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우리가 심방하는 성도 옆의 병실에 있었는데 마침 함께 동행한 권사님이 잘 아는 그에게도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때 처음 그를 만난 것이다. 그는 동네 개인병원에서 감기몸살로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쇼크로 다리에 마비증상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쌍까풀 수술을 금방 했는 듯 눈가의 주름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어중간한 자세로 일어나 함께 기도했고, 나는 그에게 퇴원하면 교회에 나올 것을 권했다. 그 후, 한달쯤 지나 교회에 나왔고 등록을 했는데 첫 심방은 가정이 아닌 동네 시장안의 사업장으로 갔었다. 한달에 한두 번 나오는 그리 성실한 신자는 아니었지만 목사가 사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그래도 웃으며 반기고, 목사가 기도하고 가면 마음이 푸근하다고 주변에 자랑할 정도로 정이 많은 성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요일 밤 그가 교회에 왔다. 그날은 다른 교역자가 수요일 밤 예배를 인도했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그가 마침 내 앞에 앉았기에 한눈에 그가 왔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금세 드는 생각이 주일날도 잘 못 나오는 성도가 어떻게 가게 문을 닫고 수요일 밤에 왔을까 잠간 의심을 했지만, 나갈 때 그냥 목례로 인사만 했다. 다음날 새벽 전화를 받았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그가 그날 밤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이다.” (최종인, “유가족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장례예배”, 『목회와 신학』, 2007. 8월호. 내용 중)
실제로 우리교회에서 경험한 일을 잡지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목회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목회자라면 이런 사례를 들을 때 금방 목회자의 사역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리고 성도들 역시 신앙의 경험이 있다면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깨달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째, 병원심방은 매우 중요합니다. 병원에서의 만남은 특히 전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병원 심방 중에 유의할 것은 우리 성도를 위할 뿐 아니라 주변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 줌이 필요합니다. 옆의 환자들 가운데 믿는 이들은 격려 받을 것이며, 불신자들은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둘째,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러 갈지라도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 없이 병원을 믿고, 주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하고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뛰어나지만 한편 의료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것을 봅니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치료받고, 수술 받도록 준비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셋째, 목사는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그들의 사업을 위해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성도들은 자신들의 기업을 위해 기도해 주는 목사가 고맙습니다. 성도들은 자신의 사업장을 개방하고 할 수 있으면 간단하게, 또는 형식을 갖추어 심방의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성도의 기업은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것뿐 아니라 선교의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설교자는 매 순간 설교할 때 자신의 청중 가운데 어떤 이는 삶의 위기의 한복판에 있음을 알고 진지하게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예배드리러 온 성도 가운데 예배 후 나가서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인생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섯째, 목회자는 성도 가정의 위기 때에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하는가? 아니면 함께 당황하고 염려하며 손을 놓고 기다리는가?를 보면 그의 목회역량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목회자는 항상 성도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여섯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을 당한 가정의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이 상처에서 회복되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해 도와야 하며 그들을 위해 예배를 인도해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예배는 영혼을 살리고, 가정을 살리고, 당연히 교회와 국가를 살립니다.
나는 이 여인의 자살을 두고 마음에 많은 자책과 반성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장례식들을 보면서 느낀 것을 정리하여 모든 성도들을 대상으로 죽음을 대비하는 교육을 하기로 했고 ‘죽음예비학교’를 시작하게 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에서 최초로 시작한 죽음예비학교는 방송, 신문, 잡지 등에 여러차례 소개되었습니다.(국민일보, 2009. 8. 19, “국민 교회건축대상 후보지를 찾아- 서울 고척2동 평화교회” 보도 내용 중)
일반적으로 사고나 병, 암등으로 죽는 죽음과는 달리 자살로 인한 생의 마감은 그 가족이나 주변에 깊은 슬픔과 많은 상처를 주게 됩니다. 우리 한국은 자살자가 심각할 정도로 그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습니다. 그럼에도 자살에 대한 교회의 인식은 아직도 태연하고 잘못 정보와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자살에 대한 방지책들은 많이 소개되었는데 여기서는 자살 이후에 남은 가족들을 위해 임상목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도우며 예배를 인도할 것인가 목회적 지원의 측면에서 조언하고자 합니다.

