가스가 태양이 주는 복사에너지를 붙잡아 지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대기 중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지면 일정했던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산업혁명 이전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379ppm으로 증가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35%나 늘어난 것이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규모의 공장식 축산에서 많이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온실가스의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배에서 30배까지 더 크다. 이산화탄소와 비교했을 때 300배나 더 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아산화질소 역시 공장식 축산과 화학비료를 대량 사용하는 농업에서 많이 발생된다. 온실효과가 10,000배나 더 큰 수소불화탄소나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은 반도체생산과정이나 산업공정의 냉매, 세정제등으로 쓰기위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온실가스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육불화황(SF6)은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지수가 1인데 비해 육불화황은 지구온난화 지수가 23,900으로 매우 위험한 온실가스다. 이처럼 산업화와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선택한 도구들이 지구의 온도를 매년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게 된다면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될 것이고 결국 생태계의 파괴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숲과 들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의 멸종은 토양의 사막화를 불러오며 물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다시 더 많은 생물들의 멸종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위험하다. 해수온도의 상승과 해양 산성화는 바닷속 생물들의 멸종을 불러올 것이다. 온실가스를 흡착시켜 온난화를 막아주는 자연환경의 파괴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과 토양의 사막화는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파괴할 뿐 아니라 인류의 식량이 될 동식물의 멸종으로 인한 심각한 굶주림의 문제도 불러올 것이다. 수많은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된 상황에서 인간의 삶 역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기후위기는 인류 생존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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