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번에는 알고리즘의 진화를 넘어 '형태 있는 동반자'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최근 기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식은 바로 OpenAI가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의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한 사건이다. 이와 동시에 Open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은 "AI 디바이스 1억 대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과 디자인의 정점을 이어 붙이는 도전이며, 향후 AI가 인간의 일상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자 선언이다.
스크린 없는 AI, ‘제3의 디바이스’가 온다
조니 아이브가 설계 중인 이 AI 디바이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화면이 없고,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장치로, 음성과 환경 인식으로 작동하며 사용자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된다. 이는 아이브 특유의 미니멀리즘 미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샘 올트먼은 이 디바이스를 통해 "OpenAI의 기업 가치를 1조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자신도 이 프로젝트를 "OpenAI 역사상 가장 큰 일"이라며,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새로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로 보고 있다.
가능성과 기대: AI 하드웨어가 바꿀 3가지 변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의 출현
시각 피로도를 유발하지 않는 스크린 없는 디바이스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만든다. 이는 기존 실패 사례였던 Humane AI Pin 등에서 배운 교훈을 녹여낸 진화형 접근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
아이브의 디자인, 올트먼의 AI 기술이 결합되면 애플이 아이폰으로 일군 통합 생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해진다.
●AI의 대중화 가속
OpenAI는 오는 2026년까지 1억 대 보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 디바이스는 교육, 헬스케어, 생산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의 실질적 확산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넘어야 할 3가지 도전과제
●기술적 완성도
기존 AI 디바이스가 보여준 것처럼 기술은 컨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의 정확성, 하드웨어 안정성, UX/UI 설계 등 실제 제품화 과정에서 직면할 시행착오가 크다.
●개인정보 보호 및 윤리 이슈
이 장치는 사용자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따라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 보안, 투명한 사용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시장 포화 속 경쟁
애플, 구글, 메타 등도 이미 AI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려 움직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OpenAI가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평] 기술의 진보, 윤리의 진화도 함께 가야 한다
조니 아이브와 샘 올트먼의 협업은 AI가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되는 순간의 서막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이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한다.
AI가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드는’ 시대가 시작된다면, 기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된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신뢰, 윤리적 책임, 디자인의 휴머니즘이 빠져선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스마트한 기술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인간적인 기술을 만들 것이냐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아이브와 올트먼의 시도는 그 첫 번째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이 여정의 끝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되기를 기대하며, 기술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더 좁혀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