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시험장을 나오는 학생들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복잡했고, 부모와 교사들의 한숨도 여전히 깊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점수나 등수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여전히 “남이 정한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전히 외부의 인정을 기다리고, 스스로를 작은 틀에 가두며, 존재의 이유조차 남의 평가에 맡겨 버린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의 정체성은 남이 주는 성적표로 완성되는가?”
“새로운 시대의 인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AI 시대는 이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수능은 시험이 아니라 “현대 한국의 거울”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오래 “남이 정해준 정답” 안에서 살아왔다.
선생님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부
대학을 만족시키기 위한 내신
부모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스펙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사회가 규정한 성공
이 구조는 결국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인정 중독 시스템’이다.
학생과 부모, 교사와 학교 모두 외부의 평가에 자신을 통째로 맡기며 어떤 의미에서는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남의 눈으로 살아간다. 세계는 늘 인간을 ‘조직’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학교, 종교, 국가, 산업, 그리고 축구.
이것들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목적, 즉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길들이는 구조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AI 시대에 들어섰다. 길들여진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발명하는 인간, 규칙을 외우는 인간이 아니라 규칙을 다시 쓰는 인간이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를 이해해야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축구와 종교는 왜 현대인의 행동을 통제했는가?
1) 축구: ‘규칙 속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사회적 실험장
축구는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지만 경기는 철저히 규칙 안에서 돌아간다.
▶90분 시간 규율
▶포지션별 역할 분업
▶심판의 권위
▶팀워크라는 집단 정체성
산업혁명기의 영국은 이 구조를 “노동자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했다.
교회·공장주들은 말했다.
축구의 숨겨진 기원
“노동자들이 토요일마다 술을 너무 마신다…
차라리 규칙 있는 스포츠로 시간을 관리하자.”
— 19세기 맨체스터 지방 지도자들
맨체스터 시티의 뿌리는 교회 팀이었고, 여러 클럽은 종교단체·금주운동 단체에서 출발했다. 축구는 노동자를 ‘지치게 하면서도 규율을 유지하는’ 근대적 여가 관리 시스템이었다.
2) 종교: 도덕·규범·소속감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는 장치
종교는 인간의 불안을 다스리고 사회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제공했다.
▶절대적 규범
▶공동체 소속감
▶반복되는 의례와 시간 구조
▶선과 악의 구분
▶지켜야 할 규칙
종교는 학교와 대학, 식민지 교육, 축구 문화에까지 깊게 스며 있었다.
3) 학교: 종교·국가·산업이 기술적으로 설계한 ‘규율의 공장’
벨이 울리면 이동하고,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며, 시험으로 평가받고, 줄을 서고, 규칙을 어기면 벌점을 받는 구조.
이것은 수도원 → 군대 → 공장 → 학교로 이어진 규율의 역사적 흐름이다.
학교는 본래 “지식을 주는 곳”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완성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AI 시대는 이 모든 구조를 무력화시켰다
AI는 다음 네 가지를 인간보다 잘한다.
▶기억
▶계산
▶정보 탐색
▶정답 찾기
즉, 학교·대학이 200년 동안 가르쳐온 ‘정답형 인간’의 능력을 AI가 완벽하게 대체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주입식 교육
▶정답 찾기 교육
▶점수·서열 중심 평가
▶동일 시간표
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규칙을 내면화한 인간은 많지만, 규칙을 만들 줄 아는 인간은 거의 없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해법은 ‘길들이기 → 깨우기’로의 전환이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문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학교·종교·국가·축구가 인간에게 요구했던 “규칙 준수, 시간표 적응, 조직 순응”이라는 전통적 인간상에서 벗어나 인간을 다시 ‘창조적 종(種)’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핵심 대안)
1) Rule-Breaking Literacy (규칙 깨뜨리기 문해력)
축구는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법을 가르쳤다.
AI 시대는 그 반대다.
“어떤 규칙을 깨뜨릴 것인가?”
“왜 그 규칙은 유지되고 있었는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다.
2) 질문 발명 능력
AI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만 질문은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질문이 곧 인간의 영역이다.
3) 서로 다른 세계 연결 능력 (Connecting Worlds)
여기서 축구가 주는 통찰이 있다.
▶선수
▶감독
▶팬
▶기업
▶국가
▶지역사회
완전히 다른 세계가 하나의 장면에서 만난다.
AI 시대 인재는 이질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통섭형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4) 실험·시도·실패 경험
종교·학교·국가·산업은 ‘안전하고 규칙적인 인간’을 선호했다.
그러나 AI 시대 창의성은 리스크를 감수한 행동에서 나온다.
대중이 읽기 쉬운 스토리텔링 버전 — “골대를 옮겨라”
“우리는 모두 정해진 경기장에서 살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정해진 경기장에서 뛰어왔다.
골대는 늘 고정되어 있었고
시간은 분단위로 나뉘어 있었으며
우리의 삶은 성적표처럼 평가되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경기장은 우리를 너무 좁게 느끼게 했다.
우리는 더 달리고 싶은데
규칙과 선이 우리를 가두었다.
그러나 AI 시대의 인간은 다르다.
“골대를 옮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새로운 게임을 설계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기존 세계를 뒤집어 보는 사람
그런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AI 시대 교육의 본질이다.
AI 시대 인재의 기준:
Breaking Rules — Creative Thinking — Asking Questions — Connecting Worlds
AI 시대의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요?”라는 고민에 대하여 AI 시대 부모의 가장 큰 불안은 바로 “뒤처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진짜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은 성적이나 입시 경쟁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AI 시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형 공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배움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 법
▶틀려도 다시 시도하는 용기
▶하고 싶은 것을 오래 끌고 가는 힘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
▶인간다운 따뜻함과 협력 능력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정답이 아닌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결론: AI 시대의 교육은 ‘경기장’을 바꾸는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는 공장에서 필요한 인간을 만들었다.
국가주의 시대의 학교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간을 만들었다.
종교 시대의 학교는 규범을 내부화한 인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학교는 ‘창의적 인간’을 길러내야 한다.
그 창의성은 축구·종교·교육·국가가 요구해온 “규칙에 따르는 인간”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공동의 선’과 ‘보편적 덕(Universal Virtue)’의 재정의
AI 시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새로운 윤리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
▶ 경쟁보다 배움
▶ 성과보다 의미
▶정답보다 질문
▶개인 성공보다 공동 선
▶ 지식보다 지혜
▶ 속도가 아니라 깊이
‘Universal Virtue(보편적 덕)’는 특정 종교나 도덕이 아니라 AI 시대의 인간이 함께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를 뜻한다.
▶인간다운 따뜻함
▶타인을 돕는 마음
▶지식의 올바른 사용
▶기술에 대한 책임
▶공동체를 함께 지키는 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