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너찌”라는 짧은 문장을 보고 문득 생각이 스쳤다. 넛지라는 단어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교회 현장에서 세심하게 연결하지는 못한것 같다. 만약 이것을 리더십과 교회 현장에 연결한다면 나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돌아보니 나는 너무 익숙한 방식, 너무 직선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을 써오지 않았는지, 너무도 쉬운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는지,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이 시점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넛지 리더십의 길', '강제가 아닌 초대, 너찌형 리더십의 길'을 모색해보자 한다.
넛지, 부드럽게 이끄는 힘
“넛지(Nudge)”라는 단어는 본래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건드린다’는 뜻을 지닌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2008년 『Nudge』를 출간하며 학문적 개념으로 정립한 이후, 넛지는 강제가 아닌 부드러운 유도를 통해 사람들의 선택을 바꾸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넛지는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사람들은 습관, 편견, 조급함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 이때 선택의 자유를 보존하면서도 환경을 세밀히 설계해 주면, 사람들은 스스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역 속 넛지
놀라운 점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 속에서도 넛지적 요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질문을 통한 자기 인식.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라고 물으셨다. 정답을 주입하지 않고 스스로 고백하도록 유도하셨다. 이는 자발적 신앙 고백을 이끌어낸 대표적 넛지였다.
둘째, 작은 시작을 통한 참여 유도. 오병이어 사건(요 6:9)에서 예수님은 군중 전체를 먹이실 때 한 아이의 작은 도시락에서 출발하셨다. “네가 가진 작은 것을 내어놓아라”는 부드러운 초대가 큰 기적을 이루었다.
셋째, 비유와 스토리텔링. 천국을 설명하실 때 예수님은 잃은 양, 겨자씨, 달란트 같은 이야기를 사용하셨다. 이는 듣는 이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돕는 넛지 방식이었다.
넷째, 모범을 통한 유도. 세족식(요 13:14~15)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말로 강요하기보다 직접 본을 보이심으로써 자발적 섬김을 이끌어내셨다.
오늘의 교회와 사회 속 넛지
오늘날 교회, 언론,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넛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교회: 주보에 QR 헌금을 단순 삽입하는 대신, 예를들어 “지난주 38명이 QR 헌금으로 선교에 동참했습니다. 오늘 당신의 작은 정성이 그 사역을 완성합니다.”라고 안내하면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언론: 본헤럴드 같은 신문은 기사 끝에 “이 기사를 읽은 독자 1,000명 중 절반이 기도에 참여했습니다.이제 당신 차례입니다.”라는 문구와 QR코드를 함께 배치하여 독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비즈니스 현장: 강제적 봉사 명령 대신, “우리 부서의 80%가 이미 봉사 릴레이에 참여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작은 걸음이 회사를 바꿉니다.”라는 메시지가 더 큰 효과를 낸다.
정치와 사회: 투표 독려 시 “투표하세요”보다 “당신과 같은 연령대의 다수가 이미 투표했습니다”라는 표현이 참여율을 높인다.
넛지는 결국 작은 문구, 세심한 구조 변화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다.
지도자들이 넛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
그러나 오늘날 많은 지도자(CEO)는 넛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리더십 태도에서 비롯된다.
첫째, 강압적 습관. “말하면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태도는 사람들의 자발성을 죽인다. 넛지는 강제가 아니라 자율을 존중하는 접근인데, 이런 리더는 그 본질을 놓친다.
둘째, 단기 성과 집착. 넛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낳는다. 그러나 지도자가 눈앞의 성과만 강조하면, 환경 설계 대신 압박만 남는다.
셋째, 독선적 사고. “내가 옳다”는 리더는 사람들의 실제 심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넛지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독선은 이를 무시한다.
넷째, 직선적 소통. 명령과 지시만 난무하는 리더십은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다. 넛지는 은근하고 반복적이며, 행동을 쉽게 만들어 주는 구조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넛지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
오늘의 지도자가 넛지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다림의 영성: 조급함을 버리고, 작은 변화가 열매 맺을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환경을 설계하는 눈: 단순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쉽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겸손과 경청: 사람들의 마음과 심리를 존중해야 넛지는 힘을 발휘한다.
모범을 통한 초대: 예수님처럼 본을 보일 때, 자발적 순종이 일어난다.
강제가 아닌 은혜의 초대
넛지는 단순한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 방식과도 닮아 있다. 예수님은 강제하지 않으셨다. 질문하시고, 작은 시작을 북돋우셨으며, 비유로 가르치셨고, 모범으로 초대하셨다. 오늘의 지도자들도 이 길을 따라야 한다.
지도자가 강압과 조급함을 버리고, 은혜로 부드럽게 초대할 때 비로소 넛지는 교회와 사회, 일터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때 성도와 시민은 억지로가 아니라 기쁨 속에서 자발적 순종과 헌신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넛지는 결국 강제가 아닌 은혜의 리더십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