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예년보다 몬순이 10일정도 더 길었습니다.

네팔의 10월! 몬순이 늦은 장맛비를 곳곳에 뿌리며 횡포를 부렸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청명한 하늘을 보이며, 그동안 겸손하게 얼굴을 가리던 히말라야도 구름을 벗고 위용을 뽑냅니다.

5개월간의 긴 우기중에 간간히 구름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에 감사하던 히말라야의 다랭이 논에선 어느새 벼가 여물었는지... 벼베기가 한 창입니다.

벼베기를 하면서 바로 탈곡기를 돌려서 탈곡을 합니다.

탈곡한 벼는 벼대로 짚은 짚대로 히말라야의 바람과 햋볕에 며 칠을 말립니다.

잘 말린 벼는 바람에 쭉정이와 티끌은 날려버리고 알곡만 모아서 창고에 보관하게 됩니다.

잘 말린 볏짚은 모아서 보관하다가 젖소나 물소의 여물로 사용되어지는데, 소 키우시는 분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고 파는 경우도 있고, 짚의 양이 적으면 가까운 분에게 거져 드립니다.

추수가 한 창인 네팔의 히말라야 자락을 거닐다 보니 아주 오래전에 어려을 때 썼던 시가 생각납니다.

-전원교향곡-

​내 누울 땅

두어 평 위해

밭을 갈자

불을 놓고 뿌리를 파헤쳐

붉은 흙이 검게 될 때까지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의 탈곡을 하고

그때마다

라단조 어깨춤

밤이면 짧은 관으로 사라져

대지가 토해 낸 태양으로마 빛날

슬픈 곡조여!

이제 저들은 유채나 채소, 마늘...무엇인가를 심게 될 것입니다.

땅을 다시 파헤치고 뿌리를 뽑고...

그저 누울 자리 두어 평을 위해서 말입니다. ( 이형열기자 2010hy@naver.com)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