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유 원장 - 연세이원유치과의원원장, 전 연세대 교수, 교정전문의, 워싱턴주립대 교정과 초빙교수, 켄터키대학 구강안면통증센터 초빙교수, 세계치과교정학회, 미국치과교정학회, 구강안면통증학회, 아시아 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시아 두개안면장애학회 회원, 대한치과교정학회 정회원,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원
이원유 원장 - 연세이원유치과의원원장, 전 연세대 교수, 교정전문의, 워싱턴주립대 교정과 초빙교수, 켄터키대학 구강안면통증센터 초빙교수, 세계치과교정학회, 미국치과교정학회, 구강안면통증학회, 아시아 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시아 두개안면장애학회 회원, 대한치과교정학회 정회원,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원

5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까지 5월에 모여 있다. 올 어린이날은 황금의 연휴인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날씨는 화창하고 강물은 반짝인다.

옅은 안개가 낀 동틀 무렵, 서쪽 하늘에 5월의 보름달이 아파트 위에 떠 있다. 올해의 마지막 슈퍼 문이다. 슈퍼 문이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을 때 가장 밝고 10~15% 크게 보인다고 인디언들이 붙인 별명이다. 5월의 보름달을 ‘슈퍼 플라워 문’이라고 부른다. 3월의 벚꽃은 지고, 4월의 영산홍, 자산홍이 한창이더니 조팝나무 흰 꽃구름이 피는 5월 되었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에 황금빛 보름달은 분화구까지 밝고 선명하게 보인다. 며칠 전 미국의 사진작가 앤드류 맥카시가 수천 장의 달 표면을 촬영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달 사진으로 선정되었다. 육안으로 분화구의 명암까지 보이는 ‘꽃의 보름달’은 새벽의 신성한 공기와 더불어 신비와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영상미의 극치라고 할까.

5월 5일 어린이날 이른 새벽, 발길은 호젓한 한강 다산 생태공원에 닿는다. 매년 돌아오는 어린이날. 아이들이 다 커서 성인이 되었고, 부모님도 찾아뵐 길이 없으니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물안개 스미는 새벽, 산 위에 해는 물빛에 반사되어 한 장의 풍경화를 연상하게 한다.

5월의 새벽 강가는 물결도 없이 조용하다. 휴일에 서울을 빠져나오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에 서둘러 나온 길이다. 호숫가에서 새벽 산책길. 오랜만에 꺼내든 사진기로 기억을 남긴다. 물가를 거닐다 문득 호숫가에 빈 벤치. 밤새 기다린 듯 그 곳에 서자 어떤 기다림, 고독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새벽녘에 홀로 비어 있는 의자. 누군가 방금까지 앉아 있다가 일어선 느낌이다.

몇 년 전 바람 불던 초여름,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 적이 있다. 그때도 강가 넓은 벌판에 빈 벤치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람이 꽤 불어 유채꽃들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고, 빈 벤치가 말없이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그냥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강가를 내려다 본 적이 있다. 그때와 같은 마음이다. 왜 혼자 덩그러니 놓인 벤치를 보면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일까.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대체로 다정다감하지 못한 편이다. 시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아버지는 어머니 보다 그렇게 그려져 있다.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평생 뼈 닿도록 일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소처럼 일만 하신다고 어머니는 종종 말씀하셨다. 일하는 게 소원이신 아버지. 입원하시고 난 후 첫 말씀이 ‘빨리 나가서 남은 일을 마쳐야 하는데….’

일은 아버지의 사명이었고 낙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이만큼의 내가 있고 우리나라가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산과 들, 도시의 공원에서는 조팝나무의 흰 구름이 만개한다. 어버이의 날에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니 저려온다.

어느덧 나도 이제 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마음은 아버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한다. 꽃구름 위에 떠 있는 보름달 ‘슈퍼 플라워 문’. 혹시 우리 가족이 곤히 자는 밤중에 꽃들과 함께 저렇게 떠 있다면 벤치에 밤새 앉아 있더라도 전혀 외롭지 않을 터이다. 밤낚시를 마친 아버지가 아침 먹자고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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