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의 회복과 주중예배

  • 입력 2021.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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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칼럼】 미래교회의 예배 (23)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주일예배의 회복

주일예배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일예배의 회복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첫째, 앞으로는 설교 중심의 예배에서 탈피해야 된다고 본다. 개신교 예배에서의 설교가 차지하는 위치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나친 설교 중심의 예배는 “설교가 바로 예배이다”라는 그릇된 예배관을 심어 줄 수 있다. 예배에 대해 단순한 이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설교를 통해서만 예배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설교를 통해서 은혜를 체험하면 예배를 통해서 은혜를 경험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예배는 통전적 이해에 기초해야 된다. 예배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모든 요소들을 통해서 예배자들은 성령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어야 된다. 기본적으로 예배는 은혜의 통로이다. 예배의 다양한 순서와 요소들, 즉 기도, 찬양, 성경봉독과 같은 직접적인 언어적 요소들 뿐 아니라 상징과 침묵과 같은 비음성적인 요소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설교는 그날의 예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비록 개신교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다른 예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설교에 의해서 그 중요성이 감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배에서 설교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다양한 예배의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목사 한 사람이 지나치게 중심이 되는 예배, 배움과 가르침 중심의 지성적이며 이성적인 예배는 예배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예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래에는 설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다.

둘째, 예배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그 기능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설교중심 예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예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성령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통로이며, 은혜의 수단이다. 나는 주일예배에서 기도 순서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기도나 목양기도만이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 순서를 많이 넣어야 한다. 예배에 참여하는 회중들은 자신의 기도제목과 중보의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설교를 듣기만 하는 수동적 예배자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예배자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예배하는 성도들이 신앙적 도전과 결단의 시간을 갖도록 기도가 들어가야 한다. 통성기도, 침묵기도, 찬양기도 등으로 기도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예배의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 대부분의 교단 산하의 교회들은 전통이나 교단 예배지침서에 따라 예배순서를 정해 드렸다. 이런 경우 예배의 순서에 변화를 주는 것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예배의 순서에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면 예배의 거룩성이 손상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오히려 그동안 드려온 예배의 형식을 유지하는 것이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신앙을 유지하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교회에서 2부 예배를 ‘열린예배’로 형식을 바꾼다고 할 때 많은 반발이 있었다. 사실 예배의 형식에 변화를 주는 것과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신앙을 유지하는 것에는 전혀 상관성이 없다. 도리어 예배에 변화를 주게 되면, 많은 성도들에게 도전과 감동을 줄 수 있다. 예배의 변화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될 수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목적은 회중들이 예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를 통하여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은혜를 경험하게 하고자 함에 있다. 변화의 시도는 예배의 순서와 구성 요소들을 단순히 바꾸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 변화를 통해서 회중들이 예배에 더 깊이 참여하여 살아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예배를 통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주중 예배

주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교회에서는 주중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늘어날 것이다. '주일 대예배', '주일 낮 예배' 라는 용어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주일 낮 예배는 대개 주일 오전 11시의 예배였다. 주일오전 이 시간의 예배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주일성수를 어긴 것처럼 취급받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일 낮 예배를 고수할 것인가? 하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들 가운데는 성도들의 일상을 고려하여 주중에 예배하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평일 예배를 거부하는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원인들을 말할 수 있겠으나, 첫째 한국교회는 교회와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교회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영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것에 소홀하며, 구속의 역사를 강조하는 반면 역사적 차원이 약화되어 있다. 이러한 이원론적 사고는 전도는 열심이지만 세상 속에서 복음의 실천은 소홀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주일예배는 하나님께 드리지만, 주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교회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한국교회에는 교회중심적 신앙관, 선교관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구교회와는 달리 한국교회는 짧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성장해 온 교회이다. 그것은 신앙의 성격이 강한 만큼 “세상으로부터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신앙적 특성이 형성되었다. 이들에게 예배는 신자들이 세상 속에서 겪는 불안과 상처, 어려움 등을 해결하고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주일예배를 최고로 여긴다. 상대적으로 주중에 모이는 것을 소홀히 여길뿐더러, 주일예배를 평일에 드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용납하지 못한다.

셋째 한국교회의 신앙관은 개인적, 영적, 교회적, 내세적인 특성으로 형성되어 종교적인 열심을 갖고 있으나 사회적, 역사적 차원에서 매우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은 거의 대부분 교회안에서 이루어지는 “교회적 행사”로 대변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역사회를 향해 전도는 열심히 하지만 지역사회에 관심은 부족하여 열정적인 복음전도에 비해 사회적 공적 영역에서의 실천은 깊은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드리는 예배 역시 교회 안에서 모인 신자들의 예배에 국한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이들에게는 평일에 드리는 예배가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다.

미국교회의 주중 예배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차세대 교회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들의 경우 이미 주말에 예배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진리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세대에게 하나인 진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그들이 보다 쉽게 기독교 진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발맞추어 하나의 교회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도 꽤 많다. 미국의 많은 교회들에서는 주말 예배, 혹은 주중에 예배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인종 국가라는 미국적 독특한 환경에서 교인들의 직업이나, 일상, 문화적 배경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한 가지 양식, 주일 하루에 드리는 예배를 획일적으로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렌도라 그레이스교회는 주말마다 6번의 다른 예배를 드린다.

Grace Community Church
Grace Community Church

맥클린 바이블교회는 미국의 10대 교회에 선정된 ‘매가처치’다. 이 교회는 장년 예배와 젊은이 예배를 두 개의 교회로 완전히 구분해서 드린다. 장년 예배의 경우, 월 4주 각각의 예배에 음악 형식을 달리한다. 이 외에도 오클라호마 라이프교회(www.lifechurch.tv), 그랭거 커뮤니티교회(www.wiredchurches.com) 등 많은 교회들이 주중에 예배하고 있다. 새들백교회는 토요일, 주일 각 2번씩 4번의 주말 예배를 드리고 있다. 토요일은 오후 5시와 7시에, 주일은 오전 8시 45분, 1시 45분이다. 새들백교회의 주말예배는 '구도자 민감 예배(Seker Sensitive Service)'라고 표현한다. 이는 믿지 않거나, 교회와 동떨어져 있는 자들이 와서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려는 데서 나온 예배를 말한다.

한국교회는 정서상 주중 예배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성도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할 때,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일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디지털 문화의 보급에 따른 소통방식 변화에 발맞추는 결단이 필요한 요즈음,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날의 위기가 어쩌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무조건 주중에 드리는 예배를 주일예배로 대체하자든지, 주중 예배를 정당화하자는 말은 아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도되는 대안들을 객관적이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세밀한 관찰과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예배를 지킬 교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가 찬성하거나, 혹은 반대하든지 간에 미래교회에는 주중에, 평일에 모여 예배하는 교회들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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