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일구는 도시락

  • 입력 2020.11.30 07:26
  • 수정 2020.12.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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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12)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왁자지껄 함께 먹던 점심시간, 선생님 몰래 함께 까먹던 도시락,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계란프라이. 보리밥에 김치가 최고의 반찬이었던 시절이 기억난다. 밥 사이로 번진 김칫국물 때문에 투정을 부리곤 했지만 행복했던 추억이다. 요즘처럼 먹을거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땐 더욱 어머니가 싸주시던 도시락 생각이 난다.

‘밥’은 인격이요 예방이며 의료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이야기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의 중심에 밥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하니 삶을 바로 세우는 소박한 실천을 계획한다면, 우선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것을 적극 추천한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우선 한 달 용돈을 절약할 수 있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게 되면 한 달에 최소 10만 원 이상을 쓰게 되는데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급하게 끼니를 때우게 되는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그럴 필요가 없어 시간상으로 여유롭게 된다.

겨울이면 교실 갈탄 난로 위에 올려 놓은 추억의 도시락이 아련하다(출처: 위키백과)
겨울이면 교실 갈탄 난로 위에 올려 놓은 추억의 도시락이 아련하다(출처: 위키백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현미밥에 야채 위주의 반찬에 과일까지 챙겨 넣은, 그것도 정성으로 싼 도시락이라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장점은 그것 말고도 많다. 도시락 먹기 운동을 펼쳤던 건강연대의 말을 빌면, 첫째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게 되고 음식도 남기지 않게 된다. 둘째 사치스런 음식 제공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정성으로 싼 밥을 학교나 직장에서 먹으니까 함께 하는 이들과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된다. 넷째 가정, 직장, 학교 등에서 내 먹을거리를 내가 직접 키워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론 건강상태에 맞게 장만한 여분의 음식을 싸와 섭취하는 것이기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농민, 식품 생산자, 외식업자들이 건강한 삶을 실천하려는 우리들의 의식에 맞춰 농약, 불량식재료 등을 쓰지 않게 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도시락을 싸는 것이 오히려 자신이나 아내, 혹은 엄마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냥 집에서 먹는 밥. 현미잡곡밥이면 좋겠다. 거기다 전날 밥상에 올리느라고 한 반찬 몇 개 싸고, 과일 예쁘게 깎아 담으면 훌륭한 도시락이다. 거기다 쌈 채소를 더해도 좋겠다. 도시락 반찬이라고 뭐 특별한 거 있을까? 결국 매일 먹는 반찬의 연속인 거다.

더구나 밥과 반찬만 되어 있으면, 싸는 건 각자 하면 될 것이다. 자신이 먹을 만큼만 담아가면 될 것이다. 혹 집에서 밥을 안 해 먹는다면 모를까, 늘 하는 음식, 도시락을 생각하고 넉넉히 준비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도시락을 싸게 되면 사랑이 넘치게 되요. 바쁜 아침 시간을 쪼개어 준비하는 도시락이 처음엔 힘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귀찮다는 생각보다 맛있는 반찬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거다. 인스턴트식품보다는 직접 조리한 맛깔스런 반찬으로 건강을 챙기게 하는 도시락이니, 가족들에게 사랑을 함께 담아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혹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 되시는 분이라면, 직장 동료들과 이렇게 해보셔도 좋을 것이다. 밥만 하고 반찬은 집에서 가져다 먹는 거다. 따끈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외식의 고리를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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