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저녁 시간. 큰딸 온유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도 어느덧 만3년이 지났다.
오늘은 외손녀 사랑이의 두 번째 생일. 양가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돈 사모님은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잔칫상을 차려주셨다. 손수 빚은 만두는 속이 꽉 차 있었고, 그 맛만큼 마음도 든든했다.
아이의 얼굴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울 때, 그곳은 마치 천국 한가운데였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생각이 있다. 가정의 온전함이 곧 천국의 축복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단순한 사실이다. 가정의 행복은 화려한 집이나 물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사랑의 온도에서 비롯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관계,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이야말로 세상이 줄 수 없는 복이다.
그러나 문득 마음이 먹먹해졌다. 세상에는 이런 따뜻한 가정의 품을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사랑받지 못하고, 말 한마디 건넬 사람 없이 외로이 자라는 세대가 있다.
이것은 단지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신앙의 위기이자 인류의 근본적 위기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며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창 2:18)
그래서 가정을 세우셨다. 가정은 하나님 나라의 첫 교회이며, 부모와 자녀가 사랑과 믿음을 배우는 거룩한 학교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한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시 127:3)
자녀는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하나님의 기업이며, 부모는 그들을 세상의 성공이 아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라게 하는 청지기다.
오늘 우리의 사회는 이 거룩한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결혼은 늦어지고, 출생은 줄어들며, ‘가정’은 점점 기능적 단위로 축소되고 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마음은 병들었다. 사람들은 일터에서는 성공했으나, 가정에서는 실패한 세대로 살아간다.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다. 가정이 무너지면 교회가 약해지고, 교회가 약해지면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복음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을 세우는 일은 곧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이다.
진정한 복은 멀리 있지 않다. 식탁 위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그 순간, 손주가 웃고, 부모가 기도하며, 조부모가 감사하는 그 자리가 곧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떠올릴 것은 재산이나 명예가 아니다. 함께 울고 웃어준 가족의 얼굴, 그 사랑의 기억.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며, 가정의 온전함이 주는 마지막 보상이다.
“너와 네 집이 다 구원을 받으리라.” (행 16:31) 이 약속의 말씀처럼, 이 땅의 가정들이 하나님 안에서 다시 회복되기를. 사랑이의 미소처럼, 가정마다 하나님의 빛으로 웃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